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글래디에이터즈의 Chan-Hyung "Fissure" Baek 선수는 자칭 "최고의 미남, 최강 메인 돌격, 세계 최고"라며 깜빡이는 전구 불빛 아래 스트리밍 방송으로 열변을 토하든, Twitter에서 본인을 주제로 팬들이 제작한 희한한 밈(meme, 일종의 짤)을 공유하든 오버워치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개성 있는 스타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에고가 살짝 부푼 감이 있지만, 그 형태가 마치 록 페스티벌에서 자주 보이는 커다란 비치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빵빵하게 부풀었기는 하지만 속에 아무것도 없는 허당이 아니라, 넘치는 활기와 무한한 자신감으로 속이 꽉 찬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이건 타고난 성격일까요?

"그런 편이죠."라고 Fissure 선수가 수긍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한 반에 한 명씩 있는 전형적인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었지만,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긴 했어요.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더라고요."

준비된 슈퍼스타란 게 있다면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Fissure에게서 평소에 보이는 과장된 성향과는 달리, 선수로서의 기술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야망과 끈질긴 노력 끝에 빚어진 결과물이죠.

프로 게이머로서 Fissure의 커리어는 그가 만 17세였던 2016년 초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오버워치 선수가 아니었고, 블리자드의 또 다른 팀 기반 e스포츠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주 종목이었습니다. 아마추어 팀과 함께 첫 토너먼트에 출전한 이후, Fissure는 Mighty라는 e스포츠 구단의 눈에 띄어 선수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Mighty는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현역 LA 발리언트 수석 코치인 Byung-Chul Moon 감독이 이끌던 팀입니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Jun-Young "Kong" Son 코치도 이 히어로즈 팀 출신입니다. 이 팀의 1대 사령관이었죠).



Moon 감독에 따르면 Fissure(당시 닉네임 "minepang" 및 "Pang")를 영입한 것은 잠재력과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자질이 진가를 드러내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히어로즈 선수로서 Fissure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만한 선수로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도살자나 소냐 같은 캐릭터를 맡아 최전방에서 기꺼이 돌격에 임하는 영웅으로 몇몇 기억할 만한 순간을 남기기는 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오버워치에서 그가 선보이는 매우 공격적인 윈스턴 플레이의 전조였는지도 모릅니다.

Fissure를 위해 공정한 입장을 취하자면, 사실 그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일 만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Mighty는 그를 영입한 후 고작 몇 달 만에 히어로즈 분과를 접고 오버워치에서 새롭게 운명을 추구해 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오버워치에 새로운 플레이어, 시청자와 후원사가 급속도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Moon 감독은 이러한 전환에 대비하여 Kong과 Fissure에게 새 팀에서 함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Kong은 코치로, Fissure는 선수로). 그리고 두 사람은 수석 코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Fissure는 개인 스트리밍 채널을 통해 마지막으로 눈물 섞인 고별 방송을 내보낸 후 히어로즈를 영영 떠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과감한 결정이 실수였던 것 같았습니다.



"Fissure는 처음엔 정말 못했죠."라며 Moon 감독이 기분 좋은 회상에 빠져 킥킥 웃으며 말했습니다. "한동안은 얘가 정말 오버워치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걱정했어요. 하지만 매일 몇 시간씩 꾸준히 연습을 하더라고요.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팀 합숙소에서 나간 뒤에도 혼자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죠.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실력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하더군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 Mighty에서 뛸 수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Kongdoo 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Kongdoo Panthera 팀에서 활약하면서 드디어 Fissure의 스킬과 평판이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Fissure가 데뷔한 시즌인 OGN 에이펙스 시즌 2에서 그는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다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에이펙스 시즌 3가 끝날 무렵에는 한국의 상위권 메인 돌격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굳혔죠. 라인하르트 플레이에 한층 숙달되고 윈스턴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특히 원시의 분노를 시전할 때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눈에 띄게 되었죠.

Fissure의 실력이 급속도로 발전한 이유는 온전히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전직 스승들이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합니다. 전임 Kongdoo 코치 중 한 분은 Fissure를 "그때는 정말 많이 배가 고팠다"고 설명했을 정도입니다.

2017년 7월에 진행한 어느 인터뷰에서 Fissure는 "저는 항상 저보다 실력이 나은 선수를 만나면 곧바로 그 선수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한 다음 최선을 다해 그걸 베껴서 저만의 스타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선수로 Lunatic-Hai의 Jin-Hyuk "Miro" Gong(현재 서울 다이너스티 소속)과 Afreeca Freecs Blue의 Dong-Gyu "Mano" Kim 선수(현재 NYXL 소속)를 꼽았습니다.

Fissure는 에이펙스 시즌 3에서 최종 성적 2위로 팀을 이끈 후 시즌 4에서도 계속해서 명성을 쌓아나갔습니다. Miro의 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Mano가 이 시즌을 아예 놓치는 바람에, 최상위권에는 Fissure만이 홀로 남았습니다. Kongdoo는 준결승에서 GC Busan에 지고 말았지만(이 경기를 압도한 Jae-Hui "Gesture" Hong 선수는 미래의 같은 팀원이 될 운명) 그렇다고 Fissure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이는 없었습니다. Gesture가 약간 더 나았을 뿐이었습니다.

런던 스핏파이어 팀에서 GC Busan과 Kongdoo Panthera 두 팀을 한꺼번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게임 업계에서는 이 팀이 "메인 돌격을 독점"한다고 들끓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메인 돌격 전담인 Gesture와 Fissure가 한 팀에 들어가게 생겼다고 말입니다. 너무 불공평해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알고 보니 경쟁에 불공평한 것은 결국 Fissure 본인에게도 불공평한 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리그 내 다른 팀에서라면 Fissure는 거의 100%의 확률로 선발 출장 선수로 뽑혔을 것입니다. 예비 교체 선수를 준비해 놓더라도 무대에 한 번 올라갈 수만 있어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스핏파이어에서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오버워치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Fissure는 대체로 벤치에 붙어서 Gesture가 상대팀을 박살 내는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플레이 시간이 적은 것과 스킬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Fissure는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팀 내에서 메인 돌격 2군이 된 주요 이유는 Jun-Young "Profit" Park이 이 팀의 트레이서 전담 플레이어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돌진 조합 전략을 구사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윈스턴과 트레이서의 협공입니다. 그리고 Gesture와 Profit의 2인조는 GC Busan 시절에 선수로서 활약하기 시작한 이래 지구상 최고의 윈스턴-트레이서 조합으로 여겨져 온 것이 기정사실입니다.

Fissure 입장에서도 Kongdoo 시절 돌진 조합을 함께하던 Ji-Hyeok "birdring" Kim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협공을 펼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Profit과는 그 정도로 궁합이 맞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Gesture 대신 Fissure를 기용해야 할 전략적 이유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Fissure의 출장 시간은 스테이지 1 전체를 통틀어 77분입니다. 이것은 팀의 플레이 시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고작 12.37%에 불과합니다.

런던 팀은 Gesture와 Profit 조합으로 스테이지 1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Fissure에게 우승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스테이지 1 챔피언 타이틀]을 딴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뭘 해냈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들었어요."

-CHAN-HYUNG "FISSURE" BAEK

그는 "제가 우승을 따낸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뭘 해냈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런던 팀은 스테이지 1이 끝나고 2가 시작되기 전에 Fissure를 LA 글래디에이터즈로 이적시키기로 했습니다. 깜짝 발표이긴 했어도 논리적으로 이치에 닿는 결정이었지만, 선수 본인은 이 결정에 대해 전해 듣고 상심이 컸다고 합니다. 이제야 출장 시간을 충분히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지만, 당시 팀원들을 가족처럼 아꼈기 때문입니다. 이 팀을 떠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새 팀원들과 잘 지내고 있고, 사실 숙소 환경은 런던보다 글래디에이터즈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Fissure는 아직 옛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그는 "언젠가 다시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선수 본인의 기분은 복잡미묘했을지 몰라도, 이번 이적은 그에게 있어 가장 행운의 결정이었습니다. 글래디에이터즈 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래디에이터즈 팀은 스테이지 1에서 전략적인 방향이 확실하지 않고 협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수 개개인은 재능이 넘치고 흥미롭지만, 모아놓고 보니 왠지 각자 있을 때보다 약해진 것 같았죠. 그렇다고 실력이 형편없는 팀은 아니었습니다. 스테이지 1의 최종 성적은 앞 순위와 전장 10개의 격차를 두고 8위로 마감했습니다.

Fissure 영입 후의 글래디에이터즈는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변신했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윈스턴 중 하나로 꼽히는 선수(Fissure에게 묻는다면 단연 최강의 윈스턴)가 돌진 조합을 진두지휘하면서, 팀 전체가 집중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새 메인 돌격이 만들어주는 엄청난 공간 덕분에 훨씬 유연하게 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Fissure의 게임플레이 스타일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거의 자살공격에 가까울 정도로 적진 후방에 뛰어드는 전법입니다. 이 전법은 보통 1 대 1로 맞대결해도 나머지 팀원들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할 만한 상황에서 대담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즈는 Fissure가 저지선을 뚫고 돌진하는 대담한 능력에 충격요법이라도 받은 듯 실력이 대폭 향상되었고, 스테이지 2는 아래 순위 팀과 전장 9개의 차이로 5위에 올랐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어울리는 팀이 탄생한 순간이었죠. 눈에 띄는 몇몇 업적 중에서도 Fissure가 특히 만족하는 결과는 전 소속 팀을 상대로 3 대 1의 승리를 거둔 것이었습니다.

Fissure는 "저희 팀이 이렇게 빨리 [최상위 수준을] 따라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라고 인정하면서, "사실 처음에는 제가 신입이니까 제 방식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원래 팀의 시스템에 맞춰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연습경기 때 게임이 잘 안 풀려서 어느 날은 제가 원래 선호하는 스타일로 바꿔서 저를 중심으로 플레이하는 전략을 제안했어요. 해보고 나니 그게 맞는 방향이었던 거죠. 전보다 게임이 훨씬 잘 풀렸거든요. 팀원들이 저를 전적으로 믿어준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게 정말 고맙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스테이지 2가 끝나고 3가 시작되기 전, 다른 여러 중위권 팀에서도 자기 팀의 Fissure가 되어줄 선수를 바라며 로스터를 대폭 뒤엎는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글래디에이터즈도 비돌격 전담인 Jun-Woo "Void" Kang 선수와 공격 전담인 Ted "Silkthread" Wang(전직 LA 발리언트 소속) 선수를 영입하여 코어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전력을 도입하면서, 팀원들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도전자들을 물리치는 동시에 리그 최강팀들에 계속 도전하려면 소통과 일관성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Fissure는 기꺼이 도전에 응한다는 심정이죠. Fissure에게 있어 더 강한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보고 배워야 할 팀과 선수들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전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그는 "제 팬분들이 제가 스테이지 1에서 경기에 많이 못 나와서 속상해하셨거든요. 지금 시점에서는 그때 많이 못 나온 게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 것 같아요. 저는 계속 플레이할 거고, 무대에서도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제 실력을 증명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많이 기대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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