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도 안 한 공보의 “골수를 빼라고요?”…대학병원 업무거부 속출


지난 3월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파견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 ㄱ씨는 얼마 전 환자의 골수를 빼내는 의료행위인 ‘골수천자’ 지시를 거부했다. 의대 졸업 뒤 바로 공보의 복무를 시작해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ㄱ씨로서는 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병원에서는 원래 전공의가 하던 일이라고 하지만, 제 진료 역량을 벗어나는 업무였고 환자 건강을 해칠까 염려돼 거절했다”며 “처음 해보는 의료행위를 했다가 사고가 날 경우 형사 면책이 될 리도 없는데, 별도의 체계적인 교육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의사가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는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보의들이 각 지역 대형병원으로 차출됐지만, 정작 공보의들은 병원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배정 업무를 거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공보의가 실상 대형병원의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지도 못하는 가운데, 공보의가 떠난 지역 보건지소는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어서 애당초 탁상공론식 대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