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게 SSD가 필요한 이유


고성능 PC가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고 편안한 작업 환경을 제공할 확률은 높지만, 당신이 2D 기반의 디자이너라면 지나치게 고사양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실제 필자의 친한 후배의 사연을 예를 들어보자. A라는 후배는 1년 전 80만 원 상당의 그래픽 작업용 PC를 구매하였고 이후 몇 개월간은 만족하며 잘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날 때쯤 늘어가는 렉과 로딩 때문에 일이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사연을 듣고 PC를 봐주겠다고 들고 오라는 말을 했고 부팅을 해보니 참 어이가 없었다.


단일 램 구성에 메인 드라이브가 SSD가 아닌 HDD였고 바탕화면에는 무수히 많은 아이콘과 시작프로그램에는 알 수 없는 프로세서가 가득했다. 급한 대로 포맷을 하고 프로그램 최적화 단계를 거쳐 시스템을 돌려주긴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구성이었다. 적어도 SSD만 달아줬더라도 좋았을 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물론, SSD 유무를 논하기 전에 비양심적인 판매자와 관리를 못 한 사용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런저런 원인을 따져보기 전에 가장 원론적인 문제인 동일한 사양에서 SSD와 HDD 변경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를 기대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for Designer를 위한 2D 기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포토샵,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제공되는 어도비 마스터 컬렉션 CS6 (Adobe Master Collection Creative Suite 6)를 설치해 봤으며 구간별로 시간을 측정해봤다.


Western Digital WD Black 3D M.2 2280과 Western Digital WD Blue 3D SSD는 이전 테스트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짧게는 10여 초 길게는 1분 이상 블랙이 상대적으로 빠른 모습이긴 하나 체감상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반면에 지인의 컴퓨터에 메인 드라이브로 사용된 HITACHI 500GB 하드 디스크의 경우 블루 대비 짧게는 1분, 길게는 9분 정도 차이를 보였는데 굳이 수치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구간별 설치과정에서 차이를 쉽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각각의 설치된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를 확인해봤다. 블루와 블랙은 1초 내외로 박빙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일반 하드 디스크의 경우 평균 3초 내외로 그 차이가 제법 벌어진 모습이다. 1초와 3초, 생각하기에 따라 크게 와닿지 않을 수치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작업 환경에서 이러한 딜레이가 누적된다고 가정해 봤을 때 하루, 한 달, 길게는 년 단위로 손실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내가 화장실 몇 번 덜 가고 커피 마시는 타임을 줄이면 상쇄되는 시간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포토샵은 생각보다 많은 PC 자원을 소모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레이어가 커질수록 특유의 딜레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스크래치 디스크 (Scratch Disks) 탓이다. 윈도우의 가상메모리와 비슷한 기능으로 보조기억 장치 일부를 메모리처럼 활용한다. 이때 기억장치의 읽기/쓰기 속도에 따라 프로그램이 무거워지기도 혹은 가벼워지기도 한다. SSD가 점차 보급화 됨에 따라 이 설정을 SSD로 바꿔주면 한결 부드럽게 포토샵을 활용할 수 있다. 용량의 압박으로 SSD가 아닌 HDD에 포토샵을 설치해 사용하더라도 ‘스크래치 디스크’ 위치만 SSD로 설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스트소프트에서 개발한 알씨(ALSee)는 사진 편집부터 동영상 만들기, 사진 포맷 변환, 자동회전, 일괄편집, 사진 꾸미기 등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이미지 뷰어 프로그램이다. 무료 배포 중이고 용량이 적어 접근성이 쉽고 설치가 간편하므로 테스트 프로그램으로 선택해 봤다.폴더에는 다양한 크기의 사진 파일이 각각 100, 200장이 저장되어 있으며 용량은 260MB와 500MB정도이다.

이미지 크기 변경 > 해상도 조절 기능으로 4128×2322 PX 사이즈로 일괄 변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블랙 > 블루 > 하드 디스크 순에 빠르기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미지 크기 변경 > 비율 조절하기 기능으로 다수의 사진 파일을 50% 사이즈로 일괄 변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변함없이 속도는 블랙 > 블루 > 하드 디스크 순으로 측정이 됐다. 수치상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진사나 디자이너, 여행, 맛집 블로거라면 수치 이상의 차이를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치로 와닿지 않을 성능 차이


혹자는 ‘별 차이 없네’라며 수치 차이를 평가 절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하지만 HDD와 SSD는 데이터를 읽고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므로 시작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느껴지는 성능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벤치마크 상으로 드러나는 수치의 차이는 미비할 지라도 막상 in GAME에서 순간적인 프레임 드랍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전반적으로 반도체 관련 PC 하드웨어의 가격대가 내림세고 그 기세가 당분간 지속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지만 소비자로서는 옆그레이드가 아닌 진정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보인다. 게이머뿐만 아니라 본 글에서 수차례 언급한 디자이너,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는 종사자라면 이번 기회에 HDD에서 SSD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9년 1월 21일 최저가 기준. 블루 54,850원. 블랙 93,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