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대답은요? "

치글러가 붕대를 감아주던 손을 풀고 모리슨에게 고개를 돌렸다. 치글러가 똑바로 바라보자 대답을 피하려는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몇일전, 치글러가 그에게 말했던 참이었다. 그를 좋아한다는걸, 동료로써가 아니라 남자로, 같이 살아갈 사람으로써 좋아한다는 것을 고백한것 이었다. 모리슨은 ' 일주일 뒤에 답해주겠네. ' 라고 쿨하게 답변했지만 얼굴은 복잡해보였다. 그 이후 모리슨은 그녀를 피했지만, 오늘, 그니까 모리슨이 작전에 나가기전에 의무실에서 그녀와 마주친것이었다.

약간 부러진 팔이었다. 치글러는 묵묵히 팔을 내밀고있는 모리슨을 올려다보고는, 테이블에서 붕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한겹씩 붕대로 팔을 감기 시작했다. 아무말도 없이 하얀색 천으로 덮어가기만 했다. 마치 먼저 말을 꺼내주기를 바라는것 처럼 그를 몇번씩 쳐다보았다. 하지만, 모리슨은 너무 둔한 사람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영역안을 유영하는 법을 모르고있었다. 모르고있기에, 침묵만을 유지했다.

참지 못해 치료를 끝내고 치글러가 말한거였다. 계속 자신을 피했던 모리슨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녀는 다시 그를 불렀다.

" 잭. "

고개를 돌려 피하기만 하던 모리슨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옆에 놓았던 총을 들고 급급히 의무실 문을 열었다. 그는 나가려고 하다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치글러가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말해달라고, 그냥 자신의 마음을 포현해달라고 그녀의 눈이 울부짖고있었다. 그 떨림을, 간절한 메아리를 무시할수 없어 입을 열었다.

" 작전. 완수후에 다른곳에서 이야기해주겠다. "

잠시 뜸을 들인 뒤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앙겔라. "

그리고는 뛰어갔다. 치글러가 그를 불러세우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시야에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치글러. 메르시. 정도로 밖에 불리지 못했던 그녀에게 ' 앙겔라 ' 라는 칭호는 굉장히 드문것이었다. 그런 이름을 모리슨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불러줬다고 생각하니 심장은 좀처럼 안정하지 못했다. 시선을 돌리려고 쓰고있던 논문을 열심히 쳐다보았지만, 그 글씨마저도 앙겔라 라고 재배열되고 있었다. 이래서 사랑이 미친거구나 라고 치글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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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료들이 속속 본부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 얼굴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작전이 실패한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부상을 입은 동료들이 많이 없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치글러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돌아오던 무리중 가장 앞에 있던 아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 작전이 실패한건가요? "

치글러가 아나에게 물었다. 아나는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며 힘들게 입을 땠다.

" 모리슨이... 사라졌어. "

갑작스런 실종소식에 치글러는 다음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볼에서 눈물이 흐르는걸 느꼈다. 어느때보다도,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리중에는 그가 섞여있지 않았다. 그를 가장 기다렸는데, 왜 다른사람들은 다 멀쩡히 왔는데 그만, 어째서 잭만 돌아오지 못했냐고, 나는 아직 그에게 듣지 못한 말이, 그가 지을 표정을 다 보고 듣지 못했다고 아나에게 소리질렀다.

그런 치글러를 아나는 안아주기만 했다. 그녀의 마음을 다 안다는듯한 따뜻한 손길이었다. 아나의 품에서 안겨 치글러는 한참동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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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슬픔. 치글러를 옥죄고 있는 감정의 정체였다. 끝내 시체조차 찾지 못한 모리슨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이 장례식에서도, 그녀 마음속의 상처는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모리슨이 환하게 웃고있는 영정사진조차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영정사진 밑에 있는 빈 관 위에 국화꽃 한송이도 올려두지 못했다. 그 만큼 치글러에게 잭의 부재는 큰 공허였고, 흠집이었다.

서로 잭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던 동료들을 뒤로 하고 치글러가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물소리에 묻혀놓았다. 그녀의 슬픔을 그녀 혼자 알수있도록.

근데 그 공간에, 그녀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듯했다. 급히 느껴진 인기척에 치글러가 뒤를 돌아봤다.

검은색양복으로 깔끔히 차려입은 여성이었다. 피부가 창백하다 못해 파란거 빼고는 다 괜찮았다. 하지만 치글러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아멜리였다. 자신의 남편인 요원을 죽이고 사라진 아내. 모든 증거를 뒤져 쫓아봤지만 행방이 묘하던 그녀였다.

" 앙겔라. "

차갑고 앙칼진 목소리가 치글러를 불러세웠다.

" 같이 가자. "

화약 냄새와 비슷한 향기가 치글러를 맴돌며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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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써보는 글입니다 ㅠㅠ 추천 좀 눌러주시고 혹시 피드백 주실거 있으시면 주저마시고 댓글 달아주세요! 저건 시리즈물이에요! ㅎ 제가 메르시 유저라 메르시 글은 꼭 써보고싶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 이미지 출처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글링 하다가 다운받은거라서... 암튼 잘 부탁드립니다.(썸네일은 있는게 좋을거같아서 그냥 풍경사진으로 바꿧어요! 좀 잔잔한 이미지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