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환불을 받기 위해 증거 영상을 남기기 위해 핸드폰의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다시 물을 조금 넣고 콘센트를 꽂아 전원을 넣었다.
삐~ 소리와 함께 뽈뽈뽈 담배연기처럼 나오는 하얀 수증기와 함께
나이먹은 아저씨 오줌발마냥 세줄기로 흘러 나오는 물줄기를 20초간 핸드폰 속 화면으로 바라보며
녹화를 했다.

내 가동 방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이번엔 분해를 해보며 내부 영상도 찍었다.

이제 물기를 싹 닦고 아직 버리지 않은 박스 안에 고히 포장만 다시 하면 된다.

그러나 여전히 내 머릿속에 있는 의문점들을 나는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왜 안되는걸까

곰곰히 플러그도 물도 뽑힌채 넣을 것도 뿜을 것도 없는 이미 가버린 가습기를 바라보며
다시 물탱크를 집어 올려봤다.

분명 물이 줄줄 새는 이유는 물탱크의 물이 과도하게 가습구동부분에 들어가
넘쳐서 나는것일거다.

물탱크에서 흐르는게 아닌 물탱크와 기기 사이의 접합부에서 새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물이 어째서 과하게 넘치는것일까?
변기에도 마개가 자동으로 닫혀 물이 가득 차 넘치는걸 방지하지 않는가?

그렇게 나는 물탱크에서 기기로 물이 넘어가는 구멍을 살펴보았다.
용수철로 구멍이 막혀 일정 수압에 달하면 용수철이 조여져 뚜껑이 열리는 구조 같았다.
그런데 이러면 물을 조금만 넣으면 가습기에 물이 안들어갈텐데...?

기기를 보니 레버같은게 있었다.
기기에 전원을 넣으면 이 레버가 위로 올라와 버튼을 눌러 마개를 살짝 여는가 보다.

그런데 레버 부분에 스펀지 같은게 씌워져 있었다.

분명 사용설명서를 처음 읽었을땐 내부의 고무패킹은 절대 빼지 말라하여 나는 손을 대지 않았던 물건이다.

나는 혹시 몰라 스펀지를 슬쩍 집어 당겨보았다.
너무나도 쉽게 빠졌다.

이럴리가 없다.
방 바닥에 물 4리터를 쏟고 울면서 찬 바람 맞아가며 대걸레를 사러 갔다온게
순전히 내 잘못이라니
이럴리 없고, 이래선 안된다.

뭔가가 잘못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펀지를 뺀 채인
가습기와 물탱크를 결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