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어느 부분을 보고 lck의 어떤 팀이 생각났습니다. 좋은 내용이다 싶어 옮겨봅니다.



『 일본에 스모의 신으로 불리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후타바야마입니다. 이 선수는 지금까지 일본 스모 역사상 최고인 69연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눈앞에 둔 70연승의 대기록 앞에서 좌절했습니다. 70연승에 실패하는 패배를 당하고나서 후타바야마는 바로 자기 지인에게 다음과 같은 전보(편지)를 칩니다.


  '내가 나무 닭의 경지를 지키지 못했다.'


  '나무 닭'은 [장자, 달생]편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투계(닭싸움)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자기 닭을 가지고 닭을 잘 훈련시키기로 유명한 기성자라는 사람을 찾아가지요. 기성자한테 왕은 자신이 가지고 간 닭을 백전백승의 싸움 닭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열흘 후에 왕은 기성자를 찾아갑니다. 닭이 잘 훈련되었는지를 묻자 기성자가 말합니다.

  "아직 덜 되었습니다."

  이에 왕이 왜 아직 덜 되었다고 하느냐고 묻자 기성자가 말합니다.

  "닭이 허세가 심하고 여전히 기세등등합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합니다. 열흘 후에 다시 오십시오."

  왕은 돌아갔다 열흘 만에 와서 다시 묻습니다.

  "이제는 되었느냐? 이제 백전백승할 수 있는 닭으로 길러졌느냐?"

  기성자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 닭은 아직도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다른 닭의 날갯짓하는 소리만 들어도 싸우려고 덤빕니다. 그러니 아직은 안 되겠습니다."

  우리 생각으로는 이 정도라면 투계로서 굉장히 잘 길러진 것으로 보이는데, 기성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왕은 이번에도 그냥 돌아서고, 다시 열흘 후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이제 되었느냐?"

  기성자가 그때서야 이제는 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자 왕이 묻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지금은 되었다고 하느냐?"

  그러자 기성자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다른 닭이 울고 날갯짓하는 소리를 내도 꿈쩍도 안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그 모습이 나무로 만들어놓은 닭 같습니다. 이제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지도 못하고 도망가버립니다.


(...)

  일본에 미야모토 도쿠조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스모에 정통했는데, 1985년에 펴낸 저서 [리키시효하쿠(스모 선수의 유랑)]에서 후타바야마가 시합에서 어떤 상대를 대하더라도 "태연자약하고 조금의 동요도 없었으며" "상대 선수가 후타바야마의 기세 없는 기세에 눌려서 자멸하는 것 같았다"고 묘사합니다.

  여기서 '태연자약'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태연자약에서 자약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기로만 되어 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태연은 아주 크고 넓고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태연한 사람은 자약하고, 자약한 사람은 아주 태연하지요. 태연자약은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자신만의 흐름이나 결에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모습입니다. 태연자약한 후타바야마의 '기세 없는 기세'에 눌려서 상대가 자멸하는 것이나, 나무 닭의 '온전한 덕'에 눌려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지도 못하고 도망가버리는 것은 매우 닮아 있습니다.

  기성자가 닭을 이십일 동안이나 훈련시키고도 왕에게 아직 안 되었다고 말한 것은 닭이 자신의 힘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기보다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후타바야마가 70연승에 실패한 원인을 나무 닭의 경지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돌린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69연승까지는 상대에 흔들리거나 승수를 의식하지 않았는데, 70연승에 도전하면서는 70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의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면서부터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져서 온전히 자기 게임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70연승과 경쟁하게 된 것입니다. 자신을 지켜주던 원래의 리듬을 잃게 된 것입니다. 태연하게 자신의 스모를 하지 못하고, 70연승과 경쟁하는 스모를 하도록 자신을 방치했습니다.

(...)

  조금 나은 수준이 약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그것을 1등이라고 하는데, 1등은 상대적으로 누구에 비해 높은 것이지 자기에게서만 발현되는 절대적 높이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일류'는 절대적 높이를 보여주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합당해지는 칭호입니다.

  절대적 높이를 가진 자는 외부에 반응하는 것을 자기 업으로 삼지 않습니다. 자기를 이기려 하지 타인을 이기려 하지 않습니다. 경쟁 구도 속으로 스스로를 끌고 들어가지 않습니다. 경쟁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서 그 구도 자체를 지배하거나 장악합니다. 자기 게임을 할 뿐입니다. 태연자약한 태도로 말이죠. 그래서 자기가 애써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멸함으로써 승리자의 지위를 오래 유지합니다. 마치 나무 닭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노자도 "자신을 이겨야 진짜 강자다"라고 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일등보다는 일류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일등은 판을 지키는 사람이고, 일류는 새판을 짜는 사람이죠.』



  어떤 팀이 생각났는지는 알알랴주겠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모든 팀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죠.

  그래도 그 팀에게 조언이랍시고 몇마디 적겠습니다.

  팀웍을 갖추도록 노력하십시요. 이것은 한순간에 마음만 먹는다고 되어지지 않습니다. 오래도록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당신들의 포텐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등도 좋지만 우선 1류가 되려 하십시요. 일을 할 때 필요한 태도는, 최선을 다 하면서 그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 태도입니다. 태연자약 하십시요.

  팀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팀의 선수들과 코치진분들이 위의 글들을 보고 어떤 좋은 것들을 얻어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팀의 수많은 팬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 팀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미약하지만 응원한다는 말을 보태며 이 글을 올립니다. 부디 즐겜하시고 행복하시길.



  『』안의 내용은 최진석님이 지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의 p.258~264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안의 편지, 닭싸움은 본인이 적어 넣은 것이며, (...)를 사용하여 빠진부분을 중략표시 하였습니다.
  '일을 할 때 필요한 태도는, 최선을 다 하면서 그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 태도입니다.'의 문장은 버틀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 나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