그녀가 얼마안되는 거리에있는 리신의 수도원에 들어왔을때 들려오는 말소리,

"시간맞춰 오셨소."

 라는 멘트가 거미 여왕의 마음한구석을 안심시켰다.

"그대의 수련은 소인의 제자들이 알아선 안되는 수업이기에 일찍시작해야하오. 그 점을 알아주시오."
"알았어."
"일단, 수련을 시작하기전에 몸을 풀 시간을 가지겠소. 그대는 그대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하시오."

"그런게 필요해?"
"그렇소. 몸풀기 운동. 이것조차도 모르진 않을텐데."
 그녀의 대답은 긍정이야할지 부정이어야하는지 어딘가모르게 답답했을 것이다. 물론 스트레칭의 개념을 모르진않지만 딱히 하고다니지 않았으며 전장에서 활동을 할 때도 자신의 포지션에 걸맞는 장소로 이동하는거 자체를 무의식적으로 몸풀기라고 여기고다녔다. 그런 그녀에게 리신의 앞에서 몸풀기운동을하라니...

'무슨 운동을해도 시원찮게 보이겠지...'

 리신의 단련된 근육과 체형을 보고 움츠러진 엘리스는 있지도않은 시선을 느끼면서 그대로 서있었다. 사실 리신은 볼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여태껏 서있는 리신이 물었다.

"몸은 다 풀었소?"
"으... 응. 다 풀었어."
 리신이 시간을 준이래 미동조차하지않고 서있었지만 가슴이 시킨 거짓말은 머리보다도 빨리 나왔다.

'졸려...'

 무엇보다도 오늘 하루에 한해선 엘리스의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감안해야할지도 모른다. 완전 새로운 유형의 외박에(...), 개미에, 모기에 잠을 이루기 어려운 그녀가 아침 6시라는,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불문율을 거스른채 약속을 지킨 이유는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니까.

'딱들어도 거짓말.'

 시각을 잃은대신 다른 4개의 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리신이 엘리스의 거짓말을 알아채지못할 일은 없었으나, 그냥 넘어가기로했다.

 


"팔굽혀...펴기?!"
 리신이 제시한 첫 운동의 내용에 반문하듯이 따라하는 엘리스에게 리신이 조용히 쳐다보았다.

"당연히 어떤건진 알지. 근데 왜 나에게 이걸시키는거지?"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든다고했소. 일단 그대는 마법사이기도하지만 전장에서는 탱커의 역할을 맡기도하니, 기본체력이 좋아야하지 않겠소?"

"그렇지."
"하지만 어제 소인과 대련한 바에의하면 그대의 신체적 능력은 매우 형편없었소. 녹서스의 주민들에게서 죽다살아남았다는게 극적이라고 여겨질정도로 절망스러운 수준이오만... 물론 꼭 이 운동이어야하는지에 대해선 딱히 설명의 여지는 없소."
"알았어 알았어. 매일 이시간대에 하는걸테고, 하루에 몇개씩하면 되는거지?"

"30개요."
"30개라...알았어."

 물론 현재 엘리스의 체력으로 30개도 만만찮음을 본인 스스로도 자각하고있으나 일단은 아무말없이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바닥에 손과 발은 댄 채로 자신의 몸을 삼각형자세로 만든다음 팔을 굽힐 때, 굵고 거친 손바닥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긴장한 나머지 밑으로 그녀는 내린 몸을 다시 올리지않은채 부동자세를 유지하고있었다.

"잘못된 자세요. 팔이 몸과 수직관계가아닌 수평으로 놓아야하오."

 피드백을 해주는동시에 엘리스의 양 팔을 붙잡고 올바른 자세로 교정을하게끔 힘을주자, 엘리스에게 엄청난 고통이 가해졌다. 양 팔이 자신의 상체에 딱 달라붙은채 팔굽혀펴기를하라는것이다.

 당연히 엘리스는 몇개만 겨우한채 바닥에 엎어졌다.

"일어나시오."
 하지만 그걸 또 관대하게 넘어가는 리신도 아니었다. 온 몸을 부들부들떨면서 하나하나를 채워가는 엘리스의 머리에 작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리신. 팔굽혀펴기할땐 최대한 몸을 숙이는거지?"
"그렇소. 최대한 몸을 많이 내려야하오. 그래야 운동이 되니까 말이오."
 순간 엘리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상체에 힘을 빼다시디피 몸을 낮췄다. 무섭도록 빨리내려간 그녀의 얼굴은 지면에 박을뻔했으나 그럴일은 일어나지않았다.

'역시... 훗.'

 팔굽혀펴기의 특징상 아무리 상체를 내리는데 힘을쏟아도 지면에서 가장 낮게 떨어진 부위는 하체, 상체, 얼굴순이다. 엘리스의 신체적 특징상 아무리 몸을 낮춰도, 상체에서 그녀의 몸을 지탱해줄수있는 요소가 있기때문에 절대 얼굴이 지면에 닿지않는다. 그녀의 외양을 전혀 알리가 없는 리신이기에 엘리스는 마음껏 자신의 몸을 바닥에 닿을정도까지 내리면서 30회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30번째 팔굽혀펴기를 팔 무렵에...

"으윽?!"
"이게 카사딘이 말했던 것이었군."
 엘리스의 상체부분에 해당하는 지면에 리신의 손이있었다. 엘리스가 몸을 최대한 낮출시 그녀의 신체부위중 가슴이 가장먼저 지면에 닿는데, 이를이용해서 엘리스는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일종의 체력충전을 해왔는데, 그 지면에 리신이 손을 놓았다는것은...

"우와아아앗!'
 반사적으로 놀라면서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켜 엘리스는 뒷걸음질쳤다.
"이렇게 잔머리를 굴려왔단 말이오...?"
 "미안, 미안! 미안미안미안해!!!!!"
 자신의 가슴에 남의 손이 닿았다는 상황보다도 꼼수가 들켜서 '망한'상황에 이르렀다는게 먼저 다가오자 엘리스는 리신에게 바로 사과했다.

"카사딘, 그걸주시오."
 리신이 손으로 '딱'소리를 내자 그의 옆에서 보라색으로 갈라진 차원이 열리더니 팔굽혀펴기도구를 손에들고있는 카사딘이 나타났다.

"..."
 리신이 아무말도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카사딘은 자신이 이 도구를 갖고온 이유를 알아챈듯 조용히 엘리스를 바라봤다.

"그동안 한 팔굽혀펴기는 모두 무효요, 다시 이 봉에다가 두 팔을 얹은채 30회를 실시하도록."

"알았어..."
 잔머리가 큰 화를 불러온 결과를 체감하면서 다시 팔굽혀펴기 30회를 시도하려는 엘리스의 등에 리신의 손이 얹혀졌다.

"?!"
"이 도구가있으면 아무리 몸을 내려도 지면에 닿을일이 없을거요. 그러니..."
 엘리스는 잔꾀를 부린 자신을 재빨리 원망해봤지만 이제와서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리셋된 그녀의 팔굽혀펴기가 처음 시작되자마자 그녀의 등 위에 있는 리신의 손이 아래쪽으로 힘을 가했다.

"아윽!"
"올라오시오."

 자신의 의지나 힘이아닌 타인의 압력으로 몸이 내려가자 그에 상응하는 고통이 뒤따랐다.

"으으..."
 겨우 몸을 추스려 몸을 들자 또다시 리신의 손이 그녀의 등을 아래로 밀었다.

"더 숙이시오!"
"으으..."
"빨리 몸을 들어올리시오!"

 

"더... 더 빨리!"
"으으으..."
"다섯!"
"아우으...아아아!"
"여섯!"
"하... 하..."
"흡!"
"하악!"
"일곱!"

"윽!"
"여덟!"
"하아...!
"아홉!"

"아우우.."
"열!"
"하아..." 


 엘리스에게 있어서 최악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계속>


<글쓴이의 말>

 

하루의 수련일정을 모두 작성하려했던 편이었는데 왜 팔굽혀펴기하는 내용으로만 한편이 완성되어있는걸까요... 특별한 의도는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