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와 헬퍼, 시시한 특별함


언제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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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고 시시한 특별함을 멀리하라




0.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세상

내일 세상이 끝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가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아니었다. 문장도 좀 다르고... 심지어 스피노자가 한 말이 아니라는 말도 보았다. 어떤 문헌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니 아마 그럴 것 같긴했다. 그러나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물론 그 말을 하게 된 배경이나 의도도 중요하지만, 내겐 그 말로 어떤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중요했다.

내일 당장 세상이 끝나더라도, 나는 평소대로 행동할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는 굉장한 것이다. 보통은 있을 수 없다. 비일상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마 나는 나로 있기 어려운게 아닐까. 그러니 나는,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세상을 갈구하게 되고 만다. 아아. 나는 나약하구나.

어떤 일이 생겨도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것. 그것은 보통 있을 수 없기에 동경하게 되는 특별함이다.

오늘은 이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1. 특별함

반짝이는 특별함, 신성한 특별함, 우월한 특별함, 아름다운 특별함, 지저분한 특별함, 추악한 특별함, 시시한 특별함 등.

이처럼 세상에는 많은 특별함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특별함을 구별하기 보다는 특별함 자체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첫째. 인신공양

인간의 추악한 과거 중 하나. 인신공양. 보통은 하지 않는 그 행위에 어떠한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천재지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을 바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리 있겠는가. 그따위 짓 한다고 지구가 호응을 해줄리 만무하다.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가 사람이니까 특별한 것 뿐.


둘째. 고대 종교 금식

고대 종교 중 하나는 금식이 선이라 생각하고 행동한 사람들이 있었다. 현대에도 그것을 행하다 사망한 소녀가 있다. 구글 검색어 [고대 종교 금식] 이다. 기사를 보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역 언론은 소녀의 부모가 소녀의 금식이 가족들이 운영하는 보석 사업에 행운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 장기간의 금식을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 13세 소녀는 68일간 금식 후 사망했다.

제기랄. 사람은 특별하지 않단 말이다!! 우리가 사람이니까 특별한 것 뿐이지! 그따위 짓 한다고 행운이 올리가 없지 않는가! 하지만 그 특별함이, 보통 사람들은 하지 않는 '금식'이 가진 특별함이 어떤 힘이 있을거라 믿었고, 그 결과 한 생명은 사라졌다.

솔직히 나는 그 자신이 금식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긍정할 수는 없지만... 어쩌겠는가. 하지만 다른이들에게 그걸 강요하면 악이다. 사람의 선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 그것을 부정하는 금식은 결코 선이 될 수 없다.

그러니 그 소녀의 가족이 한 행동은 악이다.


셋째. 그 외

그 외에도 외모가 좋은 범죄자에게 팬클럽이 생긴다거나, 다른 범죄자와 다르게 오랫동안 탈주했던 범죄자의 패션을 따라한다거나 하는 등. 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범죄자조차도 추종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특별함이다.

특별하다는 것은 올바른 것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오로지 다르기만 하면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바르든 그르든 관계없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2. 멍청한 특별함

내게도 친척은 있다. 그리 많은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다지 친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꽤 인상깊은 사람은 있었다. 그래 있었다. 친적과의 교류가 어색한 내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걸었던 그 사람. 오만과 편견에 가득찬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그 사람. 별로 친하지도 않았지만 가장 좋은인상이었던 그 사람.

그 사람은 음주운전자 차량에 탔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제길! 화가나.


내 친척이 어떻게 해서 음주운전자 차량에 탑승하게 된 것인지 잘 모른다. 그 음주운전자가 왜 운전한건지도 모른다. 말해줄 사람이 없다.

왜 그랬을까. 돈이 아까웠나, 시간이 아까웠나, 자존심이 아까웠나 내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아마도, 술마셔도 운전 가능하다는 허세로 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아냐고? 실제로 겪었기 때문이다.

딱 한번 만나서 이야기했던 그 자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단다. 되려 왜 이런것에 겁먹냐고 한다. 할말을 잃었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객기가, 그 허세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걸까?

그건 말이다. 그냥 특별함이 아니다.

옹졸한 자존심을 채우려다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멍청한 특별함이다.




3. 공평한 특별함

존중의 척도가 상하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위면 뭘해도 귀하게 대접받고 아래면 뭘해도 천대받았다. 신분제 시절 남아있던 존중의 척도를 그대로 들고 있으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했다. 그러니 나는 존중의 척도를 위 아래가 아닌 역할수행여부로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그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금보다 돌을 귀하게 여기라는 말에 응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존중의 척도를 바꾼다는 일은 많이 어렵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매번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상하관계를 알 수 없어 존중의 척도가 바뀌는 사람이 늘어날거라 생각한다.

아니, 또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각으로 그칠게 아니라 그래야한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우리의 토양을 민주주의에 맞게 바꿔보도록 하자.



상하가 아닌 역할수행여부. 그것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지도자들에게 하인이 되길 요구하기도 하고 지도자 스스로가 국민의 하인임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선거때만 하인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주인의 권리를 쥐고 하인의 책임을 지기 위해서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진짜 하인처럼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도 있다.

정말 하인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하인취급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특별함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함은 다르기만 하면 특별해진다. 지도자들은 주인도 아니고 하인도 아니다. 우리와 같은 국민이다. 다른 사람보다 낮다는 특별함이라도 있어선 안된다. 지도자도 국민이다.


둘째. 책임

하인임을 자처하며 하인의 책임만 지려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다면 그들에게 하인이 되길 바라면 안된다. 그들은 같은 국민으로서 제 역할만 다하면 된다. 지도자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역할 중 하나다.

때론 봉사직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무슨 봉사직인가. 봉사직이라고 말하면 매우 섭하다. 돈받고 일하고 있는 떳떳한 직업 아닌가. 봉사는 베푸는 것, 그들은 우리들에게 베풀고 있는건가? 하사하는건가? 국정은 봉사활동이 아니다! 뭘 더 하라는게 아니라 제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셋째. 존중

무엇보다, 나는 제 역할을 다하는 지도자들을 하인취급하고 싶지 않다. 어느 누구나, 모든 사람은 제 역할을 다하면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존중의 척도다.

제 역할을 다하기만 하면 모든 사람은 전부 특별하다. 모든 국민이 제역할을 다해도 아마 특별할 것이다. 사람은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니다.

모든 국민에 제 역할을 다하게 되면 아마 특별한 나라, 특별한 국민이 되겠지.

이것이 공평한 특별함이다.



4. 시시한 특별함

쓰다보니 지쳐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대리와 헬퍼가 랭크가 높거나 실력이 좋으면 다른 대리와 헬퍼와 달라져 특별함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특별함이 아니다. 시시한 특별함이다. 그냥 보잘것 없는, 다른 대리와 헬퍼와 크게 다를바 없는 시시한 특별함이다.

아무리 높다고 한들 규칙을 어긴 이상 다른 대리나 헬퍼들과 동등하게, 애써 무시할 필요도 없고 높게 평가할 필요도 없이 그저 시시한 대리나 헬퍼로 대하면 된다.

그것이 특별함을 바라는 이들에겐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 될 것이고, 그들을 무가치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슈는 가치를 만든다. 노이즈마케팅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지 말길 바란다.

만약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특별하다며 추종하지 말길 바란다.

그런 시시한 특별함을 따르는 여러분들도 시시해진다.




5. 추구할 특별함

뭐 이미 답은 나와있다.

멍청하고 시시한 특별함을 멀리하고 똑똑하고 멋있는 특별함을 추구하면 된다.

모든 특별함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특별함을 추구하길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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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문조사

글쎄.. 설문 전화가 오긴 오는군요. 잠결에 받아서 하다가 끊어버렸는데..


2. 국민

법과 질서를 지킨 '모든' (지도자들 포함해서) 국민들에게.

칭찬. 잘했어요.



아리 헤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