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손으로 가습기에 물을 담았다.
꼴꼴꼴꼴 페트병에서 가습기로 넘어가는 물을 보며
내심 물이 또 다시 새기를 바라는 나 자신이 보였다.

나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분명 구동 시키기 전 사용 설명서도 찬찬히 읽었고, 하지 말라는건 안했으며,
하라는 것만 착실히 실행했다.

나는 아무 잘못 없다.

물을 다 넣은채 다시 플러그를 꽂고 이젠 익숙해진 띠링 소리를 들으며 전원 버튼을 눌렀다.

띵~ 소리가 나며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과연 물은 새는가.

안샌다.

5분간 켜보며 연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반면
계속해서 물이 주륵주륵 내 눈물마냥 나오던 부분에선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위에 물탱크를 얹기만 하면 완전 결합돼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기술력을 볼 수 있었다.

잘만 되는 가습기를 손에 문제의 스펀지를 든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쓸쓸히 사온 대걸레를 들고
방바닥에 고요한 호수처럼 고여있는 4리터의 물을 치우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