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폭풍이 있었다.


국내 활성화된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는 아마도 롤 인벤이 가장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롤갤은 디씨의 갤러리 특징상 세부 커뮤니티 구분이 되어있지 않고, 네이버 카페는 카페라는 특징상 친목성이 강하기에, 친목을 배제하고 게임에 대해 세분화된 게시판별로 대화할 수 있는 롤 인벤은, 그러니까 롤 인벤 그 자체는 아마 가장 세력이 강한 커뮤니티일 것이다.

하지만 롤 인벤은 그간 프로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 조장과, 이를 따라 비판, 또는 비난하는, '물타기'로 대표되는 잘못된 커뮤니티 문화, 이를 방관하는 관리자의 실태로 많은 지탄을 받았고, 물론 앞으로도 받을 것이다. 장담하건데 말이지.

이 와중에 결국 사건이 터졌다. 자세한 내용은 굳이 작성하지 않겠다만, 분명한 사실은 커뮤니티 내에서 한 프로 선수가 이미지상 지대한 타격을 받았다는 것 이다.

인벤 측은 본인들의 과실을 수정하였다고 공지했으나, 대한민국 인터넷은 좋은일은 묻히고 나쁜일은 퍼지는 기묘한 구성을 갖고있다. 아마 해외라고 다를것도 없겠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 확언은 하지 못하겠다.

그 이전에도 유저들의 이중성이나 물타기, 또는 수준과 같은 커뮤 내 폐급문화에 질려버린 유저들의 유출은 분명 존재했으나, 결국 마땅히 인벤과 경쟁할만한 커뮤니티의 부재 때문인지 인벤은 큰 탈 없이 순항을 계속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였다. 거대한 순양함이 선실에서 칼부림이나든 욕지거리가 난무하든 일단 침몰하지는 않고 굴러갔다... 는 의미다.

허나 아무래도 이번 일은 그간 이러한 인벤의 패악한 단점들을 경험하며 쌓일대로 쌓인 유저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는지, 마침 베타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한 모 전적검색 사이트를 중심으로 비교적 크게 유저 유출이 일어나는 실정이다. 실제 해당 사이트에서는 구 롤인벤 유저였던 신규 유저들이 커뮤니티의 시스템적 개선 방안을 빠르게 건의하고있고, 관리자 역시 굉장히 긍정적인 자세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당 사이트는 전적검색/통계 측면에서 다른 경쟁 사이트에 비해 굉장히 대중적이고 높은 인지도와 활용도를 갖고있었다. 한가지 문제라면 MMR 시스템이 타 사이트에 비해 신뢰도가 낮다는 점이 있겠지만, 잘 정리된 특색있는 인터페이스와 사이트가 유저들의 호응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꾸준히 문제를 지적받던 롤인벤은 사고를 터트렸고, 메이저한 관련 사이트가 커뮤니티 서비스를 베타로 실시했으며, 해당 사이트 관리자는 커뮤니티 활성화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지금, 여러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줄 안다면 당연히 롤계 커뮤니티의 판도가 바뀌리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결코 그렇게 될 것만 같지는 않다.

유저들은 결코 변화를 즐기지 않는다. 변화라는것이 처음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과, 과거의 과오를 재탕하지 않으리라 하는 결심에 뭔가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결국 이미 잘 갖춰진 커뮤니티에 익숙하던 유저들은 본인들이 개척자로써 꾸준히 일해야 한다는 점에 지쳐버리고 만다.

또한 내부가 썩어들어가든 무슨일이 일어나든 대외적 인지도 면에서 압도적인 기존 커뮤니티를 신규 커뮤니티가 능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결국 개척자들은 자신이 발을 담근곳이 고인물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이를 홍보한다면 분명 기존의 커뮤니티와 동등한 수준까지 성장 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들 중 그럴 의지가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않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손해를 수반하는 찬란한 미래보다는, 일단 앞에 놓여있는 달콤함에 꾀이는 것을 선호한다. 굳이 노력해서 될지도 안될지도 모르는 짓을 하는 것 보다는 그냥 현실에 순응하고 기존의, 메이저하고 잘 정립된 카테고리별 게시판을 갖춘 롤 인벤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결코 새로 커뮤니티를 개척하는 자들을 의지박약이나 헛짓거리 하는 무지몽매한으로 매도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기전에도 수번 이러한 커뮤니티의 분열와 일부세력의 독립을 본 나로써는 지금의 신 커뮤 개척이 회의적으로 느껴 질 뿐이다.

물론 상술했듯이, 개척자들의 꾸준한 노력은 분명히 열매를 맺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케이스에 비해 롤 인벤이 건재하리라고 느끼는 것은 아래와 같다.

1. 커뮤니티의 인지도.

-롤 인벤은 가입을 해야만 열람이 가능한 네이버 카페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다. 모든 게시글을 비로그인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 점은 롤 인벤의 잠재적 인지도나 이용자 수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공략으로 대표되는 몇몇 인벤만의 특별한 아이덴디티는 타 커뮤니티의 추종을 불허한다.

2. 세분화된 카테고리

-사실 디씨도 비 로그인 상태에서의 열람은 가능하다. 디씨의 하위 갤러리인 롤갤 역시 마찬가지다. 롤갤은 물론 가장 짧았던 전성기를 지니고 있지만, 분명 디씨의 수도갤이었던 과거도 있는 만큼 인지도 면에서 롤벤에 밀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허나 디씨 롤갤은 게시판 자체가 단일 갤러리인 면에서, 커뮤니티가 단순한 롤 관련 수다방 느낌을 갖게 한다. 단순히 롤갖고 떠들고 싶다면 롤갤도 좋은 선택이겠지만, 그리고 무언가를 물아보는 데에도 굳이 롤갤을 거를 것도 없겠지만, 이미 정립된 공략이나 팁, 노하우를 찾아보는 데에는 일일히 키워드를 통한 검색이 필요하며, 출력된 다양한 검색결과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아봐야만 한다.

3. 레벨제

-롤벤의 다양한 병신짓의 원천이기도 하기에, 이 문단에 대해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뇌피셜임을 밝힌다. 롤벤은 레벨과 레벨에 대해 외관이 바뀌는 시스템을 사용중이며, 이는 본인의 활동이 직접적으로 본인 또는 타인에게 보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물인 레벨이라는 시스템과 딱지 시스템은 커뮤니티 내 유저의 충성도를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허나 롤벤이 현재로써는 충성할만큼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 문단에서 서술하는 의미는 실질적으로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신규 커뮤니티가 악마성과도 같은 롤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면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나 커뮤니티와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정착한 유저들이 변화를 꺼려하는 성향이 짙다. 다행히도 현재는 롤벤 내 친목이 배제된 편이라 폐쇠성이 강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딱이상 고렙들은 인벤 망할까 걱정하지 말고 평소 하던대로 프로들 까다가 본인들끼리 병림픽 열면 된다. 폭풍한번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인벤은 굴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