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과 돌멩이가 섞여 한양대 앞 거리는 난장판이 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아침에 임종석 의장이 한양대 주변에 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들이 집중 배치가 되었고,



그 안에 포위되어 있었던 임종석 의장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한양대에 들어갔지만

그날이 하필 일요일이라 학내에 학생이 거의 없는 걸 알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지금 우리 의장님이 위험하니 빨리 나와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말에 도서관에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맨몸으로 나와서

교문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된 것이었다.



즉, 그날의 갑작스런 시위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이

의장님이 도망갈 수 있도록, 경찰들을 자기 앞으로 불러세운 것이었다.

그 노력 덕에 임종석 의장은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갔다는...



그시절엔 그랬다.

운동권이 아니더라도, 시험 공부, 취업 공부 때문에 도서관에 있던 학생들도

의장님이 위험하다는 한마디에 자신을 경찰들의 미끼로 던질 수 있는

그런 시대였다. 그런 학생들이었다. 나는 다치고 잡히더라도

우리들의 의장님만은 절대 다치거나 잡히면 안되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이 지나고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때 그렇게 우리가 몸으로 지켜낸 자랑스런 우리들의 의장님이

지금은 '내 지역구'를 돌려달라며 생떼를 부리다가

결국 공천에 탈락해서 지금 대책회의를 하고 있단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수많은 그 학생들은

다치고, 빵에 가고, 제적을 당해

그 의장님처럼 국회의원도 못 되고, 취업도 못 해서

비록 어려운 서민으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그 시절 가졌던 의로운 뜻을 버리지 못 해

아직도 그 시절 그 뜨거운 열정을 숨기지 못 해

돌멩이 대신, 화염병 대신 당에 가입을 하고

투표를 하고, 주위 사람을 설득하고,

때론 술먹다가 다투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있는데



누구는 생활고에 힘겨워 노가다를 뛰다 불구가 되고

누구는 일찍 병에 걸려 죽기도 했고

누구는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동지도 있는데



왜, 왜 우리의 그 의장님은

국회의원도 두번이나 하시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하셨으면서도



뭐가 아쉬워서,

뭐가 그렇게 욕심이 나서

안 그래도 힘든 우리들까지 쪽팔리게 하는지...



의장님, 동지로서 마지막 부탁입니다.



우리가 그시절 당신을 우리 목숨처럼 지켰던 것처럼

이젠 당신이 우리를 좀 지켜줍시다.



뭘 거창한 걸 하라는 것도 아니오.

무슨 빚쟁이처럼 빚 갚으라는것도 아니잖소,

그냥 떠날 때를 알고 조용히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니겠소.



당신 위해 스러져간 많은 동지를 위해서 말이오.



출처, https://www.ddanzi.com/free/799163826?s=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