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새 롤드컵 4강전 이후로 쿠로 선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적지 않은 일부가 부정적인 의견인 경우가 많더군요

게다가 어떤 이유나 근거없이 비난만 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글을 써보려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니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시각이 있다는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쿠로는 어떤 미드라이너인가?'

쿠로선수가 잘한다 못한다를 이야기 하기 전에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플레이어인가를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플레이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 ROX 타이거즈를 지켜봐온 저의 경험으로 보기에는

쿠로선수의 스타일을 2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안정적인 라인전을 지향한다

2. 팀적인 플레이(, 특히 로밍과 합류)를 통해 이득을 취한다


첫 째, 안정적인 라인전이라고 하면 일단 어느 정도 수비적인 느낌이 있습니다만,

정확하게는 무리를 하지 않고 성장에 차질을 빚지 않고 공격보다는 반격을 통해 기회를 만든다고 하겠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면 MSI에서 EDG의 폰선수가 SKT의 페이커 선수의 르블랑을 상대로 모르가나를 픽하여

공격적인 플레이를 받아치며 결과적으로 말리게 만들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쿠로선수의 챔프 기용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라인클리어가 좋고 성장기대치가 높아 한타력이 강력한 빅토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 째, 팀적인 플레이에 대해서 말하자면 쿠로선수 만큼 로밍을 좋아하고 잘하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각광받은 픽 중 하나는 아우렐리온 솔(이하 '아우솔')이죠

쿠로 선수는 롤드컵에서 나온 아우솔 중에서도 당연 최고라고 생각되는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아우솔의 장점은 안정적이고 빠른 라인클리어, 그리고 저레벨부터 강력한 로밍능력입니다

그리고 쿠로 선수는 이 로밍능력을 극대화 시켜서 사용할 줄 아는 플레이어죠
(어떻게 보면 쿠로선수에게 아우솔 만큼 어울리는 챔프도 없다고 봐야겠죠)

이것은 SKT의 5경기 아우솔 밴으로 증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쿠로선수의 장점을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안정적인 라인전으로 상대의 노림수를 받아치기 쉽고,
꾸준한 성장으로 보장된 한타력을 가져오고,
로밍과 같은 팀플레이를 적극 활용해 팀적 이득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스타일이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니겠죠

이제 쿠로선수 단점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조금 길어지겠지만 먼저 안정적 라인전으로 비롯된 단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안정적 라인전이란 그만큼 이득을 볼 수 있는 여지도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겠죠

우리가 보통 캐리한다라고 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표는 아마도 킬이 아닐까 싶습니다

킬이라는 것은 골드 뿐 아니라 각종 오브젝트와 운영에 도움을 주는,

스노우 볼을 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눈덩이 그 자체니까요

그리고 오롯이 혼자서 그 킬을 만들어 냈을 때,

그 솔로킬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캐리이자 슈퍼플레이가 되겠죠

그런데 이러한 솔로킬 또는 킬은 대가 없이 얻어지지 않습니다

가장 흔하게 딜교환이라는 전제가 없이는 있기 힘들죠

그리고 이 딜교환을 건다는 것 자체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SKT의 페이커 선수가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라고 불리우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딜교환을 적극적으로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가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방적인 딜교나 갱 회피 능력등이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이죠

그러나 쿠로 선수는 이러한 위험감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킬각을 잡히는 것을 줄이다보니 곧 킬각을 잡는 것도 어려워지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라인전 1:1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감소하는 것이 쿠로선수의 첫 번 째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엔 팀플레이로 인한 단점을 생각해보죠

시즌 4정도 부터 자리잡은 탑텔포 메타를 비롯해 로밍과 합류는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플레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라인을 비우고 다른 라인으로 출장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할 뿐더러 상대에게 프리파밍의 시간을 주는 등 기회비용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실패했을 경우 리스크도 매우 커지죠

게다가 이러한 로밍은 팀원의 기여 정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달라지기도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압박과 견제가 심하다면 애초에 로밍자체를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쿠로선수의 단점을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라인전 내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다보니 이득을 취하기도 쉽지 않고,
로밍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로밍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수동적이 된기 쉽다


위의 글들을 정리하면

쿠로선수는
팀플레이에 강하고, 특히 로밍에 특화됐으며, 안정적 라인전을 바탕으로 한타의 보험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라인전 단계에서 개인적인 플레이로 이득을 보는 경우가 적어 캐리할 수 있는 경우가 제한되어있다

라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S

쓰고나니 왠지 장점 보단 단점이 눈에 띄는 것 같네요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쿠로선수에 대해,

또 다른 어떤 선수들에 대해서도 이유없는 비난이나 부정적인 시각이 줄어들면 좋겠습니다만,

그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단점 뿐 아니라 강점도 알아주시고,

진심어린 충고나 응원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2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면 쿠로선수가 단순히 기량이 부족하다거나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ROX가 LCK Summer시즌 승리를 하는 기염을 토하지는 못했겠지요
(그것도 굉장히 압도적으로 말이죠)

이번 롤드컵 SKT vs ROX 전 경기를 보면서 쿠로선수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페이커에게 라이즈를 풀어주었다면 SKT의 3:0 승리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쿠로에게 아우솔을 풀어주었다면 ROX의 3:0 승리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