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벤에서 마지막으로 그놈의 있지도 않는 정통 FPS 타령좀 하지 말라고 한지 어언 3년.
요즘 그 말이 다시 올라오고 있어서 한번 더 끄적여봄

1. 정통 FPS?ㅋ
보통 사람들이 정통 FPS라고 하면 카스류 FPS나 콜옵류 FPS를 얘기함.
실제 총기 사격과 흡사하고, 히트도 그와 비슷하며 무엇보다 헤드 치명타 있는 것이 특징임.
하지만 해외에서 이 단어는 사용되지 않음. 아니, 정확히는 일부에게만 사용되는데 지칭하는 것이 다름.
Traditional FPS를 검색하면 같이 딸려나오는 애들이 주로 Deathmatch, King of the hill, capture the flag임.
각각 데스매치, 언덕의 왕, 깃발 쟁탈전을 지칭함.
몇몇은 이 명칭이 눈에 익을거임. 바로 TF2, 팀 포트리스 2에서 주로 하던 모드들임.

즉, Traditional FPS. 한칭 정통 FPS는 현 팀포류, 최초 근본은 퀘이크류의 FPS 게임을 지칭함.
한국에서는 이를 하이퍼FPS라고 지칭하고.
반대로 한국에서 정통 FPS라고 지칭하는 카스류나 콜옵류의 FPS는 Tactical FPS 혹은 Military FPS라고 지칭함.

흔히 아는 것과 반대인 상황이지?
왜 한국에서는 명칭이 반대로 잡혔을까?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최초로 접한 슈팅 게임이 퀘이크가 아니라 카스라서 카스류를 FPS라 하고, 이후 TF2와 같은 FPS를 비현실적인 FPS라는 의미로 하이퍼 FPS라 칭했다고 알고 있음.

뭐 여튼 이걸 얘기하는 이유는, 
간혹 FPS의 근본이랍시고 카스류에서나 통용될법한 것을 우겨넣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기 떄문임.
밑에 따로 적겠지만 장르적 차이나 오버워치가 세운 철학과 맞지 않아 그리 적합한 얘기도 아닐 뿐더러,
근본이라 하는 그 장르 자체가 파생 장르라서 정통성이 없음.
하이퍼 FPS를 중심으로 즐겨온 내 관점에서 그런 발언은 특히 터무니 없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여담으로 명칭 정리를 칼같이 하긴 했지만 실제로 한국이나 해외나 FPS로 통용하는 추세임.
왜냐하면 쏘면 날라가서 맞추기 때문임.
이보다 좀 더 광범위한 명칭은 "슈팅"이 있겠지.

2. 오버워치의 FPS성격
오버워치의 가장 큰 FPS 성격은 "투사체"의 존재일것임.
근접 영웅의 대명사로 칭해지는 라인하르트조차도 화염강타라는 투사체를 하나 쥐어주었으니.
이는 오버워치가 아무리 스킬과 영웅이 있더라도 그 베이스가 FPS라는 강력한 반증이기도 함.

두번째로 치명타가 있음.
마우스 컨트롤이 들어간 이래로 더 정교한 사격에 대한 어드벤티지는 꾸준히 제공되어 왔고 그 대다수는 치명타로 귀결됨.
오버워치도 일부 투사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치명타가 있음으로 FPS의 기본 성격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음.

세번째로 공평한 공격이 있음.
오버워치의 모든 공격은 데미지 감소 요소가 없음.
내가 총으로 100 데미지를 주든, 폭발물로 100 데미지를 주든 똑같이 데미지 100을 준다는 거임.
???: 아머는 데미지 감소가 있는데요?
아머의 데미지 감소는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의 데미지 감소임.
즉, 아머를 가진 대상만 가지는 방어적인 요소인거고 피해 그 자체는 누구에게 박든 100을 꽂으면 100이 꽂힌다는 것임.
이건 FPS의 가장 큰 장점이자 두드러지는 특징인 쉽고 간단한 데미지 계산에서 기인하는 것임.

3. 오버워치의 RPG적 요소
그럼 오버워치의 RPG적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

첫번째로 방어 수단.
받는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아머라던가, 방벽, 매트릭스 등.
적의 공격을 무효화 하는 수단은 FPS에서는 근래에 들어 도입된 개념임.
그리고 그 원천은 RPG 레이드에서 기인 함.

두번째로 영웅.
이게 뭔 소리냐? 할 수 있는데 내가 얘기하고 싶은건 영웅 별로 스킬셋이 고정적인 부분임.
대다수의 FPS류는 무기가 고정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무기 교체가 한시적으로라도 가능한 경우가 많음.
오버워치 전 세대였던 TF2도 그러하고. 카스류 FPS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오버워치는 한 영웅의 스킬셋이 하나로 고정이 되어 있음.
이 개념도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RPG에서 확장이 되었다고 생각함.
예전에는 전사/마법사/궁수가 가진 스킬이 소수로 고정 되었거든.
이런 역할에 대한 고정적인 개념이 영웅 별 스킬셋 고정으로 확장이 되었다고 보고 있음.

4. 그 외
약간 사이드이긴 한데 별도로 얘기하고 싶은거
Q: 탱-딜-서폿은 RPG에서 기인한거 아닌가요?
A: 물론 RPG에서 그런 고정적인 포맷이 있긴 하지만, FPS에서 없는 개념은 아님.
카스만 해도 시야 먹는 사람, 사이드 깎는 사람, 뒤 후리는 사람, 정면 쪼는 사람 역할 분배 되었고
발로란트는 이게 아얘 고정 포지션으로 잡혔잖음?
역할이 있는 것 자체는 RPG뿐 아니라 FPS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함.
다만 역할 별 한계가 뚜렷한것은 명백히 RPG의 영향이라 봄.
하여 "정통 FPS는 역할 고정이 없음"이라 얘기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서든어택으로 FPS를 처음 접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
서든은 이런 포지션 분배가 퇴색되었기 때문.

5. 그래서 오버워치에서 (밀리터리)FPS 언급하면 뭐라카는거요?
정확히는 오버워치에서 밀리터리 FPS의 성격을 요구하는게 맞지 않다고 하는 이유

첫째. 맵이 개방적임.
밀리터리 FPS는 기본적으로 맵이 폐쇄적임.
위로도 막혀 있고, 투사체를 던져도 각이 한정적임.
때문에 입구 하나 하나를 타이트하게 조일 수 있고, 인원 대비 진입로가 많으며 인원 배치가 매우 크게 작용함.
하지만 오버워치는 대부분의 맵이 개방형임.
위로도 뚫려 있고 낙사 구간을 우회하는 영웅도 있고, 어떤 맵은 개활지를 지나가야만 하는 경우가 있음.
이러한 맵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오버워치가 긴 TTK과 방벽 등의 탱킹과 서포터의 힐링이 있다는 상정 하에 이루어져 있기 때문임.
밀리터리 FPS라면 개활지에서 저격으로 째면 서로 답이 없어지겠지만, 오버워치는 방벽도 있고 매트릭스도 있고 체력도 빠르게 회복이 가능함.
그래서 더 공격에 노출이 되어도 문제가 없는거고.
만약 밀리터리 FPS화를 해야 한다면 맵을 일단 좁히고 다 틀어막아야 함.

둘째. 체력과 스킬셋이 고정되어 있음.
밀리터리 FPS는 대체로 체력이 균등하고 무기를 교체할 수 있음.
때문에 TTK가 일정하고(일정하게 낮음), 팀 내 역할이 고정되어 있더라도 무기 교체를 통해 플레이 변화가 이루어짐.
하지만 오버워치는 영웅별 체력과 스킬셋이 고정되어 있음.
이 말은 한 영웅을 선택하면 그 영웅이 해야 할 역할과 플레이스타일이 완전히 고정된다는 것임.
물론 팀 게임인 만큼 조합에 따라 운영법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기존적인 부분이 변하지는 않음.
만약 밀리터리 FPS처럼 만들고자 한다면 모든 영웅들의 체력을 동일한 수치로 고정을 해야 함.
그리고 포지션에 따라서 추가 체력을 차등분배하고, 리스폰 할 때 영웅 교체를 하면 궁 게이지와 쿨타임을 동기화 해줘야 그나마 비슷해질것임.

셋째. 불균등한 공격/방어 능력
스킬셋과는 조금 다르지만, 간단하게 얘기하면 투사체의 탄속이 다르고 아머와 방벽 매트릭스 같은 스킬이 있는 부분.
밀리터리 FPS에서도 라이플/어설트/피스톨/샷건 등으로 총기별 특성이 갈리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거리와 범위의 관계 뿐.
오버워치처럼 치명타 유무, 탄속의 차이, 투사체 크기가 천차만별이고 아머, 실드, 방벽, 매트릭스, 데미지감소 등 여러 요소들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는 매우 드믐.
역시 밀리터리 FPS화 되려면, 이것들이 모두 일정하게 맞춰져야겠지.

6. 정리
정리하자면, 오버워치가 근본 FPS를 따라가려 한다면 대략 아래와 같아져야 한다는 것임
1) 맵을 축소. 우회로 제거. 상단 사이드를 모두 벽으로 막기. 2, 3개의 진입로에서 각 째면서 싸움을 강요
2) 영웅 선택 제한 제거. 포지션 선택 시 영웅 불문 동일 추가체력 부여
3) 영웅 교체시 쿨타임/궁극기 게이지 100% 유지 
4) 모든 공격의 탄속 히트스캔 수준으로 증가, 탄 크기 축소, 치명타 부여
5) 방벽, 매트릭스 등 보호 스킬 및 치유 스킬 제거

물론 "정통 FPS를 따라야 한다"라는 FPS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이만큼 극단주의이지는 않을 것임.
근데 하나하나 봐도 와... 이게 뭐지? 싶은 부분이 꽤나 많은 것도 사실.
게임을 아끼는 마음은 다들 엇비슷하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이건 오버워치가 아니라 다른 게임을 원하는 것처럼 보임.

사실 이런 주장을 지금까지 와서 한다는걸 별로 그럴듯하게 보지 않는 이유.
이 게임 방벽 세우고 히트스캔 둥가둥가 해준지 어언 7년이 넘어갔음.
7년 전에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정통 FPS 타령이여...
심지어 그 때는 방벽 2개 세우고 있었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주장을 하기에는 게임이 너무 올드하다는 생각임.
그 길을 걷기에 늦음. 다른 길 찾아야지...

7. 여담
여담이니 작게.
난 현재 오버워치가 겪은 대부분의 문제는 지나치게 FPS스러워서라 보는 편임.
대표적으로 균등 데미지.
어떤걸로 때리든 데미지가 같다 보니 탄속이 빠를수록, 적에게 더 정확하게 맞출수록, 더 빠른 템포를 가질수록 대체로 유리해짐.
또, 방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다 보니까 분명 방벽 빠르게 지우고 탱커 억까하라고 만든 영웅들인데 실제 방벽 깨는 속도가 여타 유의미하게 빠르지 못해 사장되어 버림.
때문에 좀 더 RPG에 가깝게 차등 데미지를 주는 편이 트롤 영웅들을 살리고 주류 영웅 영향력을 낮추는 가장 쉽고 빠르고 간단하고 효과적인 길이라 주장함.

이건 하와와 와타시가 탱커 유저임에도 치유 감소를 감안하는 이유이기도 함.
탱커 역할이 미미해지고 딜러 영향력 지나치게 강해지고 일부 탱커 아니면 노쓸모고 여러 부작용 있음.
근데 좀 더 RPG스러운 패시브를 더 추가할 기반이 잘 닦였다고 생각함.
이걸 기반으로 이속감소, 딜 감소, 스킬 쿨타임 회복 감소 같은거 화끈하게 넣고 영웅별로 다르게 배정하던가 선택하게 하면 더 재밌는 오버워치(혹은 개빡치는 오버워치)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김.

지금으로는 탱커 체력 9시즌에 올려준 수준만큼 더 올려주면 인생 살만하겠다 싶음.
맞으면서 플레이하는건 익숙하긴 한데 한 타이밍 일정 시간 버텨줘야 하는 시점을 못 버팀.
둠피나 레킹볼 들고 핑퐁 하자니 우리팀 딜러가 빠꾸없이 들이밀다가 터지고
퀸 들고 가자니 딜러가 밀리면 간극이 매우 커서 비루한 내 실력으로는 탱커차이로 뒤집히지 않음.
그렇다고 무난하게 버티는 시그마 하자니 거진 3시즌째 뭐 없으면 시그마 쓰는 상황이라 개씹노잼.
라마도 못써 라인도 애매해 자리야도 뒤지게 쳐 맞고 디바는 드럽게 못하고 그나마 윈스턴인데 이번 시즌은 윈스턴 한계 좀 뚜렷하고.

뭐 여튼 그렇습니다.

오버워치는 밀리터리 FPS에 가까워지기에는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고,
그거 고칠바에 새 게임 하는게 서로에게 이득이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정통 FPS의 근본이니 뭐니 얘기는 그만 좀 하고.
양보 해서 한국에서는 온상민 해설도 걍 정통 FPS라 하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근본은 무슨 개뿔 근본이여...
(그나저나 요즘 VCT에서 온상민 아저씨 안보이던데 어디서 뭐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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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쓰다가 내 수면시간이 5시간 밑으러 떨어져부렀어...내일 출근인데.
회사 다니면서 오버워치, 특히 경쟁전 꼬박꼬박 하는 사람들 존경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