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준석이 화성을에서 국회 입성한것에 대해 각자의 평가가 있겠지만 전 공영운이 두가지의 크리티컬한 실책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공영운과 한정민은 정치 신인이었고 이준석은 총선에 나가본 경험이 많죠. 경험에서 나오는 이점이 이준석에게 있었다는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준석은 유세를 잘한게 맞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여조상 20~30% 차이의 우위를 보이던 후보가, 그것도 민주당에 유리한 밭에서 민주당 타이틀을 달고 이정도로 수직낙하 하면서 뒤집히는건 선거판에서 매우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번 선거판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정권 심판이 테마인 선거였습니다. 공영운도, 이준석도 이걸 알고 있었고 공영운은 정권 심판을, 이준석은 "누가 당선되어야 윤석열 술맛이 떨어지겠냐" 를 강조했습니다. 

즉, 이준석은 자신이 피해자 라는 프레임을 만들었죠.

기억하시는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신과 한때 한편이었던 장예찬이 이준석에게 등을 돌리고 그에게 수도 없는 조롱을 하고 다닐때 평소같으면 SNS로 이준석 특유의 이죽거림이 있었어야 했는데 이준석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러 방송에서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이준석은 그때마다 이런식의 대답을 합니다.

"정치인이 자기가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건 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언뜻보면 마치 장예찬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주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논리인겁니다. 윤석열을 대통령 만드는 과정에서 개고기를 팔았던 자신은 '살기위해서' 그랬던 거라고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인 것이죠.

이처럼 이전부터 자신의 부역을 합리화했고 팽을 당한 이후 피해자 행세를 하며 연성 반윤 포지션을 잡으려고 이준석은 오랫동안 공을 들였습니다.

공영운이 이점을 공략하지 못한게 첫번째 실수입니다.

"이준석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을 대통령 만든 제1의 부역자이고 대선기간에 윤석열이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감추고 윤석열에게 표를 달라고 유권자들을 현혹시켰다. 지금 나라를 이꼴로 만든 책임은 당시 이준석 당대표에게도 있는데 이제와서 자신이 팽당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며 표를 달라고 하는것은 잘못된 것" 이라는걸 동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어야 했습니다. 

쉽게 말해 윤석열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이준석에게 고스란히 옮겨 심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습니다. 사전 선거 이후 공영운 후보 유세를 도우러 온 오창석 평론가가 마이크 잡고 이 점을 강하게 피력했지만 이땐 이미 이준석에게 기세가 붙은 상황이었죠.

이준석이 잘하는게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이준석이 공영운에 대해 가장 집중적으로 네거티브 한건 자식 부동산 증여 문제였습니다. 사실 이런건 윤석열 심판론이 기저에 깔린 상황에 표심이 흔들리는 이슈가 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문제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양문석이 살아남은게 대표적인 예이죠. 공영운의 해명 및 사과도 전 비교적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토론을 불참하는 바람에 이준석이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게 판을 깔아줘버린 겁니다.

아마 공영운 입장에선 

"토론은 내가 약점이니 이를 드러내거나 상대의 장점을 살려주기 보다 아예 판 자체를 엎어버리자." 라는 선택을 한거 같은데 의도와는 반대로 스스로 '부동산 문제로 트집 잡힐까봐 유권자들이 보고 싶은 토론에 안나온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준석에게 좋은 네거티브 소재를 만들어 주었죠.

이준석이 부동산 문제를 제기한다 -> 공영운이 토론을 불참한다 -> 유권자: "이준석 말이 맞나본데?"

이런 과정이 이준석의 스피커를 키워주게 되는겁니다.

공영운은 토론을 피하면 안되었습니다. 토론에서 집중 공격받더라도 모르는 점에 대해선 겸손한 태도로 

"나는 현대차 사장의 경험을 살려 동탄의 발전을 위해 이곳에 왔지만 그럼에도 지역 현안을 모두 꿰뚫고 있지 못한게 사실이니 후보님께서 잘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거대 제1 야당의 후보인만큼 그 점을 당에도 피력해서 잘 반영해 보겠습니다"

"증여 문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깊게 사과드립니다. 다만 재개발 재건축 이슈에 대해서는 정말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도 코인에 투자할 때 훗날 코인으로 그렇게 큰 돈을 벌지 알지 못했을겁니다.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식으로 충분히 방어가 가능했습니다.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은 공격력을 잃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토론을 잘 못한다고 해서 표심을 바꾸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근데 불참은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예 다른 문제죠.

즉, 토론 불참이 공영운의 두번째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공영운 후보는 간절함이 부족했고 여론의 변화에 나이브 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많이요. 아마 공영운 후보에겐 이준석에게 텃밭을 내주었다는 큰 낙인이 찍힐것이고 아마 다음번에 공천받기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4월 10일 당연히 마사중이 될거라고 생각했던 제게 이준석 당선은 대국민 몰래 카메라처럼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인을 단언컨데 이준석이라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선 너무 뼈아픈 현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