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밴픽

 

   EDG가 SKT를 철저히 분석하고 맞춤식 밴픽을 준비해왔으며 그 것을
   결승전 5세트라는 승부처에서 과감히 꺼내들어 승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SKT의 밴픽구도는 그 전날 FNC과의 5세트에서 보여준 밴픽구도와 동일했다.
   1~2랩구간에서 전라인에 강한 압박을 넣을만한 픽을 준비하고 극초반 카정을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렉사이와 기타 1~2랩구간에 라인주도권을 잡는데
   방해될만한 챔피언들을 밴했다. 즉, FNC과의 5세트경기처럼 1~2랩구간에
   전라인에서 상대를 붙들어두면서 누누가 2랩카정을 대놓고 가겠다는 의도가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은 초반 미니언 스폰 전에

   적정글러를 시야에 확실히 계속해서 잡아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EDG는 이블린을 픽해서 이 전략을 원천봉쇄 해버린다.

 

   또한, 우르곳, 르블랑이라는 라인클리어에 약점이 보이는 픽을 이미 보였기 때문에
   모르가나와 시비르을 가져오면서 푸쉬력과 기동력을 기반으로 타워철거위주의

   플레이를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보기좋게 먹혀들었다. 결과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EDG의 조합이 SKT의 조합에 완전히 극상성으로 작용할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DG의 조합은 푸쉬력이 우수했지만 딜교환 측면에서는 SKT의 조합이 훨씬 우수했고

   맞라인에서 딜교환에 실패하면 역으로 EDG의 조합이 강점을 살리지 못할 것이고

   그로인해 지리멸렬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2. 경기양상

 

   극초반에 SKT는 EDG의 노림수대로 이블린을 시야에 확보해둘 수가 없었다.

   EDG는 어차피 갈곳이 뻔한 모르가나를 제외하곤 모습을 철저히 숨겼다.

 

   어차피 조급한 쪽은 SKT였다. 왜냐하면 이미 누누를 이용한 극초반 설계는

   밴픽단계에서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다가 만약 라인스왑을 당하게 된다면

   조합적으로 탄력을 받는 쪽은 EDG였기 때문이다.

   (라인스왑구도가 되면 푸쉬력이 우월한 EDG가 몰려다니면서 1차타워를

    싹 밀어내고 시야장악에 있어 우선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카정과 솔용이

    최대 강점인 누누도 자동적으로 봉쇄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라인스왑으로

    극초반 드래곤을 뺏기더라도 그건 적이 누누를 가져가고 라인전 상성이

    불리한 이상 어차피 맞라인을 가더라도 예정된 손해였다.)

 

   반면에 EDG는 그렇게까지 조급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극초반 드래곤은

   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라인전단계에서 누누보다 훨씬 변수가 큰 이블린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라인 구도도 그렇게까지 큰 부담은 아니었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는 말이 있듯이 상대적으로 더 조급한 SKT가

   라인스왑을 하고만다. 라인스왑구도가 EDG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였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것은 라인스왑을 따라가겠다는 의도였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혹여,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운영싸움으로 몰고가면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SKT는 라인이 밀려올 때까지 탑정글이 같이 다니다가 서폿과 동시에 귀환해서

   3인이 가서 4인 다이브를 방어하는 지극히 정석적인 라인스왑 운영을 보여줬다.

   마린이 봇타워에 텔을 타는 행동은 정석적인 운영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어차피 이미 울프가 먼저 출발해서 금방 도착할 타이밍이었고 경험치와 골드를

   그냥 낭비하면 3인이 바텀에 뭉치는 것을 보고 적마오카이가 탑에 텔을 탔을때

   EDG는 딱히한 것도 없는데 이득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DG는 한발 빨랐다. 애초에 바텀에서 부쉬에서 미니언을 뭉쳐서 라인을

   당기고 빅웨이브를 모아서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니언이 한박자 빠르게

   타워에 도착했고 이에 맞춰 EDG의 선수들도 미리 뒤쪽까지 쑥들어왔다.

   이 찰나의 타이밍이 결국 5세트의 행방을 갈라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찰나의 타이밍을 EDG가 놓쳤다면 타워를 지켜내고 파밍하는 구도가 되었다가

   다시 맞라인이 형성되었을 것이고, 그 때쯤엔 시야석을 보유하게 되었을 뱅기와 울프가

   적 정글몹 리젠 위치에 와딩을 했을 것이며 그렇게 이블린이라는 변수가 차단되면

   라인전 상성이 여전히 유리한 SKT의 조합이 다시 탄력받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

 

   애초에 라인스왑 구도가 달가운 EDG의 조합이 4인 다이브의 성공으로 한층 더 탄력받게되자

   그 이후로는 타워철거위주의 플레이가 계속해서 먹혀들 수 밖에 없었고 바텀 1차타워에 이어

   미드 1차타워까지 무난히 밀려버린다. 이후 미드에서 2:1교환으로 다시 따라붙나 싶었으나..

 

   이후 탑에서의 한타는 계속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 보이스채팅을 입수할 수 없는한

   선수들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르곳의 이니시는 마오카이의 텔을 보고 어쩔수 없이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마린은 봇에서 마오카이와 라인전을 하다 먼저 복귀했고 우물에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이미 마린은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마오카이의 텔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마린의 텔과 우르곳의 이니시는 동시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 우르곳과 나르가 시비르를 점사해서

   잡아내기 위해 이니시를 걸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SKT가 적 마오카이의 텔이 더 빨리온다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마오카이의 텔이 오히려 더 빨리 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나르가 텔을 타려고 우물에서 대기할 때 이야기가 오고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곧바로

   합류하라는 콜이 반드시 나왔을 것이다. 마오카이의 텔을 체크하고도 미드를 압박하는 판단을 했다면

   나머지 팀원은 곧장 뒤도 안돌아보고 빠졌을 것이고 이미 시비르의 궁도 빠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히 살아서 돌아갔을 것이다. 물론, 탑타워는 밀렸을 것이지만 적 탑타워도 밀어냈고 미드도

   압박해서 밀어낼 수 있는 구도였기 때문에 여전히 SKT가 훨씬 이득을 챙겨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누구 하나의 잘못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팀원중 누구도 마오카이의 텔을

   체크하지 않았고 그 것은 결국 팀전체의 잘못이었다는 의미이다.

 

   이후에도 SKT는 최대한 반격하며 반전을 노려봤지만 라인전을 길게 가져가면서 오브젝트를

   앞서놨어야했던 SKT의 조합보다 EDG의 조합이 갈 수록 탄력받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탑한타 이후 탑타워를 밀리고 라인전이 완전히 끝나버렸을 때 SKT가 이길 확률은 거의 없었다.

 

3. 총 평

 

   이전에 밴픽전략과 운영능력이 한국팀의 강점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EDG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해외팀의 밴픽은 이전보다 예리했고 운영도 능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