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롤에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주역을 캐리라고 칭하지만, 원래 AOS장르에는 '캐리' 라는 포지션 자체가 따로 있음.

롤이 출시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도타,카오스부터 캐리라는 포지션이 따로 존재했음.
도타와 카오스 시절에는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게임이 많았기 때문에, 후반전 보험을 위해 초반에는 약하지만 후반에 잘 성장했을때 정말 강한 애들을 조합에 필수적으로 하나씩 넣기 시작했고 그게 아예 캐리 포지션으로 굳어짐. 이때부터 서포터 포지션이 캐리를 키운다는 개념도 생겼었고. 

그리고 얼마뒤 롤이 출시됐고, 많은 도타,카오스 유저들이 롤로 넘어오기 시작함. 롤 완전 초창기에는 포지션이나 라인에 대한 개념이 미약했는데, 이미 AOS경험이 많았던 도타랑 카오스에서 넘어온 유저들이 기존 도타에서 사용하던 포지션 개념을 롤에 넣기 시작함. 그중 하나가 바로 캐리 포지션임.

어떤 AOS게임이던 필연적으로 후반에 강력한 캐리형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챔프를 찾던 도중 평타 기반 원거리 챔프가 후반에 굉장히 포텐셜이 높다는걸 발견함.

롤 초기엔 후반에 강한 챔프를 미드로 보내는게 정석이였음.아무래도 라인이 짧아서 포탑 허깅을 좀더 수월하게 할수 있으니까. 그래서 원딜들이 처음엔 미드 솔라인을 많이 갔었음. 나도 이때부터 북미에서 롤을 했었는데 내 기억상 원딜들은 미드로 섰던걸로 기억. 그리고 지금처럼 서포터가 바텀에 붙어있질 않았고 도타 서포터, 카오스 래퍼드,나참처럼 정글이랑 둘이서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갱킹을 하는 로머 포지션 역할을 했었음. 

그러다가, 시즌1을 기점으로 새로운 메타가 찾아옴.  

후반 캐리를 담당할 평타기반 AD원거리 딜러를 캐리 포지션으로 보내는데, 미드가 아닌 바텀으로 서포터와 함께 보낸거임. 그리고 원래 원딜이 서던 미드를 AP메이지형 챔프가 서게됨. 

그리고 모두가 다 아는 프나틱이 이 조합으로 우승을 하면서 EU메타가 정석으로 자리잡음. 

이 EU조합이 워낙 안정적이고 강해서, 각종 해외 리그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즌2~3부터 전세계 거의 모든 팀들이 EU조합을 사용했음. 한국은 시즌2부터 국내 서비스가 되었는데 시즌2때 (전MIG)아주부, 나진같은 강팀들도 전부 EU조합을 사용함. 그리고 아마 이때 MIG블레이즈 캡틴잭 그레이브즈에 반해서 원딜을 시작한 원딜 유저들도 많을거라 생각함. (나도 그중 한명)

원딜이 캐리라는 포지션이 되었던건 롤 완전 초창기부터였고, 초반에 미드라인에 섰던 이유, 그리고 EU메타에서 서폿과 함께 라인을 섰던 이유도 캐리 포지션이기 때문이였음. 

사람들이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함. 
왜 니들 원딜이 무조건 캐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냐? 왜 무조건 후반에 니들이 쎄야하고 왜 니들을 꼭 키워야 하냐? 

왜냐면 원딜이라는 포지션의 근본이 캐리 포지션이기 때문임. 원딜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캐리를 담당하기 위한 포지션으로 탄생한거임. 한국에서는 원거리 딜러라는 명칭을 줄여서 '원딜' 이라고만 부르지만, 롤의 시초인 북미,유럽에서 원딜을 지칭하는 명칭은 ADC. AD Carry임. AD캐리.

그래서 당연히 원딜은 초반에 약할수밖에 없음. 어떤 AOS게임에서 캐리 포지션이 초반에도 쎄고 후반에도 쎔?
당연히 후반에 강력하니까 초반에 약한건 정상이고, 초반에 영향력이 적은것도 정상임. 라이엇이 EU메타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원딜챔은 그렇게 설계가 되었음.   

원딜은 후반으로 가는 게임에서 후반 캐리를 위한 보험으로 넣는 포지션이고, 게임의 길이가 짧아진다면 당연히 힘을 쓰기전에 게임이 끝나버림. 정상임. 그런데 도타 카오스는 게임이 항상 길었지만, 롤은 갈수록 평균 게임 시간이 줄어들고 있고 그건 라이엇이 의도적으로 게임 시간을 줄이는 패치를 했기 때문. 그래서 게임 시간이 줄어든게 원딜에게 영향이 크게 옴. 

또 유저들의 인식이 다른점이 있는데, 다른 AOS게임에선 유저들이 서로 캐리를 정말 열심히 키움. 상대 캐리를 많이 견제하기도 하고. cs도 캐리한테 엄청 몰아주고, 캐리 보호가 장난아님. (모든 게임이 그런건 아니지만) 심지어 레벨,아이템 개념이 없는 시공에서도 예전 캘타스처럼 스택쌓고 후반캐리하는 애들 스택쌓다가 절대 죽지않게 보호함. 왜냐면 본인들도 캐리를 키워야 이긴다는걸 아는거임. 

그런데 요즘 롤은 원딜=캐리라는 인식이 퇴색된건지, 게임이 상체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인건지, 뭐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솔랭기준에선 원딜 성장을 크게 신경쓰지 않음. 심지어 원딜 성장에게 가장 중요한 서포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유저들이 너무 많음. 이게 아마 원딜 유저들의 주 스트레스 요인일거고 원딜에서 징징이가 많은 이유임.  

게임시간 단축과 전령같은 스노우볼 요소가 많아짐에 따라서 후반전까지 가지 않게되고, 지속적인 원딜의 너프로 원딜의 후반 캐리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원딜=캐리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짐. 게임 환경이 이렇다보니 아군 입장에선 굳이 원딜을 안키워도 상체가 알아서 이기게됨. 원딜을 안키워도 게임을 이기기 때문에 아군들이 원딜을 봐줄 필요가 없음. 그냥 내가 잘해서 상체 터뜨리면 후반 가기도전에 게임을 이기는데 뭐하러 원딜 뒷바라지를 하겠음? 거기에다가 서포터들도 이제는 그냥 원딜케어보다는 본인들 하고싶은걸 하기 시작함. 이게 쌓이다보니 원딜들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졌고 원딜 징징이가 많아짐.

아마도 예전처럼 후반전으로 갔을때 원딜이 제대로 성장되지 않았다면 역전당하거나 게임을 이기기 정말 힘들어지도록 패치를 하는게 아닌이상, 원딜의 입지는 지금과 별 다를게 없을거임. 


결론 원징징은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