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상실, 보관하는 것과 아는 것


언제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1. 순수

으에에에엥!

마트 한가운데에 드러누어 칭얼대는 꼬마. 아이의 부모는 깜짝 놀라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는, 아이에게 다가가 왜그런지 묻는다. 그러자 아이는 방금전 사지 않기로 한 장난감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달라고 조른다. 아이의 부모는 만감(가계 재정 등)이 교차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서 장난감을 집어 계산한다. 그리고 언제 울었냐는듯이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이에게 헛웃음을 짓는다.

어쩔 수 없네.

......

아이다운 순수함. 아이의 순수란, 사람의 순수란 이렇듯 다른 것의 섞임이 없는 순수한 감정을 의미한다고 본다. 사전에서야 아이의 순수에 대해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 으로 예문을 통해 정의하고 있지만, 순수한 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쩐지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관점에서 순수한 악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다시피 선과 악이란 사람이 정하기 때문에 집단의 정의에 따라 결정된다. 다른 정의를 가진 집단의 선이 우리 집단에선 악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순수한 선이 우리에겐 순수한 악도 될 수 있는 법이다.

순수한 선이 있다면, 순수한 악이 있을수 밖에 없다. 그것이 사람이 만들어낸 선악이다. 그것과 별개로 사람의 종차원에서 선악을 구분한다면 간단히 사람의 기본욕구의 목적인 종의 번영과 생존을 위하거나, 어긋나는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길어지므로 일단 이건 여기까지.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순수는 다른 것이 섞임이 없는 순수함을 의미하며 그 순수함에 따른 감정들도 존재한다. 순수한 기쁨, 순수한 분노, 순수한 슬픔, 순수한 즐거움... 대표적인 희노애락을 포함해, 순수한 사랑, 순수한 외로움... 등 사람은 누구나 다 순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없다면 큰일이지.




2. 상실

어른이 되면 감정이 사라지는가. 나는 아니라고 하고 싶다. 사람의 감정은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무뎌지거나 그것을 감추는 것에 능숙해질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무뎌짐에, 그 능숙함에 자신의 순수한 감정들을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그 상실감으로 자신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럴리가 있겠는가. 간혹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긴급한 상황이 되면 자신의 순수한 감정이 나타나곤 한다. 정말 기쁠 때, 정말 슬플 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자신의 순수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순수한 감정을 느끼고 난 뒤에 행동 때문에 그 순수가 퇴색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순수한 감정이다.

그렇다. 순수는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둔해져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나타나지 않거나 자신이 스스로 감추었을 뿐이다. 그것이 철든 것인마냥 착각하고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감정, 순수한 감정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점점 더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사람의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어른이 되더라도, 자신의 순수는 지켜야하는 법이다.

사람이고 싶다면 말이다.




3. 보관

순수에는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순수의 이명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멍청함' 이다.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멍청할정도로의 순수함. 그 오명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받게 된 걸까?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순수한 감정을 왜 멍청하다고 하는 걸까. 그것은 순수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다르다.


첫째는 상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순수를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본인의 순수를 느낄 때엔 되살아났다고 느끼지, 그것을 평소에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순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없어졌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무감정하다고 말하거나 철이 들었다고 하거나 어른스럽다고도 한다.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여 잊는 것이 어른답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는 올바르게 받아드려지곤 한다. 혹은 똑똑하다고 까지 평하기도 한다. 그것은 슬픈... 일이다.

둘째는 보관이다.

대체로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것에 대해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순수를 버리지도 않고 알지도 않은채 소중하게 보관만 하는 경우다. 그것은 자신의 순수를 알게 되면 그 순수가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며, 순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을 감정을 알게 되기 때문에, 그 감정 속에 자리잡은 어두움을 직시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순수라는 이름의 유리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판도라의 상자마냥 두려움속에서, 그것이 깨지면 그 유리조각이 자신을 상처입힐까 무서워 애써 외면하는 것.

그것이 순수라는 유리상자속에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보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관하다보면 순수는 간직하되, 왜 그런지는 모른다. 기쁜데 왜 기쁜지 모른다. 화가 났는데 왜 화가 났는지 모른다. 슬픈데 왜 슬픈지 모른다. 즐거운데 왜 즐거운지 모른다.

왜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왜 그런지도 모르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니 자신의 언행을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 본인 자신조차 자신이 왜그런지 잘 모르는데 어찌 다른이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겠는가.

멍청할정도로 순수한 사람들은 순수하게 착한행동을 하지만 왜 그래야하는지, 왜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곧잘 호구취급을 당하거나 이용당한다. 그것은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모르기에 벌어지는 비극이다.

세상은 이처럼 자신의 순수가 소중하여, 혹은 두려워 알려고 하지 않고 보관하는 것을 가리켜 멍청하다고 한다.




4. 아는 것

셋째는 아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를 보관하는 것을 보고 멍청하다고 느껴 순수자체를 버리려고 하고 있고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순수를 보관했기에 벌어지는 것이지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멍청할정도로 순수한 사람이 이용당하는 까닭은 스스로 왜 그런 선행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선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세상이 말하는 선을 행한다. 왜 해야하는지, 하고 싶은지 모르니까 아무 데나 선행을 베풀고 자신의 알지 못하는 감정을 충족한다. 보통 기부금 사기가 성행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아무 데나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있으니 이곳에 선행의 감정을 충족하세요~ 라는 사기가 먹히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면, 자신이 선행을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위해 행동할 것이며, 알고 하기 때문에 호구취급당하거나 이용당하지도 않는다. 선을 베풀라고 하며 오는 자들을 보고도 그것이 진실된지 알아볼 여력이 있는 것도 스스로 선을 행하기 때문이다. 모르면 그냥 베풀고 자신의 감정을 채우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선행의 순수함이 퇴색되느냐, 그것은 아니다. 자신의 선행을 통해 다른 것에 이용해먹으려고 들면 퇴색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어떤 것이 선인지 확실히 생각하고 그것만을 위해 행동한다면 그보다도 순수한 것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건 그 선행을 이용하는 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라는 거다. 선행을 이용해 다른 것에 써먹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선행을 했으니 어느정도 악행을 해도 봐주겠지, 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위선자라고 한다.


물론 선과 악만 그런 것은 아니다. 순수한 감정들 모두 알고 행동한다면 멍청한 취급을 받지도 않고 자신의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다. 그저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추구해야할 사람다움이 아닐까.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순수한 감정도 왜 그랬는지 돌이켜보면 충분히 알 수 있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지 알게 된다면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어떤 것에 기쁜지 알고 있으니까, 자신이 기뻐할만한 일에 집중하고, 어떤 것이 화나는지 알고 있으니까, 화나는 일을 예방하거나 다른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 어떤것이 슬픈지 알고 있으니까 그것을 예방하거나 피하고 어떤 것이 즐거운지 알고 있으니까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에 집중한다.

어떤 것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다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게임에 대한 사랑은 알고 있기에, 다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하다.




5. 게임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왜 하느냐에 대해 '그냥'이라는 답을 내놓곤 한다. 그 사랑이, 그 게임에 대한 사랑의 순수가 퇴색되는 것이 두렵거나, 왜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 무서워... 그냥 재밌으니까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보관하는 것에 불과하지, 아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바보취급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으니 다른사람들이 보기에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에 시간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한 모르고 있으니 다른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 게임에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재밌다고 이야기 해봐야 와닿겠느냔 말이다. 다른사람에게 자신의 취미를 존중받으려면 다른사람의 이해가 필요한데 그것조차 불가능해버린다.


나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재밌어요! 왜 재밌는데?

몰라요 그냥 재밌어요! 뭐야 그거 재미만 있지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거 아냐? 그런거나 하니 교육에 방해만 되고 성장에 지장이 있지. 차라리 다른 취미를 가지렴.


나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재밌어요! 왜 재밌는데?

그 곳은 제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고,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기 때문에 재밌어요. 스포츠처럼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달성감도 있고요, 팀웍이 뭔지 알게 되었어요. 승부근성을 배울수도 있어요. 그리고 또 또 실력에 따른 계급이 존재하는데, 기존에 있던 자신의 실력을 뛰어넘어 자신의 한계에 넘어선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어요.

혼자서 열심히 해도 다른사람과 공조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다는 것도 배울 수 있고요, 정치질이라는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행동을 보고 어떤 식으로 하면 그런식으로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어요. 자신의 한계도 알 수 있어 겸허함을 알았어요. 승리를 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도 알았고요.

제게 맞는 챔피언을 선택해 어떤 스타일이 제 스타일인지 알게 되었고, 제가 무엇을 잘하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알았어요.

대리를 보고 실력에 맞지 않는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고요, 헬퍼를 보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자들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욕설을 내뱉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질서를 지키는 것으로 얼마나 깨끗해지는지 알 수 있었어요.

좋은 것 나쁜것 전부 포함해서 그곳은 또 다른 세상으로, 삶의 단편을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좋아해요.


......

뭐 게임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니 뭔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말이라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재밌다고 답하는 것과 재밌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 어느 것이 그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고 그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겠는가.


게임에 대한 순수한 감정을 그저 보관만 하는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바보취급당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바보취급이 쌓이다보면 우리 사회처럼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러분들이 자신의 순수를 알고 그것을 위해 살길 바라겠다.




---




1. 평점, 실제적용

고민해봤는데 질질 끌다가는 다른 것도 못쓸 거 같아 일단 보류합니다.
방법은 정해진 룰에 따라 (조금 바뀔 수도 있지만) 점수 위아래 부여하고 맘에 드는 플레이에 추가점수 주는 형태면 될텐데.. 마음 속에서 부담이 되네요. 의욕이 안생겨요.

다른 곳에서 평점을 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기대했다면 미안해요.

2. 국민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사람은 국민이라 생각해요. 지도자를 특별하게 여기면 안되요. 대리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실력에 맞는 계급이지 신분제는 아니거든요. 그 특별함은 이름에 구애받지 않아요.

황제의 권리와 노예의 책임을 받는 지도자들. 많지 않나요? 위아래의 특별함은 의미없답니다.

그런 관점에서 지도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은 우리나라 국민이고, 우리나라 국민이면 우리나라를 위한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3. 경기

IEM 고양시가 고양고양해서 귀엽긴한데 경기도 이중적인 의미에서 재밌어서 좋네요.

4. 이적

자신의 삶이니까, 자신의 선택이 되길 바랄게요.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잊지마세요. 부디 다른사람들에게 휘둘려 다른이의 삶을 살지 않도록 바랍니다. 그것은 ..너무 슬픈일이에요.

5. 케스파

매번 이변이 벌어졌던 케스파, 올해는 힘들어보이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 기대되요! 재밌는 경기 기다립니다.

6. 올스타

많은 사람들의 축제가 되길.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각해보니 저번에 인사를 빼먹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