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을 위해서, 그리고 글이 너무 길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반말을 사용하였으나 읽는 분들을 존중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블리자드의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방식을 다룬거라 오버워치 스토리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어요 육개장 컵라면의 땡글이 어묵만큼 들어있어요



머리말

블리자드 게임에 쏟아부은 시간만 이천 몇시간, 적어도 내 인생보단 블리자드 게임 스토리가 재밌길 바랬다 근데 현실은 가 짐 어서 (그렇다고 제 인생이 더 재밌다는건 아닙니다 ㅎ)

본문

블리자드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유아용 슈퍼히어로 만화와 스토리 노선이 비슷하다
물론 스케일과 디테일은 조금씩, 그리고 많이 다르겠지만

우선 아군이 있고 적군이 있다 적군은 딱봐도 나쁘게 생김
이야기의 초반부에는 아군과 적군이 아주 피터지게 싸운다

그렇게 싸우며 벌어지는 여러가지 해프닝을 그려내며 스토리에 살을 붙히기 시작한다
블리자드가 이런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가는건 참 잘한다 아주 칭찬할만 하다
그 특유의 연출력과 맞물려 높은 몰입도를 유지해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군에게는 항상 적군과 싸울 정당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반면에 적군은 어떨까?
블리자드의 스토리진은 여기에 집착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군진영의 몇몇 똑똑이들이 적군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는걸 밝혀낸다

들어보니 그들도 싸울 이유가 있어서 싸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설탕에서 단맛이 나고 오렌지는 주황색이며, 사과는 빨간색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초록색도 잇음ㅎ)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해가고 '결국 저놈도 나쁜놈은 아니었어' 식으로 !같은 평화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들이 전쟁중에 조진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피해는 잊혀지거나 언급도 안되고 몇몇은 미화까지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배트맨과 조커가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까지 이르고 나서는 세계관에 적이라고는 남아나질 않는 시기까지 이른다

이미 등장인물이나 네임드들은 서로 짝짝쿵하고 친목질 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이런 세계관이 지속되는건, 기본 베이스가 '무한한 전투'인 게임의 컨셉에 전~혀 알맞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싸움거리를 만들기 위해 완전히 제 3의 세력이 등장하고 그들은 순수한 악으로 묘사된다 쳐맞고 싸우며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샌드백들은 항상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작위적인 악당이 아몬과 그 수하인 나루드 박사와 혼종들이다
케리건의 통제를 벗어나 프로토스가 맘놓고 학살한 야생저그도 포함될 수 있겠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테란 해적들이라던지 뭐 다 합쳐서 그런 쩌리들도 마찬가지
원래는 탈다림도 여기 포함되는데 블리자드 개신새병끼들이 그새를 못참고 반쯤 선역화해버렸다ㅎ

호드진영과 얼라이언스 진영의 !같은 친목질의 시작이후 결국 불타는 군단이라는 작위적인 순수악 새7ㅣ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원래 등장하려고 떡밥을 깔았니 뭐니 할게 아니라 
워크래프트가 심즈가 아니라 mmorpg로 남아있으려면,
불타는 군단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물타는 군단이라도 새로 만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솜브라영상에서도 실상은 프리메이슨 같은 세력이 옴닉과 인간의 분쟁을 부추겼다는 식으로 이미 떡밥을 깔아두었다

왜냐면 나중에 '사실 우린 모두 친구였어' 또 써먹어야 되거든

이런 정신나간 전개는 끝이 없다 구와아악 갸아아악(스컬지 소리입니다 ㅎ)

유아용 슈퍼히어로 만화의 경우에는 아무리 악랄한 악당이라도 주인공이 머가리를 부숴버리는걸 5~11세 아이들 보는 영상에 내보낼 수 없으니까
타협한 가장 합리적이면서 감동적인 결말이 '교화된 악당과 화해하며 친구가 된 주인공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정도인 것이다

적어도 얘넨 납득가능하고 고개 끄덕여지는 불가피한 이유라도 있다

블리자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얘넨 현시점으로 그냥 이런 스토리밖에 내놓질 못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토리담당을 블리자드가 못 짜르고 있는것 같다 '그동안 잘해왔으니까' 또 '아직도 먹히긴 하니까'.. 뭐 이러면서



블리자드식 스토리의 치명적인 약점은 스토리가 알기쉬운건 좋은데
다음 스토리가 눈에 그려질 정도로 뻔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뻔함을 가리기 위해 '타락' '희생' 같은 감동실화 이벤트를 마구 쑤셔넣게 된다

이런 형태의 스토리가 잘 먹히던 시절도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저 플롯이 구식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여전히 떡밥+회수 콤보를 손에서 놓지를 못하고 있다
항상 스토리를 꿰뚫는 복선이 여러개 있고

그것들을 치밀하게 연결해가며 일관성과 몰입도를 높히려 애쓴다
떡밥깎는 노인새끼들.. 이대로 가면 오버워치 또한 같은 노선을 걸을 것이다

솜브라 비밀코드같은 헛짓거리도 공은 들였으나 반응은 시답잖았다 당연하다

처음 호드와 얼라이언스.. 서로를 원수같이 여겨서 도저히 연합하지 않을것 같은 두 세력이 힘을 합쳐 아서스와 맞서 싸웠을때는 정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참신했던것 같다

1절만 하고 거기서 그만두었어야 했다
이젠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