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선주자 1위 반기문'의 허상


위안부 피해자 대못 박으면서까지 '박근혜 극찬'왜?

반 총장의 '대망론'은 여야를 넘나들었다.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 고문이 그를 야권에 끌여들이려 했고,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기 마지막 해에 들어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6년 정치권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2017년에 접어든다. 그 해엔 한국에서 대선이 있다. 그리고 반 총장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실시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20%를 넘겨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지금 반 총장은 새누리당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반면 야당은 반 총장의 '위안부 협상'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반 총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김무성 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아주 훌륭한 후보다. 새누리당으로 와야 한다"면서 "총선이 끝나면 내가 직접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충청권의 맹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새누리당에는 매력적이다.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대선을 차지한다'는 정치권 속설도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한국식 '정치 공학'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를 대선 주자로 만드는 데 일조하려 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인 것 같다.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상을 타결한 박 대통령에게 반 총장은 '박비어천가'를 불렀다. 그는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24년간 어려운 현안으로 되어 있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어째 개운치 않은 맛을 남긴다. 박 대통령이 주도한 협상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는 것일까. 미성년자를 성노예로 부린 과거 전범국 일본의 파렴치한 행태가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입장인가, 아니면 반기문 개인의 입장인가.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해 9월 유엔을 방문한 과정에서 반 총장을 7번이나 만났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4일간 총 7번이다.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청와대 홍보라인의 큰 관심사였다. 반 총장은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까지 말하며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전파'를 적극 지지했다. 

반 총장은 신년사에서도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어떠한 일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해에만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려다 실패했다. 

반 총장이 슬금슬금 국내 정치에 들어오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대못'을 박으면서까지 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이제 그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유엔 사무총장 출신 대통령,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국내 정치에서 그는 한번도 검증 받지 않았다. 그의 관료로서 이력을 보면 '대세추종형'일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무게가 실린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도 그가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를 보며, 미국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위안부 협상에 대한 '극찬'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정말 그가 '헬조선'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정치적 갈등 등 각종 꼬인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