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VP 겜이 나오기 시작한 이래 '양학'의 역사는 길고도 유구하지만 그건 항상 굉장히 추한 행동으로 여겨져 왔음.

2. 이때 '양학'이 추한 행동인 이유는 무엇인가?

3. 그 의도, '목적'이 너무 파렴치하기 때문임. 약자를 괴롭히려는 게 목적이니까.

3-1.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아득바득 경쟁전에 지친 그마 유저가 부계정으로 마음 편히 게임 돌려서 마스터 상위 정도에 안착했다면, 그걸 양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문득 자기 실력에 의구심이 든 마스터 유저가 부계정을 파서 다시 자기 티어에 올라갈 때까지 열심히 게임을 했다면, 그것도 양학인가?

4. 그런 차원에서 unranked to gm을 "양학이냐, 양학이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따지자면 사실 애매함.

5. 플레이어는 어쨌든 허용된 본인 계정으로 게임을 했고, 낮은 티어 사람들을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패작을 한 것도 아니며, 아주 빠른 속도로 자신의 원래 티어까지 올라갔으니까. 경쟁전 시스템은 결국 잘하는 놈이 올라가는 방식인데 unranked to gm을 하고 있든 어쩌든 플레이어가 나쁜 의도 없이 경쟁전 시스템 안에서 자기 티어를 찾아간 것뿐인 건 사실임.

6. 하지만 그 플레이어가 프로 선수라면 얘기가 조금 다름.

7. 나쁜 짓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굳이? 이미 검증에 검증에 검증을 거친 실력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 프로 선수잖아. 엄밀히 따지자면 경쟁전 티어는 이미 중요하지도 않겠지.

8. 그렇다면 그는 대체 무슨 '목적'을 위해 unranked to gm을 하는가?

9. 그걸 코치는 '교육'이라고 지칭했음.

10. 사실 이른바 '교육적 목적'의 unranked to gm은 오래 전부터 등장해 왔음. 당장 구글에만 검색해도 'educational unranked to gm'이라는 영상을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음.

11. 동시에 'Enough "Unranked to GM" videos. Please stop.'이라는 글 역시 찾을 수 있지.

12. 그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Unranked to GM" and similar videos made by Youtubers and Twitch streamers are just another thing ruining the competitive experience for lower players.

13. unranked to gm은 하위 플레이어의 경쟁전을 망치는 또 다른 요소라는 것임.

14. 또 다른? 그래. '양학(smurfing)'을 말한다. 


15. "unranked to gm이 양학인가?"라고 질문하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애매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16. "unranked to gm이 하위 플레이어 경쟁전에 악영향을 미치는가?"라고 질문하면 99%는 "그렇다."라고 답할 거임.


17. 'unranked to gm'이 교육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논점도 아님. 만에 하나 교육적이라고 한들 그게 수단을 정당화하진 않으니까. 

18. 오히려 중요한 건, unranked to gm이 하위 플레이어의 경쟁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19. 그리고 그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콘텐츠를 진행했다는 것.

20. 백 번 양보해 고려하지 못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당당하게 뭐가 문제냐고 댓글까지 달았다는 것.

21. 혹시 "오버워치 유저 수가 몇인데 한 명이 unranked to gm 좀 한다고 뭐 얼마나 피해가 간다고 그러냐?"라고 반문할 사람들을 위해 오버워치2 개발자 인터뷰 링크를 남김.


https://www.pcgamer.com/overwatch-2-developer-calls-smurfing-the-bane-of-my-existence


여기서 unranked to gm에 대한 주요 언급을 뽑으면 아래와 같음. 내 영어가 짧아 번역은 구림.

With little info to go off of for fresh accounts, the matchmaker has to predict how skilled you are as quickly as possible, and smurfs derail that.
새로운 계정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매칭 시스템(matchmaker)은 그들의 숙련도를 최대한 빠르게 예측해 내야 하지만, 양학러들(smurfs)이 그것을 방해합니다.

"One thing that's like the bane of my existence is when people do unranked to GM, like they make a fresh account and play to GM,"
'bane of my existence'(뭔 말인지 몰겠지만 smurfing을 지칭함)와 같은 것 중 하나는 새로운 계정을 파서 unranked to GM을 하는 그마 유저입니다.

즉, 오버워치 개발자들은 unranked to GM이 smurfing과 마찬가지로 매칭 시스템에 혼동을 준다고 대놓고 말했음.


22.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이걸 논쟁거리로 삼는 게 참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함.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unranked to GM에서 도움을 받았고 감사하다고 간증한다 한들 거기에 '양학'과 비슷한 요소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게임사에서 계정 3개까지 허용해 준 것과 그 계정으로 프로 선수가 공개적인 '양학'을 펼치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잖아? 막말로 부계정 키우는 프로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누가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