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세인트헬렌스 화산(Mount St. Helens)**은 1980년 5월 18일, 현대 화산학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분화를 일으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발을 넘어 산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거대한 자연재해였습니다.
주요 과정과 결과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폭발의 전조 현상 (1980년 3월 ~ 5월)
폭발 두 달 전부터 수천 번의 지진이 발생하며 화산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팽창(Bulge): 마그마가 화산 내부로 유입되면서 북쪽 사면이 매일 약 1.5m~2m씩 밖으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 증기 분출: 소규모의 재와 증기 분출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며 대폭발의 징후를 보였습니다.
2. 대폭발의 과정 (1980년 5월 18일 오전 8시 32분)
폭발은 순식간에,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지진과 산사태: 규모 5.1의 지진이 화산을 흔들자, 부풀어 올랐던 북쪽 사면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는 역사상 기록된 가장 거대한 산사태로 기록되었습니다.
• 측면 폭발(Lateral Blast): 산사태로 내부 압력을 누르던 '뚜껑'이 사라지자, 마그마와 가스가 수직이 아닌 북쪽 옆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로 터져 나왔습니다.
• 화쇄류와 화산재: 시속 480km 이상의 뜨거운 가스와 파편(화쇄류)이 주변 모든 것을 휩쓸었고, 화산재 기둥은 약 24km 상공까지 치솟았습니다.
3. 참혹한 결과와 영향
• 인명 및 재산 피해: 57명이 사망했으며, 수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었습니다. 약 200채의 집과 47개의 교량이 파괴되었고, 경제적 손실은 당시 기준 1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 지형 변화: 산의 높이가 2,950m에서 2,550m로 약 400m 낮아졌으며, 산 정상에는 거대한 말발굽 모양의 분화구가 생겼습니다.
• 생태계 파괴: 주변 약 600km^2(서울 면적과 유사)의 숲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마치 성냥갑 속 성냥처럼 한 방향으로 쓰러진 모습은 당시의 충격을 대변합니다.
4. 과학적 의의
이 사건은 화산학자들에게 **'측면 폭발'**의 위험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화산이 위로만 터진다고 생각했으나, 세인트헬렌스 사건 이후 화산 감시 체계와 대피 전략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국립 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파괴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소중한 연구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