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만 봐도 이상해.

각 포지션마다 랭커가 있으니까 랭커가 너무 많음.
이런 겜이 더 있을 수는 있는데 일단 내 기준으론 이런 겜을 처음 봤음.
역할 고정이란 시스템 때문에 생긴 기이한 현상이란 주장임.

시작 전 역할을 고정한다는 것이 게임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경향이 분명 있고
실제로 나는 도입 전, 도입 후 모두 저 시스템에 대해 좋게 생각했지.

하지만, 아예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좋았단 거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시스템 적으로 아예 막아버리거나 강제하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아.
잘 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미끼를 던지고 유혹해야지.
잘 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미끼를, 더 달콤한 향기를, 더 매력적인 먹이를 놓아두는 식으로 해야 부작용이 없지.

결국 나는 이걸 부작용으로 보고 있어.

큐가 길어지는 것도 부작용이고, 
각 역할군 마다 큐 시간이 다른 것도 부작용이고, 
역할군 마다 티어가 다른 것도 부작용이고, 
역할군 마다 랭커가 존재하는 것도 부작용이고, 
역할군 끼리 유대가 형성되거나 서로 배척하거나 혐오하는 것도 부작용이고, 
각 역할군의 영향력이 서로 다르거나 다르다고 평가 받는 것도 부작용이고.

말하자면 끝도 없지.
역할 고정은 참 여러모로 아픈 손가락이다.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아.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런 건 어땠을 까 싶다.
(사실 과거에 비슷한 내용을 작성한 적 있음)



6명 게임이었을 때 기준, 팀에 속한 역할군의 수에 따라 버프/너프를 받는 거야.

팀에 돌격군 영웅이 1명 있으면 돌격군만 좋은 버프를 2단계 효과로 받아.
팀에 돌격군 영웅이 2명 있으면 돌격군만 좋은 버프를 1단계 효과로 받아.
팀에 돌격군 영웅이 3~4명이면 아무런 효과를 받지 않아.
팀에 돌격군 영웅이 5명 있으면 돌격군만 나쁜 디버프를 1단계 효과로 받아.
팀에 돌격군 영웅이 6명 있으면 돌격군만 나쁜 디버프를 2단계 효과로 받아.
공격군 영웅일 때와 지원군 영웅일 때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당연히 각 역할군 시너지는 효과가 다르지.

변형도 가능해.

해당 역할군'만' 효과를 받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영향을 받도록 설계 할 수도 있고, 
(하지만 난 각 역할군'만' 효과를 받는 것이 가장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해.)
단순한 능력치 수준을 변경 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효과를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 할 수도 있고, 
버프를 받게 되는 조건인 각 역할군 영웅의 수를 달리 설정 할 수도 있고, 
(이것 역시 난 위의 예시가 가장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해.)
같은 역할군 5~6명일 때 디버프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야.

이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행동이나 선택을 강제하지 않으면서 행동을 유도 할 수 있다는 거야.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지.

"어? 팀에 탱이 없네? 그럼 내가 지금 탱 고르면 괴1물 같은 탱이 되어서 다 쓸어버릴 수 있겠네?"

또는

"지금 1탱 2딜 2힐이니까 내가 탱을 고르면 222가 되면서 팀 모두가 1단계 버프를 달고 게임 하니 손해 없고 안정적이겠다."

또는

"3탱3힐을 고르면 아군 모두가 버프를 받지 못 하지만 지금 탱과 힐에 OP영웅도 많고 33메타가 굉장히 강력하니 역할군 시너지는 없더라도 아마 더 강력할 영웅 시너지를 활용하는 게 승률이 높겠다."

등등.
굉장히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해.

이 방식의 절묘한 점은 이거야.

기본적으론 222가 가장 디폴트 값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인 선택지라는 것이고, 
약간 튀어나오는 321이나 꽤 튀어나오는 411도 경우에 따라선 선택할 가치가 있는 선택지라는 것이고, 
작은 숫자인 2나 1에 속하는 역할군은 보통 선호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역할군 일텐데 선택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에 결국 여러 역할군에 손이 갈 수 있는 동기를 알맞게 부여 할 수 있고, 
각 역할군 개성과 플레이가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기에 궁금해서라도 여러 영웅, 여러 역할을 시도하게 되고, 
프로 경기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환경이 구축되니 보는 재미가 훨씬 늘어날 거야.
결정적으로 디버프 때문에 한 역할군이 5명 이상이 나오게 되는 경우는 굉장히 꺼리게 될 것이며
또 결정적으로 팀 내에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역할군이 발생하는 경우도 굉장히 적어질 거야.
지금 아무도 안 고르는 저 역할군을 고르면 나만 개 쩔게 강해지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진짜 괜찮지 않아?
내가 개발진이었다면, 디렉터였다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
물론 이걸로 한 번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지.
그런 경우엔 부여되는 효과나 수치 등을 조율하면서 충분히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기타 후속 조치로 시스템을 좀 더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수도 존재하고 말이야.

역할 고정 등장 배경은 뭐 의견이 많지만
33같은 강력한 메타도 있었고, 6딜이나 5딜 1힐 같은 그런 꼴뵈기 싫은 상황도 있었잖아?
그것들을 모두 잘 해결할 수 있으면서 부작용이 적을 것 같은 시스템인 것 같은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