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얘기했지만 전 '인간 노무현'을 좋아합니다. '대통령 노무현'은 싫어하지만요. 제가 인간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하고 딱 반대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동족혐오'라고 하나요? 사람은 자기하고 닮은 꼴을 싫어한다고 하죠. '도플갱어'라는 몬스터는 바로 저런 사람의 심리에서 나왔다고 하고 유명한 '드래곤라자'에서는 자신이 자신을 죽이는 숲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노무현은 어찌보면 득도한 고승과 같은 사람입니다.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노무현 정신'의 시작은 '버림'입니다. 노무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청문회 스타'로서의 모습만 기억하는데 실제 사람들이 당시 유력한 민주당의 대권주자였던 '이인제' 대신 경선에서 '노무현'을 택한 것은 바로 '바보 노무현'으로 회자되는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였습니다.

노무현은 김영삼의 3당합당에 반대하여 당을 뛰쳐나왔습니다.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켜준 김영삼에게 반기를 들었으면서도 모두가 '떨어질게 뻔하다'라는 권고와 충고를 뒤로하고 PK에서 수차례 출마하여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죠. 김영삼의 3당합당에 반대했던 구민주계 세력이 정계은퇴를 했던 김대중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신당을 창당하여 흡수되자 또 거기에 반기를 들고 이번에는 김대중의 아성에 도전했다고 또 고배를 마십니다. 3김시대로 대변되는 그 시대에 3김과 모두 대립각을 세웠던 사람이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에 대해서 무모할 만큼 도전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결과를 생각하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죠. 이런 성격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결국 발목을 잡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런 '순수한 무모함'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지금의 '친노'의 핵심입니다. '노사모'도 거기서부터 나온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 '친노'라는 정치인들은 어떻습니까? 당권경쟁이던 계파갈등이던 모든 것을 재고 유불리를 따집니다. 그래서 반목하고 다투죠. 노무현은 안그랬습니다. 노무현이 그랬으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으로부터 탄핵당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죠. 그 결과 노무현은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로 임기를 마쳐야했고, 그 뒤로도 편안한 여생을 누리지 못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로 지지율이 박정희 전대통령을 능가할 정도로 올라갔고요.

단순히 '민주화 세력 계승'이라면 친노 계열 말고도 많습니다. 박지원을 필두로 한 동교동계, 손학규계 모두 민주화 세력입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내의 친이계, 친박계, 그리고 김문수계열도 모두 '민주화 세력'입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대한 '보상'을 위하여 모두가 이전투구할때 홀로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었기 때문에 노무현이 지금도 회자되는 겁니다.

'노무현 정신'은 '민주화 세력 계승'이 아니라 '버림'과 '무소유'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지금 친노에게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죠. 유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이해찬이나 한명숙 등도 당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문재인이 이번 대선 전에 안철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노무현 살아생전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구태정치인들처럼 이익에만 골몰했습니다. 초기 '노사모'라는 사람들 중에 친노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왜 늘어났겠습니까?

노무현 정신 계승이라는게 현실정치에는 맞지 않을지 모릅니다. 아니 십중팔구는 안맞을 겁니다. 노무현 본인이 그렇게 하면 망한다는걸 몸소 보여줬으니깐요. 하지만 적어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친노의 모습은 노무현의 이름에 오히려 먹칠을 하고 있는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