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하기 1은?

'LoL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합니다. 혼자서 자신의 역할보다 많은 것을 하더라도 게임에서 패배하기도 하죠. 반대로 '1인분'을 못하는 팀원들이 모여 이상한 승리를 만들어내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시너지 효과'라는 말처럼 1+1이 2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죠. 특히, 호흡이 중요한 봇 듀오에게는 개인 실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개인의 기량, 그 이상을 보여줄 것 같은 봇 듀오를 만나봤습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투신' 박종익과 '크레이머' 하종훈은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특유의 호흡을 보여줬답니다. 단순한 형-동생, '비지니스 관계'보다 친밀한 무언가가 있어 보였습니다. 누구보다 편하게 대하되, 서로의 발전을 위해 할 말은 한다는 두 선수. 아직 부족한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채워나갈지 궁금해질 만큼 대화를 멈추지 않았죠.

아쉬운 2016년을 지나 2017년 강력한 팀원들과 최고의 기회를 잡은 그들. '투신-크레이머'의 주 무기라 할 수 있는 둘만의 '편한 대화'를 들어보도록 하죠.




Q. 아프리카 프릭스 이적 후 첫 인터뷰에요. 독자 여러분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드려요.

'투신' 박종익 : 안녕하세요. 저는 1년 만에 롤챔스에 복귀한 서포터 '투신' 박종익입니다.

’크레이머’ 하종훈 :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원거리 딜러를 맡게 된 '크레이머' 하종훈입니다.


Q. 그동안 새로운 팀에 합류하기 이전까지 어떻게 보냈나요?

'투신' 박종익 : 저는 2016 시즌 스프링 스플릿 때 북미 팀과 계약이 잘못된 적이 있어서 한동안 프로 활동을 못 했습니다. 그렇지만 쉬는 기간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IM 시절에 패배를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누군가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에 부담감이 컸어요. 그런 압박감을 극복하고 9월부터 계약이 풀리면서 새로운 팀을 알아보게 될 수 있게 됐죠. 이후로 솔로 랭크와 개인 방송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크레이머’ 하종훈 : 저는 재계약 시즌에 새로운 팀을 찾으면서 'H1Z1'이나 '던전앤파이터' 등 다른 게임을 해보면서 쉬었어요.


Q. 여러 팀을 알아봤다고 들었는데, 아프리카 프릭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투신' 박종익 : 미드 라이너인 '쿠로' (이)서행이 형 때문에 합류하게 됐어요. 서행이 형이 저를 좋아했고 합류하길 원했다고 하더라고요. 종훈이도 저를 고평가까진 아니더라도 괜찮게 봐준 것 같았어요.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누군가 저를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게 팀이라고 생각했죠. 저를 바라는 팀은 처음이었거든요. 함께 재미있는 프로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크레이머’ 하종훈 : CJ 엔투스에서 나간 후로 해외팀과 계속 연락을 하는 상황이었어요.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아프리카 프릭스 사무국장님과 감독님이 먼저 찾아와서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해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뭐라도 제대로 해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된 기분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투신' 박종익 : 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어요. 1년 만에 롤챔스에 돌아오기도 했고요. 나머지 팀원들은 우승 경험도 있고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잖아요. 그래서 저만 잘하면 가능성 있는 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레이머’ 하종훈 : 저도 종익이 형과 마찬가지에요. 봇 듀오를 제외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고 봇 듀오가 나머지 팀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아무래도 우리 둘만 잘한다면 충분히 좋은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도심 속 워크샵'을 즐긴 아프리카 프릭스



Q. 리빌딩 후 팀원들과 함께 '도심 속 워크샵'을 즐기던데,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투신' 박종익 : 다윤이가 굉장히 발랄해요. 먼저 분위기를 띄워 놓으면 저와 서행이 형, 종훈이가 그 분위기를 이어가죠. 그리고 '마형' (장)경환이 형이 나타나 다시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해줘요. 그리고 게임 내적인 것뿐만 아니라 외적인 것도 신경을 많이 써요. 팀원 중에 아픈 친구가 있으면, 병원을 알아봐 준다거나 약을 사 오는 등 세심하게 챙겨주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 신기했어요.

’크레이머’ 하종훈 : 원래 어색했는데, 워크샵을 통해 친해졌어요. 같이 지내보니 들 착하고 좋은 형들이더라고요. 경환이 형은 무뚝뚝하면서도 잘 챙겨주고 서행이 형은 다들 아시다시피 감성적이에요. 다윤이는 철부지 같은 느낌이 있고, '모글리' (이)재하는 동생인데 어른스러워요. 정글러와 서포터가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행동을 하면 나머지 팀원들이 잘 받아줘요. 팀원들과 경기 내외적으로 잘 맞춰나가고 있는 단계죠.


Q.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인가요?

'투신' 박종익 : 제가 북미팀과 계약이 풀리면서 CJ 엔투스로 테스트를 보려고 일주일 정도 지낸 적이 있어요. 같이 봇 듀오를 하는데, 당시 종훈이가 너무 못 했죠. 제가 테스트 보는 입장이지만, 장난식으로 왜 이렇게 못하냐고 대놓고 지적했어요. 팀 게임이니까 아무래도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한 거였죠. 종훈이도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못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안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같이하게 됐습니다(웃음).

예전에는 종훈이가 조용한 것 같았어요. 다섯 명 다 같이 있을 때는 말을 잘 안 하는데, 저랑 둘이 있을 때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크레이머’ 하종훈 : CJ 엔투스에서 테스트를 봤을 때 그런 말을 하길래 당황했어요. 저는 승강전이 끝나고 힘든 시기라 진지하게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같이 생활해보니까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더라고요. 형이 먼저 저보고 말도 놓으라고 말할 정도였죠.


Q. 봇 듀오는 두 명의 호흡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일상 생활부터 게임 내 성향까지 잘 맞나요?

'투신' 박종익 : 흔히 말하는 '비지니스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일상생활은 따로 놀고 연습할 때 거침없이 서로 지적하는 스타일이에요. 대부분 봇 듀오가 그렇지 않나요? 저와 서행이 형은 밖에 나가서 노는 거를 좋아하는데, 종훈이는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게임 내에서는 이겨야 하니까 이 악물고 하는 거죠.

’크레이머’ 하종훈 : 게임 내 성향은 서로 안 맞아요.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다 말했죠. 그 당시에는 상처가 될 수 있지만, 서로 잘 되자고 하는 말이니까요.

'투신' 박종익 : 저는 IM에 있을 때 원거리 딜러와 말을 잘 안 했어요.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잘 안 풀린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실패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말을 서로 해주는 게 맞는 것 같고 실제로 효과도 있다고 생각했죠.

’크레이머’ 하종훈 : 이 형은 자신을 낮추니까 정말 편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다른 형들은 아직 무게감이 느껴져 어려운데, 종익이 형은 저한테 편하게 대해줘요.




Q. (박종익에게) 2015 시즌에 이렐리아 서포터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도 새롭게 준비된 카드가 있을까요?

'투신' 박종익 : 제가 활동하던 롤챔스에서는 실력이 이 정도까지 상향 평준화가 돼 있지 않았어요. 이제는 모든 팀들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쉽게 꺼내기 힘든 것 같아요. 코치님께 새로운 카드 이야기를 해봤는데, 결국 카르마... 아직 기본적인 호흡과 운영부터 맞춰야 하는 단계니까 맞는 말이죠.

’크레이머’ 하종훈 : 지금 형은 만트라-내면의 열정(Q)도 못 맞추는 데 그런 거 하면 안 돼요(웃음). 절대 시켜줄 수 없어요. 모든 선수들이 인정할 만큼 실력을 갖추면 어떤 챔피언이 나와도 상관없죠. 코치님이 지적하는 거 보면,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미스 포츈은 또 잘하더라고요.


Q. (박종익에게) IM에서 활동할 때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다시 서포터로 돌아왔어요. 정글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투신' 박종익 : 팀을 구할 때 정글러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팀들이 있더라고요.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또 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글러는 서포터보다 약 40배 정도 생각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거든요. 서포터는 주 라인이 있잖아요.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서포터를 더 잘할 것 같아서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코치님이 정글러로 활동했던 경험 역시 무시 못 한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다윤이와 평소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정글-서포터 호흡도 중요하니까요.




Q. (하종훈에게) 아직 본 시즌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매드라이프'와 '투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비교해보자면?

’크레이머’ 하종훈 : 민기 형은 지능형이고, 종익이 형은 본능형이에요. 각각 장단점이 있죠. 민기 형은 생각이 많아요. 싸우자고 말하면 정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종익이 형은 그냥 먼저 들어가서 교전을 열어버리죠.

'투신' 박종익 : 싸워서 이기면 되잖아요. 2:3 이길 각오로 하는 거죠.

’크레이머’ 하종훈 : 저는 아직 민기 형이랑 하던 게 익숙해서 2:3 교전이면 무조건 빼고 봐요. 그런 점을 요즘 맞춰가는 단계에요. 근데 형은 아이디처럼 교전을 너무 좋아해요.

'투신' 박종익 : 그런데 생각이 너무 많아서 애매하게 싸우는 거보다 오더에 따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되면 피드백해서 수정하면 되죠. LoL에 정답은 없잖아요.

▲ 그들은 의외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Q. 나머지 팀원들이 롤챔스에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에요. 함께 연습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투신' 박종익 : 뭐 기본적으로 다 똑같은 사람이고 LoL 게이머죠. 경환이 형도 솔로 킬을 기록할 때가 있고 반대 경우도 있으니까요. 상대적인 평가에서 봇 듀오가 약하다는 말이 있는데, 팀에서 신경을 많이 써줘서 그런지 봇 라인부터 잘 풀릴 때도 있어요.

서행이 형은 전 락스 타이거즈 팀원들 중에 가장 못 한다는 평가를 최근까지 받고 있더라고요. 연습하면서 보니까 그런 평가를 받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로밍만 잘 가는 미드 라이너로 알려졌지만, 라인전도 충실히 잘해요. 이번 시즌 서행이 형에 대한 평가는 정말 다를 것 같아요. 다윤이는 개인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한데, 스크림할 때는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하더라고요.

’크레이머’ 하종훈 : 제 플레이가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런지 저는 아직 형들이 어렵긴 해요. 형들 따라가려면 더 연습해야 한다고 다짐하죠. 연습할 때 애쉬나 진의 궁극기 같은 중요한 스킬을 못 맞췄을 때, 형들의 짧고 굵은 탄성이 들리거든요. 팀에서 저한테 기대하는 게 있는데 못 했을 때 민망하더라고요. 서행이 형은 애쉬, 진을 잘하는 '프레이' 김종인 선수와 한 팀이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적중률이 낮아서 높이려고 노력 중이에요.

경환이 형은 정말 열심히 해요. 팀원들이 다 쉴 때도 '이만큼 안 하면 실력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책임감을 가지고 연습하더라고요.


Q. 팀원들이 실력이 좋은 만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팀원들과 팀플레이나 호흡은 잘 맞나요?

'투신' 박종익 : 우리 팀은 탑-정글이 다 할 것 같다는 말이 있어요. 경환이 형이 정글러 불러서 탑 다이브만 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상황마다 다르거든요. 경환이 형이 탑 버리라고 먼저 말하기도 해요. 죽을 수도 있는데 버텨본다고 말하고 봇에 힘 줄 때도 있어요. 그리고 혼자서 둘을 데려가곤 하죠.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팀이 다양한 수를 꺼낼 수 있을 거예요.

’크레이머’ 하종훈 : 아직 '다이브'와 같은 전략적인 것을 실행할 때, 개인마다 성향이 달라서 맞춰가는 단계이긴 해요. 어떤 팀원은 급하고 다른 팀원은 침착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있죠.




Q. 두 선수 모두 2016 시즌에는 아쉬움이 남은 만큼 다시 롤챔스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투신' 박종익 : 2017 롤챔스 로스터를 보니 정말 모든 팀들이 강력하다는 생각해요. 매 시즌 약팀이 존재했는데, 이제는 약하다고 평가할 만한 팀이 없어요. '슈퍼팀' 뿐만 아니라 로스터 변경 없는 팀들의 호흡 역시 무시 못 하잖아요. 이번 시즌이 정말 치열할 것 같더라고요. 해외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제가 선택한 길인 만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크레이머’ 하종훈 : 저도 마찬가지로 롤챔스 로스터를 보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롤챔스에서 우승하는 팀이 롤드컵까지 흐름을 이어갈 듯 해요. 해외 팀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가장 잘하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거 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한 번 더 남기로 했어요.


Q. 이제 새 해가 찾아왔는데, 두 선수에게 이번 2017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투신' 박종익 : 팀원들은 우승하거나 결승전에 가본 경험이 있잖아요. 이번에도 우승을 바라고 있더라고요. 저는 패배에 익숙해져서 원래 우승까지 바라지 않았어요. 그냥 승리의 맛을 보고 싶어서 팀에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우승을 바라보는 팀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저도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이번 시즌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크레이머’ 하종훈 : 작년에는 못한다는 말만 듣지 말자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이번에는 잘한다는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요. 우리 팀원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은 맞추려고요.


Q.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투신' 박종익 : 인벤 커뮤니티를 자주 보는데, 비판이 아닌 비난이 많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사무국에서 저를 선발해준 만큼 열심히 할게요.

’크레이머’ 하종훈 : 종익이 형이 말한 것처럼 저도 틈틈이 반응을 보는데, 프로도 사람인지라 안 좋은 말을 보면 속이 상해요. 프로게이머들 모두 열심히 생활하니까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사무국과 감독님, 코치님 팬분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