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Lisa su) AMD 회장이 아시아 최대 ICT(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컴퓨텍스(Computex) 2019’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며 경쟁사 인텔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격적인 가격 정책과 성능으로 데스크탑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리사 수 회장은 컴퓨텍스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국제컨벤션센터(TICC)에서 열린 국제기자간담회에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CPU 신제품인 ‘라이젠 3세대(Zen2)’와 그래픽카드(GPU) 신제품인 나비(Navi), 서버용 CPU 로마(Rome) 등을 공개했다. 

그는 "AMD는 기술을 한계까지 가져간다는 비전을 갖고 1기가헤르츠(㎓) CPU·GPU, 7나노 GPU 등을 세계 최초로 선보여왔다"며 "AMD는 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을 첫 번째 목표(first goal)로 삼고,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이끌어나가는데 역량을 집중(Big-bet)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사 수(Lisa Su) AMD 회장이 27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9 국제기자간담회에서 신형 데스크탑 CPU 라이젠 9을 선보이고 있다. /윤민혁 기자
이날 기조연설은 AMD 신제품 공개로 꾸며졌다. 핵심 제품은 라이젠 3세대 CPU다. 신제품은 기존 2세대보다 캐시메모리를 2배 탑재해 IPC(클럭당 성능)를 15% 끌어올렸다. 

또 8코어를 사용하던 기존 최상위 제품 ‘라이젠7’을 넘어서, 12코어를 탑재한 ‘라이젠9’을 소개했다. 리사 수 회장은 "라이젠9 3900X는 인텔 i9 9920X보다 싱글스레드(단일 코어) 속도는 14%, 멀티스레드(다중 코어) 속도는 6% 빠르면서 전력 소모는 더 낮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라이젠9이 인텔 데스크탑용 최상위 CPU인 코어 i9 시리즈의 맞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MD는 이날 라이젠9 외에도 3세대 코어를 사용한 라이젠7 제품군을 선보였다. 라이젠 3800X는 최대 4.5㎓로 작동해, 기존 최상위 제품이던 2700X보다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에서 20% 이상 성능이 개선됐다. 한단계 낮은 성능의 3700X는 최대 4.4㎓로 작동하면서 전력소모(TDP)는 65와트에 불과하다. 

AMD는 파격적인 가격정책도 들고 나왔다. AMD가 밝힌 라이젠9 3900X 가격은 499달러(약 59만원)로 경쟁 제품으로 꼽은 인텔 i9 9920X(1100달러)의 절반 이하다. 출시는 오는 7월 7일이다. 리사 수 회장은 "이전 세대 라이젠도 훌륭했지만, 기술자로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며 "라이젠 3세대는 경이적인(phenomenal) 게임용 CPU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사 수 회장은 이날 신형 그래픽카드 칩셋 나비 또한 공개했다. AMD는 나비 칩셋을 탑재한 그래픽카드를 RX 5000 시리즈로 명명할 계획이다. 첫 제품인 RX5700은 오는 7월 선보인다. 리사 수 회장은 "나비는 현 세대 칩셋인 베가(Vega)보다 성능을 1.25배, 전력당 성능을 1.5배 개선하는 게 목표"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오는 6월 E3쇼에서 밝히겠지만, 나비는 완전히 새로운 설계인 ‘RDNA’를 적용해 성능과 전력소모 개선을 이뤘다"고 했다.

AMD는 데이터센터에서도 신형 프로세서 로마를 내놓고 인텔의 아성을 위협할 계획이다. 리사 수 회장은 이날 미국 에너지부를 위해 제작하는 슈퍼컴퓨터 ‘프런티어(Frontier)’를 소개하며 "1.5 엑사플롭스(exaFLOPS, 1000페타플롭스) 속도를 내는 세계 최고 속도의 슈퍼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텔이 제작중인 세계 최고 속도 슈퍼컴퓨터 오로라(Aurora)보다 50% 빠른 수준이다.

컴퓨텍스 2019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혁신 및 스타트업, 게이밍 및 확장현실(XR) 등을 주제로 오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총 30개 국가에서 1685개 기업이 참가해 5508개 전시 부스를 차렸다. 기조연설 연사로는 리사 수 회장 외에도 그레고리 브라이언트(Gregory M. Bryant) 인텔(Intel)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부회장, 닉 파커(Nick Parker) 마이크로소프트(MS) 컨슈머부문 부사장 등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