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결과를 만든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커가 혼자서 칼날부리를 견제하러 들어온 이 장면. 페이커의 포지션은 적 챔피언 삼각형의 내심에 위치해 있었고 그로 인해 퍼블을 헌납하면서 결국은 게임 패배의 원흉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이번 가오슝 대참사를 만들게 된다. 아마 이 장면은 페이커 프로 인생에서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페이커는 왜 이런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적어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생각도 없이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페이커에게도 나름 생각은 있었을 것이며 그게 무엇인지 대충이나마 상황을 보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이것이 역대급 판단 미스라는건 이견이 없다.

 

일단 칼날부리 견제를 하는 이유는 정글러를 말리기 위해서이다. 현재 블루 진영에서의 정글 스타트는 정글러가 칼날부리를 먹고 2렙을 찍은 이후 그 사이에 바텀이 리시를 해준 레드를 먹고 빠르게 렙업을 하는 동선이 거의 정석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정글러가 2렙을 찍기 위해서는 칼날부리를 다 먹어야 한다. 단 하나라도 놓치면 2렙을 못찍는 것이다.

페이커의 생각은 아마도 칼날부리 하나라도 방해를 하면 2렙을 못찍은 상태로 체력이 빠진 채로 레드를 먹어야 하며 이를 통해서 적 정글을 말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의아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울프가 와드를 통해서 코그모가 부쉬에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페이커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페이커는 그것을 보았음에도 그냥 들어간다. 여기서 페이커가 코그모가 있음에도 그냥 들어간 이유는 바텀 웨이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이미 뱅은 바텀을 먹으러 가고 있었고 첫 웨이브가 서로 만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바텀 라인전에서 첫 웨이브를 빨리 먹고 2렙을 빨리 찍는것은 바텀 라인전에서 아아아아아아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스포티비 해설진들이 언급했던 것 처럼 페이커는 아마도 코그모가 자신을 견제하기 보다는 그대로 바텀 웨이브를 먹으러 갈 거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코그모가 그 위치에 있다는 것을 레드 리시도 안했다는 것이라 렉사이가 2렙을 못찍으면 혼자서 레드를 먹어야 하니 정글을 말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것.

 

또 다른 근거라면 울프가 꽤나 가까운 곳에 있었고 본인이 스펠을 다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혹시 자신에 대한 견제가 들어오더라도 울프가 커버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거기다가 코그모, 갈리오(보통 q를 찍는다고 치면)는 1렙에 cc가 없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페이커는 칼날부리 한번 견제로 적 정글을 말릴 수 있는 반면 설마 상대편이 바텀웨이브 까지 버리면서 모든 스펠을 쏟아부어서 자신을 잡으러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판단에는 여러가지 잘못된 점이 있다. 사실 위에 열심히 주저리 써본것은 페이커가 어떤 생각을 했는가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한 거고 실제로는 페이커가 이런 판단을?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판단미스인것이

 

1. 적의 위치를 알면서도 설마 날 잡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미드의 중요성을 생각해본다면 이런 기회는 바텀 웨이브를 버리더라도 충분히 잡을만 하다.

2. 밴픽을 보면 카시가 갈리오를 빡세게 견제해서 죽이지 않으면 답이 없는 조합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스펠과 목숨을 걸고 들어간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3. 설령 스펠을 써서 산다고 해도 스펠을 쓴것 자체가 이미 카시의 견제력을 뚝 떨어트리며 갈리오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준다.

4. 울프는 이미 등을 돌리고 있는것을 보아 바텀으로 내려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울프가 가까운 곳에 있지만 뒤를 봐주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볼 때 팀적인 콜도 잘 안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근데 울프도 같이 들어왔으면 더블킬 났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까 뭐 어떻게 피드백을 해야 할지도 알기 힘든 총제적 난국의 판단미스인 셈. 이걸 보면 결국 오만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끝으로 나는 슼의 가장 큰 강점중 하나가 자신감은 있되 자만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번 게임은 그냥 자만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실망이 너무 크다. 결국 슼도 은연중에 자만하고 있었다는 것을 리라를 통해서 드러나 버린 셈. 앞으로는 자만하지 않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