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플레이오프 준결승. 파워랭킹 1위의 EDG가 모두의 예상을깨고 리그 5위의 LGD에게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무너졌다. LGD는 지난 시즌 3:2로 아쉽게 우승을 놓친 강팀이긴 하지만 이런 스코어가 나온 것은 특별한 이변이다. 어떻게 EDG는 무너졌나? 또 LGD가 강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LGD가 서킷포인트 1위 확보로 EDG보다 먼저 롤드컵 확정을 지은 지금, LGD라는 새로운 중국팀에 대해서 분석이 필요한 때다.


LGD는 세계가 주목하기에 충분한 팀이다

어제까지만해도 중국에는 EDG 미만 잡이라고 외치던 사람들도 오늘의 경기로 침묵하게 됐다. 사실 LGD야말로 항상 EDG를 쓰러뜨릴 포텐을 지닌 강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뿐이다. 결승전 경기력 논란을 떠나, 이 팀은 지난 시즌에는 20연승을 하면서 무적함대를 이끌었던 EDG와 결승에서 3:2까지 끌고가 아쉬운 패배를 경험한 팀이다.

LGD는 이번 시즌에 주전서포터 pyl이 부상으로 인해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고, 후반부에 복귀하면서야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5위라는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한 탓에 이번 시즌에는 사람들 눈밖에 벗어났던 상태였다.

특히 LGD는 리그에서 탑이 에이콘과 플레임의 라인업을 1:0으로 리드하던 와중에도 자주 바꿔서 시험했고 그덕에 '쓸떼없는' 패배가 늘어난 감이 있어서 완전한 전력을 파악하기가 힘든 팀이었다. 실제로 플레이오프에서 주전 에이콘을 연속기용하자마자 보여준 집중력은 지난 시즌 준우승팀의 포스 그 이상이었다. 플레이오프부터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에 사람들이 이 팀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 팀이 EDG에게 승리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LGD는 라인업만 보면 중국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꼽히는 GODV를 가지고 있고, 두말할 것없는 세체원 Imp, 바드를 잘다루며 스타일리쉬한 중체폿 플레이어 Pyl 그리고 단단한 전 삼성블루 탑솔러 Acorn을 가지고 있다. 유일한 약점은 정글러 TBQ인데,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진화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데프트는 임프 앞에서 작아진다.




폰이 부상복귀 한 이후, EDG는 순수하게 원딜 위주의 캐리 경기보다는 미드정글 캐리 위주의 게임을 펼쳤다. 물론 데프트가 캐리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과거의 포스에 비하면 다소 불안한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폰이 원딜을 서포팅하기 위한 룰루를 했음에도 좋지않은 포지셔닝으로 데프트가 계속 죽자 폰이 룰루로 딜템을 가서 캐리한 경기도 있었다. 

+데프트가 결코 못한다는게 아니다. 데프트야말로 이번 시리즈에서 팀내에서 가장 많은 딜을 넣었고 2경기는 포킹으로 임프보다 많이 넣기도 했다. 나머지 팀의 딜량이 끔찍했을 뿐이다. 

그러나 데프트의 폼이 예전과 같이 최상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이런 상태에서 LGD는 지난 스프링과 같이 다분히 데프트를 의식한 밴픽을 통해 확실하게 임프가 압도할 수 있는 경기를 구상했다. 이미 임프는 지난 시즌 결승에서 같은 전략으로 데프트를 압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확연히 시도할 가치있는 전략이었다.

지난 스프링 결승에서 임프가 데프트의 주무기였던 징크스를 빼앗아 캐리했던 것과 비슷하게, 데프트가 먼저 가져갈 수 있는 코그모를 빼앗아 가므로써 데프트에게 룰루를 서포팅받을 어떤 하이퍼 캐리를 가져갈 것인지를 픽으로 강요했다. 시비르의 티어가 내려간 지금 데프트가 최선으로 뽑을만한 픽은 역시나 징크스나 코르키였겠지만, 데프트는 징크스의 궁극기 너프이후로 승률이 그렇게 좋지 않고 코르키또한 요즘 메타에서는 그렇게 좋은 픽이 아닌 것은 사실이었다.


반면 EDG는 밴픽에서 임프를 지나치게 의식했다. 트위치는 쓰레기픽이지만, 임프가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한 트위치 플레이어로써 보여주는 캐리력은 가히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트위치의 카운터를 브라움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팀이 있었지만 브라움 방패마저 뚫어버리는 임프의 캐리에 의식하고 밴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임프의 칼리스타는 11승 4패로 임프의 트위치(26승 7패)와 함께 최고 승률을 가진 op 챔피언중하나이기 때문에 레드팀이라면 반드시 밴을 해야만했다. 원딜에 밴카드를 소모한 이상 상대 팀이 날뛰지 못할 이유가 어디있을까. 게다가 원딜은 밴을 해도 잘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임프는 코그모와 칼리스타로 3연속 MVP를 수상, 본인이 데프트보다 강한 '세체원'임을 증명한다.




클리어러브의 죽은 폼


단언컨대, EDG는 클리어러브에 의해 설계되고 클리어러브로 승리되는 팀이다. 클리어러브가 잿불거인을 두른 극탱킹의 렉사이와 누누로 전장을 휘저으면 폰과 데프트가 마무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준결승에서 클리어러브의 폼은 의문일정도로 역대급-최악이었다. 상대정글러 TBQ가 5연렉사이를 했기 때문인지 EDG는 렉사이를 의식한 밴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클리어러브의 주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라가스가 뺏기자 리신과 이블린같은 공격적인 픽을 두었지만 결론적으로 악수가 되었다. 팀내 탱커가없어서 팀파이트도 제대로 되지않았고, 이니시에이팅이나 궁극기를 제대로 활용하기는 커녕 팀에서 가장 많이 잘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EDG의 강점이 탑정글투 탱커의 화려한 진영파괴에서 나온다는 것은 알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클리어러브가 최악의 경기력이었다는 것이 다음 두장면에서 극명하게 나온다. 잔나의 궁극기와 클리어러브의 궁극기가 산 상황에서 충분히 서로 살 수 있는 상황임에도 클리어러브의 늦은 궁극기 사용으로 잔나를 죽게한다. 용한타에서 이블린이 드래곤 스틸이 실패해 고립되버려서 그대로 죽는다. 그리고 팀의 무리한 4:5 한타를 만들었다. 

EDG는 클리어러브가 있을때와 없을때 한타의 성공률이 극적으로 갈리는팀이다. 클리어러브가 죽자 아무리 잘큰 폰이라도 만들 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많이 없었던 탓일 수도 있다. 폰은  주무기인 아지르와 트페가 밴으로 봉인되었음에도 나름 최선의 플레이를 펼쳤지만 EDG에서 가장 KDA가 좋은 클리어러브가 이상한 실수를 반복하니 본인도 같이 던지는 꼴이 되었다.

반면 LGD 정글러 TBQ는 클리어러브를 완벽히 대응하고, 마지막엔 바이라는 예상치못한 픽으로 상대 빅토르와 코그모를 완벽히 저격하는데 성공한다. 클리어러브가 죽은 이유에는 LGD의 철저한 픽밴 전략과 TBQ의 한발빠른 합류, 그리고 아무리 물어도 죽지 않는 임프의 포지셔닝이 빛이 났기 때문이다.


중체미 GODV가 이끄는 팀


지난시즌 We1less라는 닉네임으로 플레이한후 서머시즌 와서 GODV로 닉네임을 변경한 이 선수는 유일하게 LPL에서 폰과 루키를 상회하는 챔피언풀을 가진 슈퍼 플레이어다. 오리아나의 장인으로 알려진 그는 스프링 시즌 19개의 챔피언을 사용했으며, 서머시즌에서는 13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이는 폰의 '아무거나 해도 이긴다'라고 알려진 15개-13개보다 더 많은 숫자다. 물론 승률은 예외지만, GODV는 정말로 다양한 챔피언을 다양하게 뽑기 때문에 저격밴하기 어려운 선수고 특색을 파악하기 힘든 선수이다. 이번 준결승에서도 미드텔포 다이애나를 두 번사용했고 야스오를 사용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세체미로 꼽히던 폰을 상대로 라인전을 하는 능력이나 텔포 변수를 창출해내는 능력으로 볼때 한국선수라고 해도 쉽게 대응하기 힘들어보인다. 15시즌 데뷔한 선수중에 이런 선수는 내가 알기로는 아무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해외 유저의 많은 사람들이 GOD를 이번 준결승 이전에도 폰보다 높은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3경기에서 폰을 지속적으로 암살하며 특급 플레이어로써의 가치를 증명했다.


 PYL과 TBQ, 그들의 유일한 약점?

서포터 Pyl과 정글러 TBQ는 그 명성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은 아니다. Pyl이 중국 최고의 서포터로 꼽히긴 하지만, 이 선수는 자주 잘리기도하고 고릴라나 울프같은 선수들보다 잘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오히려 덜 주목받기에 예측하기가 어렵다. 부담이 없다고해야할까. Pyl로 인해 임프의 숨은 공격성이 해제되었고 현재 마타가 있던 임프와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 선수는 알리스타를 참 잘다루는데 저격밴을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침착하게 아낀 점멸 Q + W로 데프트 징크스를 이탈시켜 타워다이브 야스오를 고립시킨다. 

TBQ는 유일하게 LGD의 구멍이자 쓰레기로 평가받아왔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 와서 보여주는 진화와 클리어러브를 상대로 보여준 실력은 아무래도 거짓이 아닌 것 같다. 지난 시즌 롤드컵 선발전 와치를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만약 TBQ가 롤드컵에서도 이런 폼을 보여준다면 LGD는 완전체로써 나타날지도 모른다. 클리어러브보다 한발짝 빠른 합류와 한타기여로 이번시즌을 완벽하게 뒤흔들었고, 상대 딜러진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중체탑 에이콘, 그리고 플레임

에이콘의 탑룰루 플레이는 임프를 서포팅할 수 있고 미드룰루를 저격함과 동시에 상대픽밴에서 고민을 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요즘 미드라인에선 정말 룰루가 화두인데, 탑룰루를 잘활용하는 플레이어는 가치가 높다. 그런데 에이콘을 중국에서 따로 압도하는 선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EDG의 코로는 부상과 계약문제로 출전에 애를 먹었고 이번 시즌와서 정말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애초에 EDG에서 가장 구멍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코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에이콘과 코로를 비교한다면 이번 시즌 활약은 에이콘이 더 빛날 정도이다.

덧붙여 에이콘과 플레임은 주전경쟁은 에이콘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플레이오프 준준결승전에서 플레임을 내보냈다가 1패를 하면서 LGD는 에이콘을 확실하게 기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플레임이라는 카드도 상대하기에 매우 까다롭다. LGD가 여태껏 그랬듯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플레임을 기용한다면, SKT의 이지훈-페이커 스왑과 비슷하게 분명히 전략적으로 LGD에게 큰 강점이 될 것이다.
 


원딜이 강하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

요즘들어 가장 힘들다는 원딜 중심의 캐리를 짠 팀이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현재 메타의 주인공은 미드정글이다. 원딜은 그 판에서 최대한 줏어먹는다. 분명 EDG도 그런 팀이었다. 한타하면 EDG가 연상될 만큼 강한 팀이지만 이번에 LGD가 그들에게 보여준 포스는 정말 제압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한타에 경험이 많지않은 LCK팀이라면 더더욱 상대하기 어려워보인다. 앞라인을 먼저잡자니 뒷라인 임프의 프리딜이 무섭고, 임프를 잡자니 임프의 생존력과 서포팅이 무서운 팀이다.  




레딧에서 도는 짤

EDG가 남은 선발전에서 탈락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LGD가 EDG보다도 먼저 롤드컵 진출을 먼저 확정 지은 지금 한국팀은 EDG의 패배를 마냥 기뻐하기 보다는 LGD라는 강팀의 롤드컵 진출에 대해 경계가 필요할 것이다. EDG같은 압도적인 팀이 플레이오프서 LGD만 만나면 고전하는데에는 결코 우연으로만 생각하기 어렵다. 

MSI때도 EDG와 LGD의 스프링 결승전을 본 수많은 한국팬들은 EDG를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실상은 달랐던 것과 같이, 오히려 EDG를 고전케하고 마침내 승리까지 따낸 LGD가 한국팀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것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LGD에는 전 삼성 멤버가 두명, 그리고 중국 최고의 플레이어가 두명, 그리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확연하게 발전하는 정글러가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 15 시즌 롤드컵은 그 어느때보다도 재미있는 롤드컵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