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知己) - 知(알 ), 己(자기 ). 자기의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친구.


지기라는 단어를 보면 보통 문지기 같은 무언가를 지키는 것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버지기가 우리가 현재 즐기고 있는 서버를 지켜주는 존재는 아니라는 걸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위의 한자와 같이 서버지기란 게임 속 유저의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고 있다.
당신이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서버의 지기는 당신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그리고 본인에게도 질문을 던져본다.
"게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과연, 유저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속마음을 잘 알고 싶어하고 있나?"
머리가 아파져 온다. 아직은…. 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왜 이렇게 감성에 젖어들게 될까? 기자도 남자이기 때문에 가을을 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때와 같이 출근 후, 여러 서버에 대한 소식들을 읽던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을 보았기 때문이다.


라스타바드 서버의 서버지기 '매혹향'이 작성한 '당신은 왜 리니지를 하나요?'



[ '당신은 왜 리니지를 하나요?' 인터뷰 모습. (클릭) 인터뷰 보러가기 ]




리니지 속에서 지나가는 유저를 붙잡아 질문하고 생각을 듣는 길거리 인터뷰.
많은 사람의 답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특이한 답변도 읽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유저들의 생각을 들어보려 했던 서버지기의 모습이 기자를 이토록 감성적으로 만들어버렸다.
더 고민해서 뭐하랴.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해보자. 그렇게 기자는 라스타바드 서버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인터뷰 당사자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 공격성 발언과 악플은 인벤 약관에 의거해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라스타바드 서버지기 매혹향 인터뷰





매혹향이 접속했다는 쪽지를 받고, 기자는 말하는 섬 여관 앞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잠시 후, 기자 앞에 나타난 검은 머릿결의 매혹향. 기자는 인사를 나누고 여관 주인에게 다가갔다.


첫인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기자는 한껏 무게을 잡고, 여관 주인에게 아데나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인터뷰하려고 하는데요.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큰 홀로 하나 주세요."

'훗. 이 순간을 위해 '늑대 인간'을 얼마나 열심히 잡았던가.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홀을 대여하시려면 최소 4400아데나가 필요합니다. 지금 주신 아데나로는 2300아데나가 부족하네요."

'큭. 망신도 이런 망신이! 날 거지로 봤을 거야. 허세만 가득 찬 거지로 봤을 거야. 으악!!'


민망함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기자가 고개를 떨어뜨리자.
매혹향이 여관주인에게 다가가 홀 대여비를 대신 지불해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매혹향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겠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ㅠㅠ)"


홀에 도착 후. 인터뷰는 이미 뒷전이요. 공항 상태 속에 자신을 저주하고 핍박하는 기자를 내버려두고,
매혹향은 이미 스크린샷 찍기 좋은 자리를 잡아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히려 기자를 다독여주는 상황.



  [ 스크린샷에 대한 설명을 하자. 기자를 위해 길게 길게 붙여서 대답하겠다는 매혹향. 감동의 눈물이ㅠㅠ ]


이렇게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매혹향의 자기소개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 라스타바드 서버지기 매혹향.
"안녕하세요. 데포쥬드 서버에서 이사 온 서버지기 매혹향입니다.
데포로쥬 서버에서는 아르v로 활동했답니다.

리니지는 10년 정도 했고, 나이는 올해 25세,
성별은 아마도 여자일 겁니다.

이번에 다시 서버지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잘 부탁드려요~
"


리니지 경력이 10년이면, 서버지기분들께 들을 수 있는 흔한 경력이다.
그런데, 나이가 25세?! 대체 몇 살 때부터 리니지를 한 것인가. 15세?!



"중학교 1학년 때 시작을 했었죠. 물론 중간마다 공부한다고 쉬기도 했어요.
그리고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흥미가 없어서 바로 접다시피 했답니다. (웃음)
"



기자도 사실 리니지를 처음 시작한 게 친형을 따라 13세에 시작하였다.
하지만, '뼈 갑옷'을 셸로브에게 강탈당한 후에 마음에 상처가 너무 깊게 남아 포기할뻔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10년이면 상당히 오랫동안 해온 것인데, 그렇다면 서버지기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 인지.




"서버지기는 2010년 3월부터 활동하다가,
중간에 사정이 생겨 잠시 쉬었고,

다시 시작한 지는 해로는 1년이지만
달로는 반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얼마 안 된 거죠.
"




리니지를 플레이한 기간에 비하면 다소 늦은 시작인데, 뒤 늦게 서버지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서버지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조금 긴데요.
2~3년 정도 리니지를 접었다가 전에 키우던 아르v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처음에는 서버지기가 아닌 상태에서 아르v로 글을 썼답니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이 추천해주고 마프섭의 '생크림케익'언니의 기사를 보고
저도 즐거운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고 전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신청했어요.
사실 그때 당시는 답변도 없어서 안될 줄 알았지만 말이죠. (웃음)
"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고 전해주고 싶은 욕심.
그래서인지, 매혹향의 글은 사는 이야기, 리니지 속 생활 에피소드의 내용이 많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는 점이 유저들 사이에서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물론, 여성 서버지기라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어느 게임이나 여성 유저는 인기가 많으니까!





"꼭 그렇다고는 볼 수는 없어요.
언제나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예전에 제가 글을 쓰다가 처음으로 사진을 올린 적이 있어요.
얼굴을 가리고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이 공식홈페이지 메인에 올라가면서


절 싫어하는 분들도 대폭 늘어나고! 용기 있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답니다. (웃음)
"



인기와 관심은 같은 맥락이다 보니, 좋은 관심도 있을 테고, 반면에 악의적인 관심도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본인의 글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보면 많이 속상했을 것 같은데…



"상처 정말 많이 받았죠. 알게 모르게 글을 읽고 글썽글썽 거린 적도 많은걸요.
그래도, 악플 이어도 관심 두고 글을 클릭했다는 거니까 뭐 상처는 받지만, 무관심보다는 좋아요.
"



간혹 강도 높은 악플로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는 매혹향.
하지만, 말한 대로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다. 인기는 곧 관심 아니겠는가! 갑자기 침울해진 분위기.


화제를 바꿔보자, 서버지기를 하며 일어난 에피소드를 들어보고 싶다.



"에피소드야 많죠. 길지만 몇 개 추려서 말씀드려볼까요?





한번은. 제가 잠시 일 때문에 캐릭터를 혈원에게 맡긴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누가 와서 죽이더래요. 그 이유인즉.


'당신이 수면에서 내 뒤치기 했잖아. 내가 서버지기 아이디도 모르겠어? 니가 트리플 뒷치기 했잖아'
라며 치더래요. 전 법사인데 말이죠.
"



순간 머리가 멍 해졌다. 서버지기를 하면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가? 빨리 이 분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다음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하지만, 내용은 또 구박받는 내용이 나오는듯했었다.



"음. 이건 말하기 좀 창피한데,
혈원들이 저보고 리니지 좀 공부하래요. 무슨 서버지기가 모르는 게 그리 많냐면서. (ㅠㅠ)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이제는 '오땅'이 오징어 땅콩이 아닌 건 안다구요!!
"





오땅을 듣자마자, 기자의 의자가 뒤로 넘어갈 뻔했다. 오땅이라니! 오땅이라니!!
기자가 너무 웃는 바람에 무안해진 매혹향.


"모를 수도 있지ㅠㅠ. 모를 수도 있지ㅠㅠ." 라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그녀가 리니지를 하는 이유


한참을 웃은 탓에, 이제는 기자마저 무안해져 버렸다. 웃음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번 인터뷰의 핵심인 '당신은 왜 리니지를 하나요?'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얼마 전 작성한 '당신은 리니지를 왜 하나요?' 에서 매혹향은 많은 유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번엔 기자가 매혹향한테 물어보겠다. 매혹향님은 왜 리니지를 하나요?



▲ 사람과의 인연이 가장 큰 이유.
"제가 리니지를 하는 이유는.
제가 평소에도 사람들을 많이 접해요. 아이들도 많이 접하구요.

전 사람이 참 좋답니다.

리니지는 제가 하는 취미이자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곳이자
저와 추억을 많이 나눈 제가 가장 오래 한 게임이니까요^^

한번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아직 사람 냄새나는 곳이 있더라구…

리니지가 아직은 정도 많고 사람 냄새도 나는 곳이라
더욱 놓칠 못하고 있네요(웃음)
"



게임의 수많은 기술적 발전과 컨텐츠의 다양화 속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는 '리니지'
그 인기의 원인은 오랜 시간을 보내온 만큼 수많은 사람의 인연이 엮이고 엮어 받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전투이든, 친목이든 말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인연 속에 머물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 참 좋다는 매혹향.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전 앞으로도 거창한 거 보다는 그냥 소소하고 즐거운 이야기,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내용이지만,
데포로쥬 서버에서도 가끔 올리던 그날 있었던 일들과 사진을 올리는
일기 형태의 글도 다시 써보고 싶어요. 가히 엽기적이죠. (웃음)
"



사진이라! 사진과 일상이야기를 들으니, 얼마 전 인터뷰한 하이네 서버의 '츠키야'가 떠올랐다.
두 사람 모두, 사진이 올라갈 때면 댓글이 후끈 달아오르지 않았던가! 심지어 서버 이전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아니에요. (웃음) 엽기적인 용기에 응원을 해주시고 힘내라고 해주신 거겠죠.
저도 제가 평범한 거 알아요. (웃음) 그래도 사진을 올린다는 건 그만큼 제가 조심하려는 것도 있구요.
"


'사진을 올리는 만큼 조심한다.'라…
아무래도, 그녀의 일상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나 사진이 올라가는 건,
위험요소가 상당히 많다. 별 이유 없이 악플을 다는 유저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간혹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진이나, 글을 통해 루머나 사진 합성을 하는 유저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수하고 올린다는 건 그만큼 솔직하게 자신을 나타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함이 아닐까.


게임과 게임 속 캐릭터라는 익명성 속에 자신을 나타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서버지기.
서버지기이기 전에, 매혹향은 이미 사람을 좋아하고 다가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지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함께 추억을 새기고 싶어하는 서버지기. 매혹향. 마지막으로 리니지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사실 제가 라인 혈이긴 하지만 통제고 적이고 잘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냥 저 때리면 아 적이구나. 안치면 중립이나 동맹이구나 하는 정도.


서버지기라고는 하나 라스타바드 서버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아요.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많이 알려주세요.


그리고 심심하시면 귓속말 해주셔도 되구요. 제보는 더욱 좋구요.
요즘 환절기라 감기가 유행이래요. 다들 독감예방 주사 꼭 맞으시구요.




마지막으로.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입니다.

올해도 사랑 가득히 함께해요~ 끌끌 -ㅅ-v
"

아직 솔로입니다!! - 3-v




아직 솔로(solo)라고 한다. 도전 하고 싶은 용자들은 라스타바드 서버로 찾아가면 되겠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다 보니 다소 늦은 시간에 시작했던 인터뷰는 새벽 1시가 돼서야 마무리되었다.


기자의 입장으로서, 배울 점도 있었고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던 시간.


늦게 자서 학생들 앞에서 피곤해 보일까 봐 걱정이라는 말에 기자가 직업이 무엇이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니,
매혹향의 직업은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왠지 머릿속으로 어울리는 그림이 그려져 가는 가운데, 역시 그녀의 직업이 선생님인 탓일까.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기자를 다그치며 빨리 자야 내일 출근하지 않느냐는 걱정 어린 잔소리를 들었다.
우리 엄마도 안 해주는 걱정을…(ㅠㅠ) 그렇게 기자는 등 떠밀려 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지기(知己). 자신의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친구.



당신은 지금도 외롭게 홀로 게임을 하거나 속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필요하진 않은가?
그렇다면 라스타바드 서버의 지기 매혹향을 찾아가 보자. 아니면, 그녀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자.


그리고 수많은 리니지의 일상 속에 행복한 추억을 새겨나가며, 당신의 리니지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란다.





말하는 섬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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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 Dalin - 이강희 기자
(Dal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