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유물론'이라는 게 있다. 역사의 원동력은 인물, 관념, 시대, 그 무엇도 아닌 물질에서 온다는 이론이다.

일단 잘 먹고 잘 살아야 문화고 철학이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일리가 있다. 고대의 철학 사상을 노예들이 일궜겠는가? 성리학이 달리 송 대에 나왔겠는가? 오늘날 우리가 책을 읽고 사색에 빠질 시간이 없는 것도 삶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사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 종속될 때가 많다.

오버워치 안팎에서 우리는 조합과 포지션에 대해 논쟁할 때가 있다. 

오히려 개인의 에임, 스킬 사용과 같은 피지컬 영역을 두고 싸우는 경우는 잘 없다. 너도 구리고 나도 구리기 때문이다. 게구리도 본인 에임 안 좋다고 한다.

그런데 조합과 포지션은 같은 티어에서도 개인 차가 크고, 타인이 보아도 한눈에 띄기 때문에 종종 언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조차도 결국은 에임이 원인이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이해해 보자.


1. 광물의 아나 선호

높은 티어로 갈수록, HPS가 DPS를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에임이 좋으니까.

하지만 광물은 HPS가 DPS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고, 브론즈까지 가면 아나 메르시의 HPS가 DPS를 넉넉히 뛰어넘는다. 에임이 구리니까.

차라리 서로의 에임이 좋다면 머리 그따위로 내밀다간 힐 받기도 전에 뒤질 테니 힐 부족 운운할 새가 없었을 텐데.

'힐 부족'이 아니라 '죽지 않을 만큼의 딜 과다'이기 때문에 아나가 선호되는 것이다.


2. 광물의 5:5 뚜샤뚜샤

광물은 맵을 정말 좁게 쓴다.

특정 구간에 열 명이 모두 모여 뚜샤뚜샤 쏘다가 궁 먼저 채우는 쪽이 이기거나, 운 좋게 변수 낸 쪽이 이긴다.

왜 그렇게 되는가? 에임이 구려서 그렇게 싸워도 아슬아슬한 대치가 끝없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선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그들도 진작에 다른 전술을 구사했을 것이다.

빠대 클래식에서 5:5로 대치하는 걸 본 적 있는가?


3. 딜각 좀 넓히라고

솔져, 겐지, 트레 등 상대방의 측면을 파고 들어 어그로를 분산시키는 데 특화된 영웅들이 더러 있다.

광물 경쟁전에서 "솔겐트님 플랭킹 좀 하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오곤 하지만

그들의 머리 속에서 플랭킹은 과도한 영웅 심리에서 나오는 행위일 뿐이다. 어차피 뒤를 돌아도 에임이 구려서 위협이 되지 못하니까.

궁이 있는 솔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반드시 뒤를 돈다.


4. 땡겨!

광물은 왜 안 땡기는가.

땡겨도 안 맞기 때문이다.

암만 4:6이어도 앞으로 갔다가는 상대 궁극기에 몰살당할 수 있다.

용검, 자탄, 전술조준경, 망치, 자폭 등은 나의 에임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궁극기이기 때문에

땡겼다가 그거 다같이 맞으면 지는 거다. 암만 땡겨도 어차피 좌클릭의 살상력은 Q를 이기지 못한다.



매 패치마다 좋은 픽은 있다.
맵마다 좋은 자리도 있다.

하지만 그게 티어 별로 아주아주아주 다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한번쯤 0딜 키리코를 본 적이 있을 거다. 아직 못 본 사람들도 언젠가 보게 될 거다.
고지대 선점하면 뭐하나. 상대 화물 끌고 지나가는 거 구경만 하는데. 결국 내려오게 된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을 일컬어 모두들 "체력, 정신력은 좋으나 기술이 부족한 팀"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기술은 좋으나 체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그의 지도 하에 한국대표팀은 대성공을 이루었다.

오버워치에서 무슨 문제가 됐든, 그게 혹시 '에임이 좋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은 아닐까? 생각해 보자.

대개는 에임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