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누군가는 자리싸움, 거점 홀딩을 해줘야 하잖아. 이건 공격이든 수비든 마찬가지야.

예를 들어보자. 눔바니 1거점에서 수비 측이 2층에 진을 쳐놨다고 하자. 공격에서 2층 안 밀고 이걸 어떻게 뚫지? 무턱대고 거점으로 가? 불리한 딜각을 강요받은 채로 깎이다가 사고난다는 걸 다들 알잖아. 그래서 기동성 좋고, 생존력 있거나 확실히 버틸 수 있는 스킬이 있는 캐릭터가 2층에 있는 적들을 떨궈줘야 하는 거고.

반대로, 사고가 끝내 안 나고 거점게이지가 올라간다고 해보자.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그대로 거점 내줘? 아니지. 한둘이 거점을 밟는 수밖엔 없어. 살짝 터치하고 피 까이면 다시 올라가도록 기동성이 높은 캐릭터거나, 생존기가 있는 캐릭터, 확실히 버틸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캐릭터가 밟아야 하겠지.

탱커와 서브딜러의 역할이 상당수 겹친다는 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런데 탱커가 사라진다고 탱커가 맡았던 역할도 사라질까? 자리싸움과 거점관리, 이 역할마저 사라질까? 난 회의적이야.

오버워치의 승리조건은 서든어택처럼 킬을 내는 게 아니라 오브젝트를 관리하는 거야. 화물을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킬을 내도 게임은 지게 되어 있어.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줘야 하고, 그럼 그걸 맡은 사람이 결국은 탱커인 거지. 탱커라는 역할군을, 과거 수비 역할군이 그랬던 것처럼 폐지하더라도, 그 고유의 역할은 사라질 수가 없어.

풀리지 않는 게임은 여전히 발생하겠지. 자리싸움이 제대로 안 되서 딜각이 안 나오거나, 상대 공격을 받아칠 수가 없는 상황은 여전히 발생할 거야. 그럼 정치는 누구에게 들어올까? 자리싸움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영웅들이겠지. 그게 안 나오고 히트스캔과 유사한 캐릭터들만 있다? 그럼 멸망이지. 그리고 정치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들을 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점점 싫증을 낼 거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 비율이 줄어들겠지.

이후의 상황이 현재의 오버워치보다 좋은지 나쁜지는 취향 차이야. 하지만 오버워치의 게임성이 크게 달라져야 하리라는 건 확실해.

오버워치의 게임성이 유지되는 한 탱커의 역할은 반드시 존재할 거야. 탱커의 역할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오버워치가 지금의 오버워치로 남을 수가 없지. 그러니까 탱커가 독박을 쓰거나 섭딜이 스탯으로 정치를 당해야 하는 문제를 캐릭터의 브루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내가 보기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해결책이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탱커에 대한 인정과 공감의 문화, 이른바 '감수성'의 확산이야. 어렵다고 해도, 결국 그게 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