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유년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플레이해본 적 있을겁니다. 여러가지 함정을 피하고 적들을 처치하면서 공주를 구하기 위해 한 왕자가 사투를 벌이는 게임이죠. 그 모험 속에서 한 발만 잘못 헛디뎌도 벼랑으로 떨어졌고. 바닥에 솟은 가시에 처참하게 죽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고전게임의 명작 '브로더번드'의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입니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1990년 IBM-PC판이 발매된 이래, 대부분의 컴퓨터와 게임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이식되었으며, 유비소프트에 의해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용 타이틀로도 출시되어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5월에는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라는 타이틀로 영화가 출시되기도 했죠.



2011년 12월 22일에 영문버전으로 정식 출시된바 있는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가 이제는 한국어판 e북으로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난 4월 30일 애플 iBookstore(한국 제외)와 리디북스를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인 장희재씨가 해당 서적의 역자로써 참여하여 '조던 메크너'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제작일지'의 본격적인 번역에 앞서 장희재씨는 '굿펀딩(GOOD Funding)' 사이트를 통해 후원자를 모집했으며, 이를 통해 목표금액이었던 120만원을 305% 가량 상회하는 366만원을 달성하면서, 원활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번역된 사례로는 한글판이 세계 최초이자 유일이며, 독자들의 이해도를 위해 해당 서적에는 사진과 동영상, 방대한 역주가 추가 되었습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한글판으로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어떠한 매력으로 게임 유저들을 매료시키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 책 소개 영상]



▣ '페르시아의 왕자'의 개발자 조던 메크너의 일생: 기획부터 프로그래밍까지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에서는 게임 개발자인 조던 메크너가 어떤 사유로 '페르시아의 왕자'를 개발하게 되었는지, 어떠관 과정을 통해 제작이 되었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했으며 어떠한 난관에 부딪혔는지 등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한 1985년부터 게임이 완성된 1993년까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초창기에 개발한 첫 게임타이틀인 '카라테카'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게임 제작에 들어갔으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당시 현존하던 게임 그 이상의 퀄리티를 창출하고자 노력했죠. 또한, 조던 메크너의 일상생활과 대학교를 졸업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고민들부터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까지 다양한 부분에서의 서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조던 메크너'의 첫 작품 '카라테카']

그는 본래 각본가를 꿈꾸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라테카'의 성공으로 게임 분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꿈꾸게 되며, 이를 통해 게임 개발자로써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하여 고전게임의 명작 '페르시아의 왕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는 '조던 메크너(Jordan Mechner)'가 기획부터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까지 대부분의 핵심적인 부분을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 작품이죠.

그래서 그가 집필한 개발일지에는 게임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의 고민부터 개발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인 문제, 일상생활 스토리까지 다양한 부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게임 개발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졌는지를 기술했기 때문에 게임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분야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 '페르시아의 왕자'가 완성되기까지의 고뇌, 그리고 성취감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에는 게임 제작의 다양한 파트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게임 제작에 앞서 장비를 준비하고 기술적은 부분을 고민하는 파트에서는 전문적인 기기 용어가 다수 등장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문 용어에는 역주가 달려 있어 용어에 관련된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기획 단계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어서 였을까요? 개발자가 어떤 방식으로 전투장면을 구상했는지, 트랩은 어떠한 종류가 있는지, 레벨은 몇 개로 구현되며, 어떠한 적들을 가미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내용을 보면서 게임을 연상시킬 수 있어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글을 읽고 그의 생각을 엿보면서 게임의 특정 요소가 이러한 취지로 포함되었구나를 역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 모션 캡쳐를 위한 영상 촬영]

[▲ '페르시아의 왕자'의 레벨 디자인 작업]

그의 목표는 1989년 6월 30일까지 페르시아의 왕자의 개발을 완료하는 것. 기본적인 게임 기획을 넘어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지 2년 반이 지난 시점에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혼자 모든 것을 수행하던 그의 역할이 단순 개발자에서 개발작업 지휘관으로 변화되며, 이로 인한 에피소드와 고민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조던 메크너'는 기획과 제작을 넘어 '페르시아의 왕자' 타이틀 마케팅 전략에 관한 논의도 참여하며, QA팀에서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는 등 현재 대형 게임사에서 각 부서가 담당하고 있는 일을 모두 처리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지금 출시되는 게임 하나를 제작하는데 드는 시간 및 비용과 그 당시 게임과는 큰 차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페르시아의 왕자' 역시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수준의 게임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팬을 확보할 정도의 고퀄리티 게임이기 때문에 그가 일궈낸 성과와 노력과정은 충분히 높게 평가할 가치가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특유의 부드러운 모션을 표현한 패러디 영상]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목표 의식을 세워주기 위해 그는 공주를 구하는 설정을 게임의 기본 토대로 삼았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칼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것을 '페르시아의 왕자'의 테마로 설정하게 됩니다.

단순한 전투만 이루어진다면 물론 지루할터. 그래서 그는 적도 일반적인 적 이외에 뚱뚱한 문지기를 넣는다거나, 특정 물약을 먹으면 게임 장면 전체가 뒤집어 진다거나, 주인공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으로 상대하는 식의 다양한 요소를 가미하여 게임을 풍성하게 제작했습니다.

[▲ 주인공은 자신의 그림자를 상대로 전투를 펼치게 된다]

[▲ 다양한 트랩들 중 하나인 '톱날'. 잘못 지나가면 몸이 두동강난다]

조던 메크너는 게임을 제작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브로더번드와 충돌이 있었으며, 금전적 부분이나 인력 지원 등의 문제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그럴 때면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고 게임개발을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토대로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갔고, 그러한 열정이 원동력이 되어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성과와 업적은 남긴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기에 남들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를 읽으며 단순히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이 이러한 과정으로 개발되었구나라는 것만 알게된 것은 아닙니다. '조던 메크너'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게임을 개발하며 어떠한 고민을 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죠.


▣ '페르시아의 왕자', e북에서 살아나다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의 한글판은 현재 e북 버전으로 애플 iBookstore(한국 제외)와 리디북스를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e북은 종이책에서 맛볼 수 있는 책장 넘기는 그 손맛이라던가 하나의 완성된 책으로써 소장한다는 욕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e북 만의 장점도 있죠.

바로 형광펜 기능입니다. 책을 읽다가 인상깊은 문구나 나중에 다시 한번 보고싶은 글귀가 있다면 형광펜 기능으로 체크할 수 있으며, '메모' 메뉴를 통해 체크된 부분만 따로 모아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책갈피를 끼워넣어 언제든지 해당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종이책과의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형광펜 기능으로 원하는 문구를 체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e북으로 출시된 책이라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는 e북이라는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욱 다양한 기능을 첨가했습니다. '조던 메크너'가 게임을 제작하면서 남긴 캐릭터 모션이나 전투 씬 프로그래밍 작업 등에 관한 기록, 데모 영상들을 글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의 움직임과 더불어 공주와의 포옹씬, 영감을 얻은 영화 속 전투 씬을 어떻게 게임으로 구현했는지 등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글을 통해 그의 개발담을 알게 되고, 사진과 영상을 통해 글로 읽었던 작업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각과 청각을 통해 그의 개발담을 엿보면서, 어느샌가 '조던 메크너'의 '페르시아의 왕자' 제작기에 몰입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공주와의 포옹 장면 제작 과정]

[▲ 전투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고 제작되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한국 iBookstore에서는 구매할 수 없으며, 미국 스토어에서만 현재 구매가 가능하다는 부분이죠. 그래서 iBookstore에서 결제를 하실 분들이라면 미국 계정을 생성하여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다소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계정을 생성해서라도 한 번쯤은 읽어봄 직한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계정 생성이 불편하신 분들은 리디북스를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각자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될 듯 합니다.



▣ '페르시아의 왕자', 이제는 고전 명작에서 명작 도서로 거듭나다

고전게임의 명작 '페르시아의 왕자'의 개발 과정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긴 서적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에는 게임 제작자 '조던 메크너'의 게임 기획부터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 작업까지 광범위한 부분의 작업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그의 개인적인 인생의 고뇌, 감정 변화에 대한 세밀한 묘사 등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개발일지를 넘어서 그의 인생사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글을 통한 표현을 넘어 사진과 동영상이 함께 첨부되어 있어 이 책 한권에서 생동감 있는 그의 게임 제작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기술은 일기 형식으로 날짜순으로 전개되며, 그의 첫 작품인 '카라테카'부터 대표작인 '페르시아의 왕자'가 탄생되기까지의 일련의 사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다소 난해한 용어나 전문적인 기기명이 등장하여 술술 읽어나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합니다만, 100개가 넘는 방대한 역주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해당 서적의 번역을 담당한 장희재씨는 '원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되, 원서를 뛰어넘는 번역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종이책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전자책만이 가능한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가독성 향상과 오류 개선 등을 위해 꾸준히 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개선 사항을 정리하여 차후에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원저자가 번역 및 제작을 허가한 세계 유일의 타국어 번역본인 한국어판 '페르시아의 왕자:개발일지'는 게임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물론 자신의 목표를 향해 힘들게 달려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것입니다. '조던 메크너'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었는지를 보면서, 현재 자신의 위치와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해왔는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