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3차 클로즈베타를 마치며...


지난 클베와는 달리 아이온의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어비스가 최초로 공개되었던 이번 3차 클로즈베타는 아이온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것인지, 또 아이온이 지향하고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3차 클로즈베타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혹은. 아이온 3차 클로즈베타가 벌써 끝나버렸습니다.


집이 멀어 11시에 서버가 닫히면 늘 막차를 놓칠세라 종종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서야 했던 인벤의 몇몇 기자들은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 '드디어'에 가깝다고 살짝 털어놓기도 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어느 쪽에 가까운 감상을 가지고 계신가요. 드디어 인가요 벌써 인가요. 어쩌면 이 두 단어 사이에 아이온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진 기대와 아이온이 장차 거두게 될 달콤한 열매의 평형점이 존재하겠지요.





아이온의 밸런스, 밸런스의 아이온


이번 시즌의 화두를 꼽자면 '밸런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비스가 오픈되면서 부각된 천족과 마족의 레벨업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 캐릭터의 스킬 밸런스, 각 캐릭터 간의 밸런스, PVP 밸런스, 어비스 요새전의 밸런스, 컨텐츠 배치의 밸런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온이 가지고 있는 한국형-북미형 컨텐츠 간의 밸런스까지.


게임의 가장 기초적인 방향성에 대한 것부터, 하나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 사이에서 잡아야 할 소소한 밸런스까지 아이온은 전방위적인 '밸런스'에 대한 요구를 받아야 했습니다.


정예몬스터를 데굴데굴 굴리며 혼자서 뚝딱 잡던 창-살성. 많은 정령성 유저들에게 다른 캐릭터를 새로 키우게 만들었던 너프 패치. 캐릭터가 성장해도 1-2-3-3-3-4 반복의 변화없는 전투 방식. 비행물약과 회복물약이 얼마나 많은 지를 겨루게 되는 어비스의 공중전. 어느 쪽도 승리를 거두기 힘든 1:1 전투, 어떻게 해도 극복할 수 없는 1:다 전투. 유저들이 지적하는 이런 내용들 또한 밸런스라는 단어로 감쌀 수 있습니다.



[ ▲ 마족과의 잊을 수 없는 필드 전투. 잠입퀘스트가 아니라 침공퀘스트 ]


하지만 밸런스에 정답을 그렇게 쉽게 누가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실제로 천족과 마족의 레벨업 속도 논쟁은 초반 레벨업이 빨랐던 마족이 어비스 요새를 대거 점령하면서 촉발되었는데, 이후 레벨업 이벤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평균 레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천족의 인구비율 우세가 어비스의 세력비로 그대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마지막 날에는 다시 마족이 어비스를 대거 점령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한쪽 종족의 인구가 낮도록 만들고, 그래서 경험치 구간을 짧게 만들고, 그래도 생길 불균형을 용족의 개입 등 시스템상으로 조율하겠다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지만, 밸런스라는 게 그렇게 칼로 무 베듯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다행히 엔씨소프트는 요새전을 언제 하는 것이 좋을지에서 부터 캐릭터의 스킬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까지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들의 의견을 매우 경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밸런스도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리라 기대해봅니다. '엔씨는 예전부터 소환캐릭터를 약하게 만들어왔어'라는 등의 '너프 후 약간 상향'을 반복하는 캐릭터 밸런스 조정 과정도 조금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에서 밸런스를 맞춰가야 할 아이온. 그러나 3차 시즌을 통해 아이온의 방향에 대한 밸런스는 이제 드러난 느낌을 받았습니다.


깜박이를 켜다. 리니지로 우회전


지난 2차 클베까지만 해도 몇 가지 중요한 방향을 아이온은 고민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 고민의 실체를 유저들은 '월드 오브 리니지크래프트'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리니지로 대변되는 한국형 MMORPG 를 즐기는 유저층과 와우를 즐기는 유저층. 게임사로서도 이들을 딱 잘라 한 쪽의 취향에만 맞는 게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아이온에서 와우의 향기를 느낀 것은 단순히 총괄PD가 에버퀘스트 등 북미식 MMORPG를 즐겨왔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형 MMORPG 만으로 대세가 되기에는 국내 시장이 와우의 등장 이후 다변화되었고 이런 시장의 흐름을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이라는 화로에 모두 녹아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녹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겠지요.



[ ▲ 적들이 쳐들어왔다! 레파르 혁명단의 신고정신에 전멸 당하기 직전 ]


하지만 사실 그런 시도가 의도된 평가를 받지만은 않았습니다. 포에타 지역의 밀도있는 지역이동과 끊임없는 퀘스트, 선녀와 나무꾼 패러디에서 감명을 받았던 일부 유저들은 20레벨 중반 퀘스트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배신감을 느꼈고, 퀘스트 플레이가 취향에 맞지 않았던 그리고 새로운 리니지의 모습을 기대했던 일부 유저들은 반대의 이유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이죠.


고개를 갸웃거리며 헷갈리게 만들었던 아이온은 3차 시즌 어비스 요새전을 선보이고 후반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정체성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어쩌면 예전부터 늘 그렇게 말해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온은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와우가 아니라 리니지형 게임이었습니다.


어비스는 종족 vs 종족 이 아니라 여러 개의 공성전이 모여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종족전의 큰 틀이 있긴 하지만, 요새전은 분명 길드 단위로 이루어지는 전투였고 길드 단위의 보상이 크게 돌아갔습니다. 요새를 여러 곳 점령한 레기온은 하루에 천만 단위의 키나를 전투자금으로 지급받기도 했답니다. 레벨이 올라 스킬북 한세트 구입하고 빈털털이가 되었던 경험에 비추면 놀라운 액수입니다.


어비스의 퀘스트는 전투를 유도하거나 사냥을 반복하게 하고, 3차 지역에 추가된 새로운 퀘스트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퀘스트로 대변되는 컨텐츠 소모형 성장방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퀘스트가 조금 많은 리니지'. 아직 일정이 정해진 바는 없지만 조만간 오픈 베타를 내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조가 변화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드디어와 벌써. 그리고 어서빨리 혹은 좀더 천천히


드디어냐 벌써냐 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어서 빨리' 혹은 '좀 더 천천히' 의 문제겠지요.


현재까지 드러난 아이온을 누구나 '오픈베타를 지금 시작해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온이 오픈베타를 시작하길 바라는 많은 게이머들이 있기도 합니다. 손꼽아 기다린지가 벌써 몇 해가 지났으니까요. 이제 어비스 테스트도 마쳤으니 어서 빨리 시간 제한 없는 아이온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한국 MMORPG의 기대주 아이온이 너무 성급하게 시장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남아있고 되도록 완벽에 가깝게 조율한 뒤에 나와도 늦지는 않을테니까요.


3차 시즌을 마친 아이온. 벌써부터 아이온의 동접이 3만이다 5만이다10만이다 하는 이야기가 나는 등 아이온에 거는 기대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4차 시즌이 될지 오픈 베타가 될지,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트레이아 대륙으로 다시 들어갈 날을 기다려봅니다.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띠 릿!' 소리가 벌써부터 그립네요.


☞ 아이온 인벤 바로가기



[ ▲ 다시 검을 움켜쥘 날! 그 때 또 만나요 ]



Inven Niimo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