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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게시판에는 처음으로 글을 남겨보네요. 사실 이런 게시판에 글 남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팅만 하고 있자니 답답한 글들이 보여서 몇자 남기고 가요.

외국의 경우 대부분 학생들이 오후 3 ~ 5시 사이에 수업이 끝나면 개방된 학교에서 서클 활동을 및 야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자연스레 인성을 알아가며, 친구들 사이에서 유대 관계를 쌓아가죠. 

우리나라는 이런 나라들과 판이하게 다릅니다. 중국이나 일본도 자율학습 제도가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죠. 
중국이나 일본은 글자 그대로 자율입니다. 학교 자체를 개방만 해놓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전 세계에서 자율학습이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학생들이 원하지도 않는 반 강제적 학습권을 밤 10시까지 보장하는 
나라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입니다. 

다 아시잖아요? 청소년의 학습권은 이미 충분히, 아니 차고도 넘치게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 
청소년들이 원하지도 않는 반 강제적인 학습권을 아주 충실하게 보장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현재 교육 실태죠.

10시 이후 자율 조례에 따른 학원규제. 그거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고 믿고 계시는 분이 설마 계실 줄 몰랐습니다.

대형 학원들은 아직도 뒷문으로 12시 넘어서도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고, 심지어 기업화된 과외방 같은 경우 
새벽까지 학생들 가르치는 곳도 널렸습니다. 

학생들 수면권? 건강권? 깡그리 다 무시죠. 입시지옥 나라에서 그런 게 있을 리 있나요.
전국 학원가에서 난리 난리쳤던 건 지들 밥그릇 챙기느라 바빴던 거지, 청소년을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 난리 덕에 생긴 피해는 돈 없는 영세규모의 학원들이 지게 되었고, 음지로 내몰린 학원가에서는 여전히 
밤늦게까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게 현실이죠. 사교육비는 더 올라갔습니다.


야간에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니 게임 중독이 된다? 게임 중독인 애들이 낮에는 게임 안할까요?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약 3~5%라고 합니다. 청소년들 중 게임 과몰입이라고 
판단되는 청소년들의 수치는 대략 10% 내외라죠. 근본적으로 야간 게임 유무는 게임 중독과 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셧다운제? 네, 취지는 백번 이해합니다.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 게임 과몰입으로부터 보호하자. 

말이야 얼마나 그럴듯 한가 말이죠. 하지만, 단언하건데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아무 효력이 없을 것입니다.
정말 작심하고 정부에서 미칠듯한 규제안을 마련하지 않을 바에야. 게임 하려고 마음 먹은 애들은 다 합니다.

부모님이나 가족들 민번은 폼이 아닙니다. 31살인 저도 가족 명의로 된 게임 계정 2 ~ 3개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민번을 통해서 게임만 즐기면 그나마 괜찮은 겁니다. 그 민번으로 2차, 3차 악용 사례가 생길 우려도 있죠.
또한 온라인 게임만 게임인가요. 콘솔이나 PC게임도 온라인 게임 못지않게 미칠듯이 할 수 있는 거 널리고 널렸습니다.

아니, 중독성은 오히려 이쪽이 훨씬 심하죠.

덩달아 함께 피해를 보는 성인 유저들도 있습니다. 

엑박 라이브 같은 경우는 한국 시장 전면 철수도 생각 중이라고 하더군요.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해외 업체들도 
셧다운제 도입으로 인해 국내 시장 진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우려도 있습니다.

(저도 엑박이랑 PS 3 멀티를 즐기는 사람이라 좀 답답하네요. 내년 2월부터 어떻게 적용이 될지...)


해외에서는 부모들이 해야할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한다고, 비웃기까지 합니다. 

이미 실패 사례가 있는 법안을 무리해서 도입하면서 세금을 축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이름이 무색하게 
온갖 비난과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이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제 눈으로 보고 있자면 한가지 생각만 들더군요.

이딴 쓰레기 법안은 말만 그럴듯하고 결국 목적은 돈이죠. 

이제 커질대로 커버린 국내 게임시장에 한 것도 없는 정부놈들이 밥숟갈 하나 얹어놓고 같이 떠먹어 보겠다고 
으름장 놓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 선봉대가 여가부고.

제 시선이 너무 일그러진 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게 보입니다.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장한다면서 10 ~ 12시 이후 학원규제법안을 만들었던 게 우리나라 정부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실이 청소년들의 수면권 및 건강권이 보장되고 있나요?

이후에 청소년의 인권을 위한다면서 체벌 금지법을 만들었죠. 그래서 인권이 보장받고 있나요?
이제는 수면권,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문화권을 박탈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습니다.

보통 학생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 들렀다가 귀가하는 시간이 밤 11시 ~ 12시 전후입니다.

학생들도 스트레스는 풀어야하고 주변에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고, 그나마 온라인 인프라가 발달되어 있는 
나라에서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희 수단이 바로 게임입니다. 

그것도 온라인 게임이죠. 가상 공간 안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떨 수도 있으니까요. 

이것 자체를 완전 셧다운 시키겠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정부 놈들이 자기들 배 좀 불려보겠다고. 
저는 정말 치가 떨리는데요?

왜 모든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밤 12시 이후부터는 단 1분이라도 게임을 할 수 없단 말인가요? 
누가 정하길래?

지쳐 있는 몸을 이끌고 밤늦게 귀가해서 길게는 1 ~ 2시간, 30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다가 그 피곤에 
쩔은 몸으로 잠이 드는게 우리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하게 자라나는 새싹들이라 생각하시지 않나요?

주말에 게임방에서 서든하면서 욕하고 큰소리로 떠들고 하는 애들. 네, 짜증은 좀 나요. 
하지만 못참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거랑 이거랑은 완전 별개의 문제죠. 저도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말 청소년들 인권을 위한다면, 이런 규제들은 다 사라져야 마땅한 게 아닐까요. 
게임은 마약이 아닙니다. 범죄가 아니에요. 놀이며 문화이고 유희죠.

물론 과한 몰입 증상으로 인해 안타까운 일을 겪는 일부 청소년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일부를 통해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면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게임이란, 그저 TV에 나오는 아이돌을 향한 열광이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좋은 음악.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같은 슈퍼 히어로. 

그런 것들과 동일한 선상에 있을 뿐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우리 새싹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사랑이며, 제대로 된 교육 제도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그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지, 이딴 탁상공론에서 튀어나온 규제가 아닙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성인분들 중 공감하시고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 계신 부모님들은 다시 생각해 보세요.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컴퓨터에는 어떤 파일들이 있고, 어떤 책을 좋아하며, 
어떤 연예인들을 좋아하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지. 

내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면, 무슨 게임을 어떻게 얼마나 하고 있는지. 
그런 것도 모르는 부모들은 이런 법안에 찬성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전 생각합니다.


얼마전 지스타 블리자드 부스에 손지창씨가 방문했었죠. 
큰 아들이 블리자드 팬이라서 가족 단위로 관람을 하고 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손지창씨 본인도 상당히 게임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고요.

손지창씨 가족들은 과연 밤 12시 이후에는 게임을 하지 않을까요? 단 1분이라도?  정말 궁금하네요.



담배 한 대 빨고 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