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는 없지만 빠르고, 부담 없고, 묘하게 즐겁다


캡콤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와 함께 공개한 또 하나의 신작 '바이오하자드 RE:VERSE(이하 리버스)'로 다시 한 번 멀티 플레이에 도전한다. 지난해 바이오하자드 RE:3와 함께 공개됐던 4vs1 비대칭 대전 게임 '바이오하자드 레지스탕스(이하 레지스탕스)'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신작 소식이 단순히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바하 팬들에게 있어 레지스탕스는 '차라리 만들지 말고 본편 볼륨을 키우는게 나았다'는 소리까지 듣는 비운의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신작 '리버스' 역시 레지스탕스를 만들었던 대만의 게임 개발사 '네오바드(neobards)'의 작품이다. 시리즈 25주년 기념작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도 있지만, 팬들은 이번 작품도 '본편인 빌리지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은 아닐지 벌써부터 불안과 걱정이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아직 베타 버전일 뿐이지만, '리버스'는 꽤 괜찮은 작품처럼 보인다.

게임명 : 바이오하자드 RE:Verse
장르명 : 3인칭 슈팅 액션
출시일 : 2021. 5. 7.
개발사 : NeoBards
서비스 : 캡콤.
플랫폼 : PC, PS, Xbox


※본 평가는 베타 버전 기준으로, 추후 출시될 정식 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비대칭 대전 대신 알기 쉬운 '데스매치'로

전작인 레지스탕스가 밸런스 잡기 까다로운 복잡한 게임인데다가 팬들의 마음을 붙잡을 만한 요소도 부족했다는 것을 개발자 본인들도 깨달은 것일까. '리버스'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바하 시리즈 팬들을 위한 작품이 되려고 노력한 티가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리버스'에서는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알 수 없는 신규 캐릭터들 대신 시리즈를 거듭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원작 속 주인공들이 총출동했다. 장르도 기본적으로 전작인 바이오하자드 RE2, RE3와 같은 숄더뷰 시점으로 진행되는 3인칭 슈팅이기에 리메이크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접해봤다면 익숙해지기도 쉬운 편이다.

▲ '근본' 캐릭터들이 서로 치고받는 올스타전이 펼쳐진다

게임의 룰도 간단하다. 최대 6명의 유저가 하나의 맵에서 혈투를 벌이는 '데스매치' 룰을 채용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역할 군에 따라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상대방을 찾아서 더 많이 처치하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면 끝이다.

베타 버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크리스 레드필드, 질 발렌타인, 레온 S. 케네디, 에이다 웡. 클레어 레드필드, 헝크까지 총 여섯 명으로, 모두 저마다의 기본 장비 2개와 특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장비를 따로 구매하거나 스킬을 골라 장착하는 개념이 따로 없으니, 모든 캐릭터를 하나씩 플레이해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고르는 정도의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리버스를 즐길 수 있다. 아, 물론 패드 조작이 익숙치 않다면 초반에는 에임이 흔들려 골머리를 앓을지도 모르겠다.

▲ 튜토리얼도 정말 짧다.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작만 배우는 식

매력적인 원작의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무기와 기술로 싸우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리버스는 여기에 '생체병기' 변이 시스템을 더해 데스매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쫄깃한 전투의 재미를 더했다. '생체병기' 변이란 쉽게 말해 '부활'의 개념으로, 적에게 당해 쓰러진 뒤, 생체병기로 다시 태어나 나를 처치한 이에게 복수의 칼을 꽂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 중 맵에서 획득한 바이러스 캡슐의 개수에 따라 변이하는 몬스터가 랜덤으로 정해지는데, 베타에서 변신할 수 있는 생체병기 중에는 원작에서 유저들에게 무시무시한 인상을 남겼던 보스 잭 베이커, 타이런트 T-103, 네메시스도 포함됐다. 인간 상태일 때와 달리 생체병기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위력의 근접 공격이므로, 에임 실력에 자신이 없는 이들이라도 언제든 두 번째 기회를 통해 일발 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이 '리버스' 데스매치의 재미 포인트다.

▲ 죽어도 끝이 아니다. 끝까지 복수를 위해 달리자



쉽고 편하지만 단조로운 전투, 정식 버전에서는 재미요소 더할 수 있을까?

리버스의 전투는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 5분이면 우승자가 가려질 정도로 템포도 빠르다. 본편인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곁다리 상품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투 자체도 재미있는 편이다.

다만 전투가 펼쳐지는 맵도 좁고, 어떤 캐릭터든 몇 대만 맞아도 금방 빈사 상태가 될 정도로 체력도 낮은데다가, 생체병기는 너무 강력하다 보니 전략을 세워 싸우거나 전투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느낌 대신, 매 게임이 별다른 변수 없이 끝나버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인간형인 상태로 죽기 전에 2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주워 타이런트 T-103이나 네메시스로 다시 깨어나면 생체병기고 인간 캐릭터고 가릴 것 없이 3킬 이상을 가볍게 주워담는 그림이 자주 발생했다.이러다 보니 전투는 뒷전에 두고 일단 바이러스를 챙기러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졌고, 운 좋게 바이러스 두 개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우승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 타이런트 폼으로 대충 휘두르면 일단 3킬이다

생체병기의 피니시 스킬로 캐릭터가 죽을 때의 연출도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대표하는 위협적인 면면의 괴물들을 모두 모아놨지만, 그래픽 소스 재활용의 한계인지 데스신은 하나같이 맥이 빠지는 연출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본편의 주인공들이 서로 혈투를 벌인다는 컨셉부터 이미 원작 파괴인 만큼, 더욱 과격한 연출을 더해도 좋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캐릭터가 죽을 때 마치 타르 거품처럼 녹아내리는 연출이 들어있기도 하니 말이다.

비록 리버스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를 구매한 이들에게 무료로 증정되는 번들 게임일지라도, 명색이 시리즈 25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작이다. 멀티 플레이에 뜻을 두고 계속 이어가려는 노력의 표명, 그리고 25주년 기념작이라는 명분을 살리려면 오는 5월에 공개될 정식 버전에서는 더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보여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생각해낼 수 있는 개선 점으로는 적어도 2개 이상의 전투 맵, 그리고 바이러스 캡슐 개수에 따라 변이할 수 있는 생체병기를 늘리는 정도가 있겠다. 현재의 밸런스를 이어간다는 가정에서 바이러스 캡슐 3개에서 4개 이상 모았을 때 타이런트나 네메시스로 변이하고, 그보다 적은 개수에는 지난 시리즈에 등장했던 헌터나 릭커를 배치하는 식이면 어떨까? 본편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더 볼 수 있어 즐겁고, 맵에 따라 조금씩이나마 달라지는 전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위험한 날붙이는 잠시 놓아두는 상냥한 베이커씨. 굳이 컷신을 따로 뽑아야 했나 싶다.






바이오하자드 리버스는 나락에 가까웠던 사전 기대감을 생각해보면, 비교적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멀티 플레이 액션 게임이다.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었으며,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생체병기로 변신해서 리벤지 킬에 성공했을 때는 짜릿했다. 서로 기회만 보며 시간을 끄는 소극적인 플레이 대신, 누구든 마주칠 때마다 격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기존의 바하 시리즈에서는 맛볼 수 없는 통쾌한 재미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보이지만, 대부분 '아직 베타 버전이니까'라는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들에 그쳤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25주년 기념작이니, 설마 전작보다는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만들겠지'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오퍼레이션 라쿤시티, 엄브렐러 코프스, 레지스탕스로 이어지는 절망적인 계보를 끊고, '리버스'는 과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팬들에게 멀티 플레이 게임에 대한 좋은 기억을 덧씌울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오는 5월 7일 정식 출시되는 정식 버전에서 분명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