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공포 아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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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필요하다.



0. 종교

나는 내가 싫었다. 그건 언제부터 였을까. 이제는 확신할 수 없는 추억이란 이름의 사진첩에 사진 한장을 꺼내본다. 생명을 약동시키는 여름해가 내리쬐고, 일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순간을 맞이한 매미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울음소리를 내는 그런 날, 어린 나는 동네 놀이터 주변에 앉아 개미굴을 나무가지로 찌르고 있었다.

왜 찔렀을까. 그건 아마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재미 혹은 호기심일테지. 그 시절 기억은 사진처럼 남아있기 때문에 왜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그럴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자 다음 사진이다. 세상은 크고 할일은 많았던 그 시절, 뭐든지 신기하고 재밌던 그 시절에 한 두명의 사람이 내게 다가와 상냥한 목소리로 유혹한다. 뭘로 유혹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사탕이겠지. 대게 그러니까. 그 유혹에 넘어간 나는 종교를 가지게 되었다.

종교에 대해 관대한, 어쩌면 아이에게 별로 관심을 쏟기 어려웠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가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종교에 빠져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가치, 척도, 선악, 중심, 사고방식, 생각, 사념 등 백지 상태였던 나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기도 전에, 그들이 만들어낸 틀에 맞춰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절망케했다.


그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린아이가 친구의 염주를 만졌을 때, 죄를 짓는 기분에 손목를 긁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 밤새 잠을 못이루고 손목을 움켜쥐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종교를 믿지 않는 부모가 걱정되어 밤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으면 잘못될까봐 벌벌떨며 무릎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종교의 모순 때문에,(어쩌면 귀찮아서) 중학교 입학 이후 종교에 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다른 종교에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머리속으로는 다른 종교들에 편견없이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박아놓은 것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답답한 일이다.

왜! 어린아이에게 당신들이 만들어놓은 죄를 심어놓는건가! 왜! 왜!! 왜 내가 나를 싫어하게 만들었나! 왜! 어린아이가 자기자신을 싫어하게 만들어야할 이유는 뭔가! 정말 밉다. 그 시절 나를 그렇게 만든 자들도 밉고, 어린아이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의 가르침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를 알지 못했던 ... 제기랄

이제서야 나는 나를 긍정하려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옳고 그름을 생각을 하려 애쓰고 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러니 내가 다른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아이들에게 종교를 가지지 말라고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사고방식이 잡히기 전 종교는 독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종교를 권하지 않을 것이다. 정 원하면 성장하고 나서 스스로 생각하여 선택하도록 해야한다.

제길 화가나! 우리 아이들을 죄인으로 만들지 말라고!! 생명체는 삶이 선이란 말이다!!!


......

왜 갑자기 종교이야기냐고? 이 종교의 특성이 우리사회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믿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공포를 통해 신앙을 유지시켰던 종교가 번졌던 것은 아마 우리사회가 이런 두려움에 지배당하던 사회였기 때문이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 높은 자(나이, 계급, 권력, 돈 등)들에 대한 두려움, 규칙에 대한 두려움, 등.

그렇다. 이번에 이 두려움, 공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공포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공포를 통해 우리사회를 마음대로 휘둘렀다는 사실은 [북풍]을 통해 어느정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총풍사건]이나 [평화의댐] 사건이 있다. 둘 다 구역질 나는 사건이다. 하나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것이고, 하나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북한이 서울을 잠기게 한다고 무섭게 만들어 평화의댐 성금을 반강제 모금한 것이다.

그 외에도 나라가 망한다며 국민들을 무섭게 만들어 자발적으로 금모으게 만들었던 [IMF]는 결국 기업 살만 찌워주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있어 정보를 취득할 수단이 있기 때문에 이런것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정부나 언론이 그러면 그런가보다 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이런 굵직한 것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생활부터가 우리는 두려움에 익숙하다. 존중의 척도가 상하관계에 있다는 것에 대해 계급차별주의라고 명명하였으나, 보다 더 쉬운 이름인 신분제시절의 사고방식이나 신분제시절의 존중의 척도라고 하는게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된다.

신분제시절의 사고방식으로 높은 것은 무조건 존중받았기 때문에, 높기 위해 상대를 두렵게 만들어 낮게 만들었다. 부모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무섭게 해 존중을 받았다. 스승은 자신들의 제자들을 무섭게 해 존중을 받았다. 선배는 자신들의 후배들을 무섭게 해 존중을 받았다. 상사는 자신들의 부하들을 무섭게 해 존중을 받았다.

간단히 위는 아래를 무섭게 해 존중을 받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공포가 익숙했기 때문에 믿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공포를 통해 신앙을 유지시켰던 종교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나라 토양에 걸맞는 식물이었다.

뭐, 이런 문제 또한 인터넷이 해결해주리라 믿는다. 정보공유가 자유롭고 상하관계가 없는 커뮤니티란 얼마나 쓸모가 많은지.



2. 규칙

두려운 것을 존중한다. 그것이 익숙했던 우리나라는 규칙 또한 그렇게 접근했다. 규칙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규칙이 [무서워]서 그것을 지킨다.

법이 필요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법이 무서워서 지킨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아니 법이 무서워서 지키지 필요해서 지키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렇겠지. 지금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왔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그렇다. 대리는 법에 걸리지 않잖아요? 헬퍼는 법에 걸리지 않잖아요? 그것이 분명 안좋은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법에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무섭지 않은 규칙은 지키지 않겠다는 말이란 이야기다.

권력자들이 왜 법을 지키지 않을까? 그것은 법이 무섭지 않기 때문이다. 신분제적 사고방식이 남아있어 높은 것을 존중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높은 자들이 죄를 지으면 죄가 경감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황제노역]. 어떤 자가 탈세혐의로 38억6000만원 벌금을 미납해 노역장에 유치됐는데, 유지기간이 3년으로 제한되어 일당 400만원 가까이 책정된 사례가 있다. 그 사례로 인해 한 의원이 노역장 유치를 6년으로 늘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일당 200이나 400이나 시민들 입장에선 입술이 삐죽 나올만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규칙을 어긴 기업회장들이 광복절 특사 따위로 풀려나는 사례들을 보면 정말 유전무죄다. 크크크 나아쁜 사람들.



3. 필요

법은 무서워서가 아닌 필요해서 지켜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은 공정하고 상식적이며 실질적인 법률 적용이다. 높든 낮든간 공정하게 적용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것인지 생각해 중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실생활에 맞는 현실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적용할 때에도 법은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어 서로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이좋게 만들기 위해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규칙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필요]하다.

생각해보자. 세상 천지에 규칙이 없다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바로 선이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욕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양해를 구해야하는데 그 양해 방법이 바로 법이나 예절 도덕 윤리 같은 규칙이다.

돈이 없어 물물교환을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줄을 설때도 새치기를 하면 얼마나 불편한가. 모든 것에 규칙이 없다면 도대체 뭘 기준으로 행동하고 양해를 구해야하겠는가. 그 혼란은 불편을 야기하고 서로를 싸우게 만든다.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라도 규칙은 필요하다.

뭐 달리 생각하면 규칙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있는 것이니 숨이 꽉막히는 뻣뻣한 예절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예절정도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제삿상이니 뭐니, 전통도 중요하지만 뭣보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4. 커뮤니티

간혹 보면 규칙없는 커뮤니티가 지상낙원인마냥 말하는 사람들이 규칙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대부분 그들은 일명 어그로라는 이름으로 비판받지만 규칙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 무규칙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비문명적인 생각이다. 어느 문명에 규칙이 없나. 규칙은 서로를 무섭게 하는게 아니라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친목금지라던가, 도배금지라던가, 욕설금지라던가, 그런 것들이 개인의 자유를 옳아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편하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있는 것이다. 인벤 규칙이 무서워서 지키는건가? 현실에 제재라도 오는건가? 아니지 않나. 그저 편하고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규칙이 적은 동네도 있다. 이를테면 트위터 같은 곳은 규칙이 거의 없다. 아무래도 개인공간이라는 생각이 짙기 때문에 규칙이 적은 편인데, 그러다보니 규칙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생각과 말들이 안좋은 이슈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트위터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을 문명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규칙이 필요할거라 생각되지만 뭐 알아서 하겠지.

아무튼,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규칙을 정하다보니 개개인은 불편할 수도 있다. 친목좀 하고 싶은데 규칙이 금하니 답답할수도 있다. 관심받고 싶어서 도배좀 하고 싶기도 하고, 화가 나면 욕질도 좀 하고 싶고 답답한 마음에 짜증도 부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상대도 마찬가지다. 맘대로 하고 싶어도, 나와 너와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스스로의 욕구를 규칙을 통해 충족시키고 있다. 소외받는이가 없도록 친목을 하지 않고, 소외받는 글이 없도록 도배를 하지 않고, 기분나빠할 사람이 없도록 욕설을 쓰지 않는다.

모든 규칙은 이처럼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문명인이 갖춰야할 기본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5. 리그오브레전드

현실의 규칙과 달리 인벤이나 리그오브레전드의 규칙은 대체로 공정하게 적용된다. 간혹 불공적하게 적용될 때가 있어 비판을 받았는데, 그것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러니 커뮤니티 규칙이라고, 게임 규칙이라고 대충 적용하지 말고 공정한 적용을 통해 유저들이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지켜나가게끔 해야할 것이다.

뭐, 굳이 말은 안해도 공정하게 잘하겠지만.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이 게시판 규칙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은 게시판 이슈 때 대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라이엇코리아도 게임 규칙를 지키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대리를 처벌한다거나 헬퍼를 처벌한다거나, (물론 유저는 덜만족하지만) 그것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유저들도 게시판 규칙이나 게임 규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그러면 적극적으로 게시판 이용규정에 의견을 내거나, 대리나 헬퍼를 방치하는 라이엇코리아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았겠지.

그러니 유저들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 규칙을 무서워서 지키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서로 알고 있지 않나. 그것은 대게 필요해서 지킨다. 게시판을 즐겁게 이용하기 위해 규칙을 지키고, 게임을 즐겁게 하기 위해 규칙을 지킨다. 그런 것처럼 현실의 규칙도 무서워서 지키기보다 필요해서 지키길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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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무 급식

무상 교육이 아닌 의무 교육.
무상 급식이 아닌 의무 급식.

이름만 바꿨는데 참... 그렇죠.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고 의무적으로 잘먹고 잘커야합니다.
나라의 미래를 성장시키는 것은 의무입니다.
어떤분이 댓글로 써서 알았습니다.


2. LCK 올스타

LCK 올스타.

정말 재밌어 보입니다. 다른스포츠처럼 했으면 좋겠네요.
어떤분이 채팅에 써서 알았습니다.


3. 게임 핵 방지법

잘했어요. 칭찬.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