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허억..."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자비없는 강도의 수련을 한 엘리스는 자기자신의 패인을 알아내지못한채 거친 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스킬을 원하는대로 쓸 수 있는 시기도 왔는데, 8월 15일을 기준으로 대련의 결과가 그다지 나아지지않고있어. 아니, 오히려 점차 밀리고있는데. 어떻게된거지? 난 리신의 공격패턴을 어느정도 파악한거 아닌가?'

"그 숨, 오늘 대련이 왜이리되었는지 이해를 못해서 쉬고있는거요?"
 예리하게도 리신은 엘리스의 거친 숨속에 숨겨진 또다른 의미를 간파해냈다. 엘리스는 그의 뛰어난 감각에 피식 웃지않을 수 없었다.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지 4달이 되어가는동안 그녀의 감정표현력이 '메마르지 않은 정도'까지 달했기에 미묘한 웃음정도는 부담없이 지을 수 있다.

 그녀가 리신의 수도원에서 처음 감정에 대해 얘기했던 때, 그레고리란 기자와 같이 감정에대해 여러가지 논의를 하던 이야기를 했던 시기에 엘리스는 그들에게서 얻은 의견이나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새로운 발전을 이루어낸것은 그레고리의 그 한마디였다.

"감정도 습관입니다. 결국, 자기가 자주 느끼는 감정을 더욱 쉽게 표현한다는거죠. 엘리스님이 감정을 잃은 상태라면, 저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목표하는 감정을 느끼도록 연습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엘리스는 하루에 일어났던 일들속에서 느낀 감정, 그 원인을 메모지에 같이 적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일기쓰기'였다.

 

 그녀가 청문회이후 느꼈다고 생각한 감정들은 이러하다.

당황

평온

무력

희망

좌절

부끄러움

답답함

홀가분

기쁨

욕심

?

분노

두려움

 

'그 때 느낀 감정은 뭐였을까...'

 카사딘을 이기고싶다는 마음으로 리신의 수련에 더욱 힘써서 임했던 날의 자신이 느낀 감정이 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지만. 감정이 아닌 그당시에 자기가 느꼈던 상태에 관한 단어도있는것같지만 넘어가기로...


 

"그대의 마력으로 스킬을 쓸 수 있을정도로 발전한 것은 마땅히 칭찬받아야할 진전이오. 하지만 그대는 단한번도 전장에서의 움직임 그 이상의 싸움방식을 구사하지않고있소. 전장에서 신경독을 시전할 땐 순간의 부동자세를 취해야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래야만하는법은 없잖소? 그대가 날리는 고치도 같은 맥락이오. 조금더 자신의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요구되오. 언제, 어떻게 시전할 때 가장 효과적인지 말이오."

"흠..."
"싸울 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것을 활용해야 이길 수 있소. 그대가 소인과 대련할 때는 인간 형태로 주로 싸우는데, 인간 상태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것을 쏟아내고있다고 생각하오? 그대에겐 더 끌어낼 요소가 있을거요."

 2달 가까이 싸움에 대한 충고나 조언을 아꼈던 리신이었기에 엘리스는 그의 말이 평소보다 더욱 뼈저리게 다가왔다.


 

 그림자 군도.

 

 엘리스가 아이오니아에서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시점에서만 봐도 그녀가 군도에서 안보인지는 벌써 2달이 넘었다. 그림자 군도소속의 챔피언이 아무리 서로를 잘 알지못하는 무지 혹은 무심한 존재라해도 그녀의 부재를 모른 채 지내진 않았다.

"엘리스! 엘리스!"
 자신의 안식처에 모든것을 남겨놓고서, 맞은편 동굴에 자신이 필요로하는 거대거미를 남겨놓은채 엘리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한동안 그림자 군도소속의 챔피언 모두가 그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해봐도 이상했다. 자신들의 소속된 지역이자 안방이나 다름없이 이곳의 지리를 다 알고있는데도 찾지못하는 존재가 있다니.

 엘리스가 군도를 극적으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된 방법은 '설마'하면서 이곳에 떠도는 망령들을 의식한 헤카림의 행동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엘리스를 놓친이후 다시 본적은 없다고하더군."
"이대로 이 주변의 바다에서 죽은게 아닐까?"
"아니, 망령들에게서 살아남기위해 일부러 소용돌이로 다가간 녀석이 그리 쉽게 죽을리 없어. 소용돌이를 통해서 망령들에게 성공적으로 벗어날 정도의 '기적'이 일어났다면, 녀석은..."
"아마도 녹서스에 표류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들은 녹서스의 땅을 밟을 순 없다. '그 날'이 아니고서야 우리들의 진가가 발휘되기는 쉽지않잖나."
 헤카림, 요릭, 칼리스타, 쓰레쉬가 순서대로 자신들의 의견을 얘기한 결과, 엘리스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엔 그들의 역량 밖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탐색이 미궁속으로 빠져든지 17일 뒤, 소환사의 협곡에서 전장활동을 하던 카서스와 이블린이 엘리스에 대한 단서를 잡았다. 둘이서 엘리스가 어디로 갔을까 추측하는 얘기들을 하고있는데, 마침 두 챔피언과 같이 전장에서 나온 케이틀린이 듣게된것이다.

"엘리스에 대해서 묻고있나요?"
 두 챔피언 사이의 대화에 끼어든 도도한 목소리에 이블린과 카서스는 일순간 고개를 돌렸고, 케이틀린이 엘리스를 목격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들었다.

 

"녀석이 필트오버에 있다고?"

"그렇다는데."

"... 필트오버의 신문에서는 엘리스에 대해서 아무런 얘기도 없어."
"마법공학 페스티벌이 한창 열리고있는시기이기도하고, 무엇보다 필트오버자체에서 그녀에대한 기사를 쓰지말라고 압력을 넣을수도 있다."
"그럼 어쩌지?"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들이 필트오버에 가기는 애매한 점이 있었다. 케이틀린의 말에의하면 그녀의 말을 들은 엘리스가 그곳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고, 그럼 어디로 갔느냐에따라 그들의 행동이 또 달라지기 때문.

'매스컴이 발달한 필트오버에 스스로 갔다고? 그냥 여행이라고 하기엔 뭔가 속셈이 있는것 같은데...'

 그러던 도중 칼리스타가 마법공학 페스티벌의 강연목록에 마오카이가 참여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된다. 그의 강연날짜는 케이틀린이 엘리스와 조우하게된 날과 아주 가까운 날. 그림자 군도소속의 챔피언이 하나같이 언데드나 악령같은 악역의 이미지가 강한걸 감안하면 마오카이는 그 중에서 선역이라 평가받는 이단같은 존재다. 그런자가 필트오버에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엘리스가 있다는것은...

"녀석이 그림자 군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증거겠지."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확증을 잡았다는 헤카림의 말에 이블린이 조심스레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 기사의 주장은 올곧기만했다.

"일부러 그림자 군도의 선역과 접촉하기위해 필트오버로갔다. 자신의 지난날을 잊기위해 어딘가로 가겠지. 그럼 어디로 가겠나?"
"두말할것없이..."
"...아이오니아밖에 없지. 어리석은 녀석이다. 그렇게해서 무언가 바뀔줄 아는 그 순진한 마음가짐에 헛웃음만 나오는군."
'...'

 이블린은 헤카림의 냉소적인 조롱을 듣고 살짝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나머지 챔피언들은 이블린의 변화에 신경쓰지않은채 헤카림의 말에만 집중했다.

"한번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이라 정해졌으면 끝까지 유지하고 지켜야한다는것을 모르는건지... 녀석이 정말로 우리들과 이곳을 멀리할 목적으로 아이오니아로 갔다면 우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녀석이 아이오니아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즉시 그녀를 찾아가는 계획을 짠다."

 

 그러나 헤카림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 두달이 지났음에도 어느 매체에서 엘리스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쟁학회에서 발행하는 신문에서도, 필트오버에서도, 자운에서도, 기대할것도 없는 데마시아와 녹서스에서도.

 그러던 어느날, 9월 26일에 그녀에 대한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모두 주목."
 헤카림이 때마침 원탁위에 모여있는 그림자 군도 챔피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데카이저, 요릭, 카서스, 이블린, 칼리스타 모두 그 기사를 주목했다.

"녀석이 아이오니아에 거주하고있음이 확인되었다."

 그 말을 들은 챔피언들은 그 기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레고리'라는 기자가 썼다고? 그녀에대해 꽤 오랫동안 취재한것 같군."
"감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는데."

"자... 그럼 우리들의 다음 해로윙목적지가 정해진것같지?"
"그렇지."

"그리고 쓰레쉬도 오늘날짜에 소환사로부터의 구속에서 풀려나는걸로 알고있는데, 그와 같이 작전을 짜보자."

 순간 그들 모두에게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ㄴ나도 거기에 협력하고싶은데.ㄱ

<계속>

<글쓴이의 말>

이번편은 분량이 좀 길군요. 어쨌거나...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