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란 마을에 가서 현자 시에인에게 도움을 받아라... 딱봐도 너무 간단해.'

 그녀가 리신에게서 받은 과제의 내용이었다. 장소는 아이오니아의 경제 특구와 리신의 수도원을 일직선으로 그었을 때 수직방향으로 가면 찾을 수 있는 마을이라 했는데, 리신이 앞을 보지 못해서 방위나 자세한 경로를 알려주지못함을 감안하면 그다운 지리설명이라 할 수 있다. 아니면 일부러 엘리스에게 애매모호한 설명으로 고생을 좀 더 시키려는 목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마을을 향해서 가는길은 참으로 조용했다. 인적이 아예 없는 곳으로 향하는것은 아니지만, 리신의 수도원은 관광객이 찾아들기엔 상당한 거리가있으며, 아이오니아의 영토에 경제 특구를 만들었다고해도 관광버스를 운행할 정도로 도로환경이 마련된 것도 아니라 기껏해봐야 수레나 말정도가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그녀는 걸어다니는 사람이나 등에 뭔가를 맨 채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혹은 삿갓을 눌러씌워 머리와 자신의 눈을 숨긴 사람들을 보았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있는 늘씬하고 치명적인 미인을 보고 눈을 돌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엘리스는 그러한 반응에 너무 익숙해졌다. 팜 파탈을 어필하면서 다녔던 지난 시절이 아님에도 그날 이후 많은 장소에서의 시선을 받아왔기에 너무 익숙해졌다.

'그들은 내 몸을 보고 평가하겠지.'

 그림자 군도에 있어야만 부합될것 같은 검은색 복장에 혈색에 가까운 빨간색이 그녀의 신체 가장자리를 장식하고있어 어두운 인상이 강하지만, 그녀의 사기적인 몸매는 그 어두움을 '차갑지만 섹시한 느낌을 주는'여자로 바뀌어준다. 그렇다. 여자는 아름답고 볼 일이다. 성품이 어떤 사람이든, 여자는 아름답기만하면 첫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다. 특히 이성을 향한 성욕에 충실히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미모는 권력이니까.

 

"여보, 우리 딸 어떻해요? 이대로 냅뒀다간 시집가기는 틀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방법이... 녹서스의 의술로는 독을 중화시키는 정도밖에 되지않아. 마법이란 방법도 있긴하지만 그것은 이 나라에선..."

 

 갑자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딸아이의 장래를 심히 걱정하는듯한 말들이 오고가는걸로보아, 그 자식의 부모인걸로 추정되는 대화일것이라고 엘리스는 추측해본다.

"이게 왜 갑자기...?"
 아이오니아에 와서 줄곧 무언가에 관한 회상이 일어난적은 한번도 없는데 불친절하게 그것이 또한번 일어났다.

"설마 내 과거에 아이오니아가 관련되어있단건가?"


 

 그녀가 수도원에서 일어난 때는 이미 오후였고, 리신의 과제를 받고 나섰을 때 해는 이미 따뜻함을 잃어갔다. 그러니 절반의 확률로 마을을 찾아가지 못한 엘리스가 밤중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이제 취침밖에 없었다. 거미의 특성을 생각하면 역시 평지나 풀밭보다는 숲속이 훨씬 유리하다. 한달간 대나무숲에서 이불하나없이 잤기때문에 무엇이 필요한지, 자신의 스킬을 어떻게 활용할지에대한 정보정도는 알고있다. 평평한 자리를 찾는다, 나뭇잎을 모은다, 지면으로 나와있는 뿌리를 베개로 삼으면 적절. 모아온 나뭇잎은 깔개용, 이불용으로 나눠서 덮는다.

'그리고... 이젠 새끼거미의 소환이 가능해졌으니까 얘네들을 시켜서 안전을 확보해놓으면...'

 엘리스의 손위에 나타난 새끼거미. 그들은 여왕의 말에 충실히 따라 주변에 거미줄을 쳐놓거나 감시를 해놓아야하지만...

"아야..!"
 자신을 따라야하는 소환수가 오히려 소환사에게 덤비는 꼴이 되었다. 새끼거미가 물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여덟다리를 맹렬하게 구를때 그 따끔한 느낌은 손위의 생명체를 팽개치게끔 만들었다.

ㄴ나를 더욱 받아들여라 엘리스. 그러면 저들이 널 섬길 것이다.ㄱ

'...'

 환청에 가까운 썩은 아귀의 목소리를 듣고 갑자기 화가 치밀어오른 엘리스는 자기가 소환한 새끼거미를 힐로 밟아죽였다.


 

 엘리스가 자신의 거처에 사는 거대거미의 체액을 추출해서 마시면서 젊음을 유지해오는사실은 그다지 놀랍지않지만, 그 거미의 자식들인 새끼거미들의 활동에 따라선 엘리스는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외일거라 여길법하다. 엘리스의 마력이 미치는 범위안에서 새끼거미들이 자신의 먹이감을 섭취할 때, 그녀에게도 그 영양을 보충할 수 있지만, 공격적인 태세를 가진 새끼거미들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이기에 차마 차선책같은것은 상상도 못한채 쫄쫄 굶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 살에 탄력이 없어지고있어.'

 체액을 마시지않은 그녀의 피부역시 본래의 나이대에 맞는 신체나이를 되찾아가고있었다.

<계속>

 

<글쓴이의 말>

 

...계속 미뤄지니까 연재가 연체되는군요. 좀 급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연재를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