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가 국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기억나는 것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분명히 실패할 거라고, 마치 실패하기를 바라는 양 글을 쓴 사람들이 있었죠.

그걸 와우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분쟁을 일으켰었는데, 예전이라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아마 엔씨게임쪽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엔 아이온이 등장했을 때었죠.

그 때는 역으로 와우저들이 아이온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공격하고, 그것으로 서로 싸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디아블로3와 리니지이터널에 이르기까지 이 상황이 지속되고 있네요.

 

지금 게시판의 상황은 제가 어렸을 때 동생이 보이그룹 좋아하던 때와 1%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때는 H.O.T 팬들과 젝스키스 팬들 사이의 대립이 볼만했었죠.

서로 소속사가 달라서 각 회사에서 나오는 모든 그룹들이 서로 대결모드였고,

나중에는 같은 소속사의 그룹들끼리도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동생이 얘기해주는 공연장에서 팬들끼리 서로 싸우는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는데,

이제 훌쩍 커버린 지금 그 때를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서로 얼굴 붉히고 못잡아 먹을 것처럼 싸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가 중학생 시절입니다.

 

제가 볼 때, '선호'라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호에 이유나 근거를 내세우는 것은 자신의 심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한 방어 수단에 가깝습니다. 자기합리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죠.

인간이라는 존재가 진화해 온 방식이 나와 너를 가르고 서로 무리짓는 것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먼저 보고 좋다고 느낀 대상에 호감을 가지면서 그와 같은 성질의 다른 것에 반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것에 따라서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중학생 정도에서 그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한걸음 물러나 대상을 바라보면 더 좋은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한 것이 있고, 나에게도 고칠 점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것도 알게 되죠.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인데, 살다보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느낍니다.

내가 강하게 선호하는 것일수록 그것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법이니까요.

 

블리자드 게임들과 엔씨게임들...

저는 두 회사의 게임들이 왜 다툼거리가 되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호의 영역에서 놀아야 할 것들이 왜 논리의 영역으로 내려오는 것일까요.

논리의 영역에서 '좋고, 싫음'은 이쪽편과 저쪽편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옳은 것인가? 논리적인가? 오류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 정도가 거기에 더 적당하죠.

 

토론의 목적은 나와 너를 가르고 승자와 패자를 판정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격차를 줄이면서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것일텐데...

그것을 모르지도 않을 나이(에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지스타로 토론의 이야기거리가 늘어난 이 상황에서

필요한 곳에 써야될 힘을 엉뚱한 곳에 모두 소비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요즘은 시간이 흘러 추억이 되니, HOT빠와 젝스키스빠도 서로 친해지더군요.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블리자드 신도님들과 엔씨 신도님들도 화해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