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지난 일이라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수라바사 맵 경쟁전에서 있었던 일임


딜러들 둘 다 첫픽이 애쉬소전에코 같은 메르시랑 궁합 좋은 픽이라
(정확히 뭐였는지는 기억 안 남)
나는 메르시를 하고 있었는데

지켜보다 보니까 딜러1은 아무것도 보여주질 못하고
딜러2는 살짝 무리하는 감이 있는 대신에
케어해서 살려 놓기만 하면
확실한 리턴을 가져오는 타입이더라고


양팀 실력도 비등비등하고 쉽게 이길 판 같지는 않아서
자원 하나도 낭비 없이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겠다는 판단 하에
딜러1은 버리고 딜러2한테 확실히 붙어줬음


딜러1 스스로도 게임이 잘 안 풀리니까 답답했는지
픽을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었는데
그러다 중간에 파라를 했었음

물론 난 그래도 안 붙어줬지

얘가 하다하다 안되겠던지 채팅을 치더라
'나 진짜 한번만'
'붙어봐주면 안될까'


나 이 상황에 저렇게 착하게 채팅치는 딜러 처음 봤음.


솔직히 이때까지는
버린 게 미안하다든가 하는 생각 전혀 안 들었었는데
(버릴 건 버리고 에이스를 확실히 밀어줄 줄 아는 게
힐러의 기본 소양이라고 평소에도 생각하는 편)

저 처량한 채팅을 딱 보자마자

내가 너무 티나게 대놓고 버렸나? 뜨끔하기도 하고
오죽하면 저렇게 말할까 싶기도 하고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은 마냥 갑자기 마음 아파져서ㅋㅋ

그래 파라이기도 한데 좀 붙어주자
하고 붙어줬음


솔직히 딜러1도 실력이 가망 없다기보단
그 판이 유독 안 풀린다는 느낌이긴 했거든


근데 하필ㅋㅋㅋ 붙어주자마자 벌어진 한타가 잘 안 풀려서

파라 퍼블 당하고
파라 케어해주던 나도 도망가다 잘리고
한타 멸망 후에 먹고 있던 거점 뺏김


이것도 파라가 뭘 못했다기보단
이래저래 소위 아다리가 잘 안 맞은 거였는데

아무튼 자기가 붙어달래서 붙자마자 일이 그렇게 돼버리니까
그 이후론 버려지든 어쩌든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게임하더라


그 와중에 나도 게임은 이겨야 하기 때문에
다시 딜러2한테 붙음ㅋㅋ


파라가 안쓰럽긴 했지만
맵이 수라바사라 뭐 채팅 치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었고
붙어줄 것도 아니면서 위로하는 것도 웃기잖아ㅋㅋ;


결국 게임은 이겼는데

탱커가 게임 내내 참고 있었는지 끝나자마자 딜러1한테 정치를 함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뭐 대충 적당히 죽어라 벌레새끼 어쩌고 했겠지


근데 솔직히 힐만 좀 더 받았어도
딜러1 스탯이 그렇게까지 처참하진 않았을 텐데
진짜 안타까워서

'솔직히 내가 딜러1을 버려서 많이 죽은 것도 맞아'
'너무 뭐라 하지 마'

하고 채팅 치자마자 매칭 풀리면서 헤어졌는데
그때 그 파라 너무 상처 받아서 게임 접은 건 아닐까 솔직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