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부터 시작겠습니다.


MMORPG게임 내의 재화가치를 현실의 재화가치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또는 MMORPG게임 내의 노동을 현실의 노동가치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질문은 저기 고래로 부터 내려온 철학적 질문은 절대 아닙니다. 과학이 발전해 새로운 문화가 발생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최근의 일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위 문제에 있어서 선구자는 우리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쌀국이나 듕국 등, 또 저기 서구유럽 등보다도 먼저, 십수년 이전인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현거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돼 왔고, 그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위해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기에 그럴 겁니다.

 

그러합니다. 소크라테스가 환생해도,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공자 맹자가 살아 돌아와도 정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만약에 마르크스가 등장한다면? 상황이 다를 거라고 저는 봅니다. 아마도 단호하게 해법을 제시하지 않을까요? 이 부분 간단하게 살펴보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합시다.

 

1, 온라인게임 세상이 등장한다.

2, 그리고 현실의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하여 양 세계의 모순이 극에 달한다.

3, 결국 새로운 세계가 등장한다. 요컨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뒤섞여 하나로 통합되는 신세계다.

4, 그러므로 가상 속의 노동을 현실의 노동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까지는 변증법이라는 철학논리로 현거래 문제를 풀어 본 겁니다. 여기에다 사회주의사상을 접목시키면 이렇습니다.

 

"게임사 즉, 자본가계급과 유저 즉, 노동자계급이 계급투쟁을 벌인다. 게임사는 현세상에서 그러하듯, 온라인세상의 재화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유지하려는 계급투쟁을 하며, 반대로 유저는 소유권의 공유를 주장하는 계급투쟁을 한다. 결국 소유권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마지막 문장인 "소유권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새로운 세상"은 머나먼 미래에 가능할 지 어떨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세상인 거고,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사회주의 중도파였던 마르크스나, 사회주의 급진좌파였던 아나키스트의 해법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우파인 사민주의자들이 제시하는 해법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말하자면 자본가, 게임사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그 소유권을 바탕으로 한 권력과 힘으로 노동자, 소비자를 착취하지 못하도록 다른권력이 (즉,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정치권력이) 시장을 강력하게 제어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죠.

 

이상, 마르크스와 사회주의사상가들이 등장한다면 현거래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본인이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사에 경의>를 표하는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도"라는 단서를 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거래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제문제, 요컨대 현거래사기, 해킹, 자동프로그램 등, 폐단들에 대해서 블리자드는 현금경매장이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며, 그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겁도없이 혹은, 대~한민국(의 상황)을 무시하며 현거래 탑재 게임을 출시하려고 심의를 신청했습니다.

 

저 경우를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정치권력도 결국 자본가를 위한 위원회에 불과>한 미국의 정치현실에 찌들어 살다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고노무현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권력은 시장의 강자인 자본가에게 넘어갔다...)>라고 확신에 차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본인이 블리자드사에 경의를 표하는 이유는 첫째, 이번 디아블로3 사태를 기화로 해서 우리 대~한민국에 다시 현거래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둘째, 그간 현거래를 반대해 오던 유저들로하여 우리 대~한민국 게임사의 소비자 무시풍조를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 블리자드사로 하여 바뀌게 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거래 반대 유저들이 대거 찬성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전적으로 블리자드사의 공적이며, 건전한 현거래 문화정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 가능성을 매우, 아주, 대단히 높혀주었다고 봐야 하기에 블리자드에 경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의 게임사들입니다. 말하자면 게임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들과, 그 자본가들의 처분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경영진들 그리고 보수우파적 정치인들 및, 행정관료들입니다. 또, 정권초부터 기업프랜들리를 내세우며 반소비자편향적, 반노동편향적 정부임을 천명하고 나섰던 이 정부입니다.

 

그러므로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게임물등급위원회를 비난 혹은 비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블리자드사의 방식을 무턱대고 받아들이면 아니되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어제 올린 글에서 구구절절 이야기했고, 덧 붙여서 이 글의 윗 <그럼에도> 부분에서 강조했습니다.

 

현거래 합법화를 주장하는 유저들은, 지금의 암묵적 현거래로 인한 폐단들을 일소하고, 동시에 게임사의 유저 무시풍조를 바꾸기 위해서, 요컨대 소비자 주권을 주장하는 것이지 무슨 게임으로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으로 먹고 살려고 한다면 그냥 지금이 더 낫다고 봐야 합니다. 자동사무실을 개업하거나, 해킹을 하든지 아니면 사기를 치고 다니면 되지 않겠습니까? 현거래가 합법화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게임으로 먹고 살수 있지 않습니까?

 

정리하면서 글 마무리할 겁니다.

 

서두로 돌아가서, 우리 대~한민국의 게임사와 유저들은 쌀국이나 듕국, 서구유럽 등과는 달리 이미 오래 전부터, "MMORPG게임 내의 재화가치를 현실의 재화가치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또는 MMORPG게임 내의 노동을 현실의 노동가치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전대미문의 철학적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또한, 인정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또, 그걸 어떻게 잘 극복해 건전한 게임문화를 이룰 것인지도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그만, 그 고민을 끝내고 해법을 찾을 시점입니다.

 

2006년도였나? 로한이란 게임을 서비스하는 YNK게임즈에서 로한 내의 게임머니를 자사 포털사이트의 현금코인과 연동시킨 후, 아이템베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 여가 지난 지금, 비슷한 방식의 서비스를 쌀국의 블리자드사가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두 경우 다 현거래로 인한 폐단이나 문제점에 대해 (게임사가 당연히 가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현거래로 인한 이윤에만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암묵적 현거래로 인한 폐단들을 나몰라라 외면하면서 "그냥 지금 이대로~~를" 외치는 엔씨 등, 나머지 게임사들에 비해서 블리자드사는 <경의를 표해도 좋을 게임사>라고 나는 봅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블리자드사가 현금경매장을 탑재한 상태로 다시 재심의를 받을 때에는 지금처럼 하지 말고, 책임있는 자세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저 쌀국의 게임사가, 요컨대 우리 대~한민국 만큼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고민과 고뇌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는 저 쌀국의 게임사가 책임있는 현거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온라인의 선구자적 국가이며, 동시에 현거래 문제에 있어 선구자적 국가이기도 한 우리가 먼저, 우리의 게임사들이 블리자드사 보다도 더 먼저, 책임있는 자세로 현거래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유저들이 게임사 및 위정자들을 압박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