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초부터 개발팀에서 짧게 짧게 향후 패치에 대한 입장들을 공유해주었는데, 이를 대략적으로 취합하여 쭉 엮어드리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특성상 개인적인 사견이 포함되었을 수 있으므로 대략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용도로만 읽어주세요.)

이러한 챔피언들이 쐐기 역할이 되어 라이엇이 원하는 메타로 흘러들 때까지 엇나가지 않고 메타를 억제하는 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니코는 13.11 글로벌 기준 픽밴률 98%, 서머 시즌 전체를 통틀어 보더라도 92%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애니도 니코의 아성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슷한 지위에 있지요.

니코의 독특한 궁 이니시를 차치하고서라도, 특유의 파괴적인 라인전 수행능력, 변수창출 능력 등은 다른 어떤 챔피언을 고르더라도 의식하게 됩니다. 니코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버틸 수 있는가? 니코의 변수창출에 어느정도의 저항능력이 있는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애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싫어 이들 챔피언을 밴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밴카드를 소모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챔피언이 한정됩니다. 즉 이러한 쐐기형 챔피언의 존재 자체가 다른 모든 챔피언의 등장 여부를 결정하고, 픽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 것입니다.

13.5 리워크 전 아지르와도 비슷한데, 당시 라인전 무상성의 아지르를 두고 라이엇은 "아지르의 존재 자체가 다른 모든 AP메이지의 등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예를 들었던 것은 제라스였는데, 비단 제라스에 한정된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아지르 상대로 라인전 버틸 수 있나? , 그렇게 버텨서 후반이 확실히 좋다고 말할 수 있나?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되거든요. 실제로 아지르가 리워크 이후 프로씬에서 사장되자, 이전보다 비교적 다양한 AP메이지들이 시도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아지르의 픽밴률을 50%까지는 허용하는 것도(픽밴률 50%까지는 너프 안 받음), 현재의 아지르가 만약 더이상 그런 무상성 쐐기픽이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AP 메이지들과 다를 것 없는 상성을 가진 조건부 픽이라면, 굳이 그것까지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이번 시즌 초 라이엇이 직접 밝힌 '좋은 메타'는 '유저(프로도 포함) 손에서 순환하는 메타'입니다. 라이엇이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메타로 '유도'는 하되, 인위적으로 직접 손을 대서 판을 뒤엎는 일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인데요, 당시 예시로 언급된 것은 그라가스였습니다. 그라가스는 직접적인 버프를 받은 것이 없습니다만, 어느샌가 LCK에서 페이커 등의 뛰어난 선수들을 중심으로 메타픽으로 부상했죠. 당연히 그라가스에게 대항할 수 없는 픽들은 차츰 내려갔고, 올라오는 픽들 역시 그라가스를 고려하고 있게 되었죠. 결국 픽의 우선순위가 변하면서 메타도 변하게 됩니다. 과정중 운영상의 개입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넓게는 원거리 딜러 역할군의 과도한 성능, 좁게는 제리 & 유미 같은 대처 불가능의 픽들처럼, 사실상 유저 손에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은 직접 칼질을 하게 됩니다. 혹은 아무리 시간을 주어도 파훼법이 발견되지 않고 철옹성처럼 메타를 지키는 챔피언들의 경우에도 칼질이 들어갑니다. 최근에는 징크스, 아펠리오스 등이 그렇습니다.

2. 현재 라이엇이 원하는 미드 메타는 AP 메이지들의 복귀입니다. 이 부분은 직접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원딜로는 징크스, 아펠리오스보다는, 애쉬, 칼리스타와 같은 픽들이 좀 더 쓰이길 원하고 있지요. 이러한 AP 메이지들이 강해지면서, 아지르 같은 챔피언들의 성능을 보다 안정권에 유치시킬 수가 있습니다. 아지르가 아리나 코르키 같은 챔피언 상대로는 라인전도 무난하게 버티며 강점인 후반까지 게임을 이끌고 갈 수 있지만, 신드라, 빅토르, 라이즈 같은 챔피언들, 심지어는 카운터로 알려진 제라스 같은 챔피언까지 미드 메타로 돌아온다면? 원거리 챔피언 상대로의 라인전이 이전에 비해 약해진 아지르로서는 초반 구간을 버틸 수 없게 되고, 그렇다고 해서 이들 챔피언이 후반 캐리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픽의 우선순위가 내려가거나 혹은 아예 밀려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지르를 따로 너프하지 않고도 대회에서의 픽밴을 억제할 수가 있게 되죠. 이는 솔로랭크에서의 아지르에게 보다 많은 성능을 지켜줄 수 있는 여유가 됩니다. 쫓겨난 미드 메이지들을 되돌리는 작업의 첫 타자로 제라스가 선택된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반면 이번 시도된 콩콩이 아지르가, 단순히 아리나 코르키 같은 챔피언 상대 뿐만 아니라 그냥 대다수의 챔피언 상대로 라인전이 강하다고 한다면, 즉 이전의 무상성에 가까운 느낌이라면, 이런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조정할 수 없을테니 아지르라는 챔피언 자체의 초반 구간을 다시 너프할 수밖에 없겠죠.

3. 그러나 이러한 메타 유도는 그 자체로 상당히 많은 상성 관계에 얽혀있기 때문에, 여러 패치에 걸쳐 조심스럽게 행해집니다. 예컨대 정통 AP 메이지가 아무리 좋은 성장을 해봤자 제리 & 유미의 캐리력을 넘어갈 수 없다면, 결국 AP 메이지를 쓰는 일은 없겠죠. 이는 미드 메타 뿐만 아니라 탑 챔피언의 픽 또한 좌우하게 됩니다. 솔로랭크에서는 탑이 보다 소외되는 현상을 야기하죠. 아리와 같은 캐리력보단 메이킹에 특화된 챔피언들이 주류픽으로 올라오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텀 라인의 오랜 문제점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여기에는 결국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메타가 흘러가되, 결코 예상 밖의 범주로 엇나가지는 않게 막아주는 쐐기들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니코와 애니 같은 유형의 챔피언은 좀 많이 사기더라도 그런 역할로서 오랫동안 살아남고, 새로운 메타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직접 너프 + 바뀐 메타와 안 어울림의 2단 폭격을 맞고 침몰하게 됩니다.

다만 실제로 현재 메타가 많이 변했고, 어느정도 새로운 메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역할을 다 한) 니코는 너프를 받을 가능성이 높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