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크래프트' 공식 트레일러

영화 '워크래프트'의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7개월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몇 년 동안 애태우며 기다려왔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2006년에 '워크래프트'의 영화화 소식이 처음으로 발표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6년 6월, 오랜시간 끌어왔던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던칸 존스(Duncan Jones)'가 메가폰을 잡았던 것도 아니었다. 본래 '샘 레이미'가 '워크래프트'의 감독으로 발탁됐으나, 각본의 방향에 대한 마찰로 작업이 지연되면서 중도 하차했다. 차기 감독으로 여러 후보가 거론되었지만 결국에는 '문'과 '소스코드'로 짙은 개성을 보여주었던 던칸 존스 감독이 '워크래프트'의 감독으로 결정됐다.

본래 '워크래프트는 인간 중심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던칸 존스는 이러한 구도를 반기지 않았다. 무조건적인 선, 무조건적인 악으로 구분 짓기를 원치 않았다. 오크가 인간을 공격하기 때문에 악으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오크들 사이에서도 칭송받는 영웅이 존재하며, 그들이 인간과 대립해 싸우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던칸 존스가 가진 미학이었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 진영을 모두 플레이해 본 적 있다는 그는 인간 중심의 이야기를 원하지 않았고, 인간과 오크 모두 조명하는 이야기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오크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포스트 프로덕션의 기간도 상당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년 5월에 영화 촬영을 마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수효과 작업과 편집에 전념하고 있다.

※던칸 존스와의 인터뷰는 캐나다 촬영 현지에서 직접 진행되었습니다.

▲ '워크래프트' 감독 '던칸 존스(Duncan Jones)'



■ 워크래프트(Warcraft) "인간과 오크 모두 동일한 비중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작년 5월, 캐나다에 있는 영화 세트장에서 만난 던칸 존스 감독의 첫 인상은 굉장히 친근했다. 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그는 마치 동네 오빠 같았다. 하지만 촬영 현장을 감독하는 그에게서는 '워크래프트' 감독으로서의 진중함이 묻어나왔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액션 씬 촬영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야외 세트장을 방문했을 땐 오크가 스톰윈드에 침입해 인간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 촬영이 한창이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장면이 수 차례 반복됐다. 스톰윈드에 침입한 오크에게 붙잡혀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여자 배우도 있었다. 매 번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그녀를 보며 '허리는 괜찮을까?'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테이크 수가 늘어갔지만 배우들의 패기 있는 전투 연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오크들은 스톰윈드를 침공했고 1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OK 사인이 떨어졌다. 다음 장면 촬영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15분이 주어졌다. 이 때다! 던칸 존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바로 지금 밖에 없었다.

Q. '워크래프트' 제작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는지?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은 '컴퓨터 게임으로 만든 영화'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워크래프트' 내에서 커다란 세계를 창조하고,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워크래프트'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전체적인 부분은 물론이며 세세한 부분까지도 원작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워크래프트 게임으로 되돌아가 보면 부제가 오크와 인간의 대립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 했다.


Q. 오크와 인간 종족에 대한 밸런스는 어떻게 맞춰갔는가?

내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와 블리자드의 의견을 취합해 본격적인 영화 제작에 나섰다. 내가 보았던 기존 '워크래프트' 영화 스크립트는 상당히 인간 중심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임의 미학은 우선 양 진영 모두 영웅이 존재하며, 갈등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악(Evil)이 되어버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평화적인 해결법 따위는 보이지 않는 국면에 치닫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오크와 인간, 양 진영 모두 멋진 이들이 있어야 했다. 이와 더불어 단순한 선과 악이 아닌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다. 이러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줄거리를 짜고 영화를 완성하고자 했다.

기존 이야기의 관점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양 진영 모두 동등한 관점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서 인간 영웅과 동일한 파워를 지닌, 같은 비중과 영화 노출도를 지닌 '오크 영웅'을 가미했다.



Q. '소스코드'와 같은 추격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은 없었는지?

정말 많은 요구사항이 있었다. 소스코드와 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워크래프트'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실제와 같이 창조해 내는 프로젝트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정말 만들어보고 싶었고,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스코드의 속편이 아닌 새로운 영화 제작에 나서게 되었다.


Q. 초창기로 되돌아가 보자. 초반에는 샘 레이미가 감독을 맡았는데, 당시 '워크래프트'와 지금의 버전과 어떠한 점이 달라졌는지?

기존 필름에서 많은 부분을 건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오크와 인간, 두 진영에 동일한 비중을 두기 위해 영화 설정에서 많은 부분에 손을 댔다.

필름 개수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지만, 그 속에 오크와 인간의 훌륭한 영웅들이 모두 담겨 있진 않았다. 나는 '워크래프트' 속에서 수많은 영웅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기반 속에서 샘 레이미나 빌 웨스턴 호퍼가 펼치고자 했던 장대한 전투를 표현하고 싶었다. 샘 레이미 시절에 구현되어 있던 대서사시적 전투가 15분에서 25분가량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Q.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과 같은 판타지 장르의 영화들과의 뚜렷한 차이를 두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나?

우리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었기에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작점에 대한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게임 속 이야기를 실재감 있게 나타내는 부분에서 많은 것에 도전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사실적인 장면을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나는 '워크래프트' 영화가 '반지의 제왕' 처럼 보이는 건 원치 않았다. 우리 영화에는 다른 판타지 영화에는 없는 독특한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러한 독특함을 영화 속에서 충분히 살리고자 했다.

기존 판타지 영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정말 워크래프트 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했던 시대가 아닌 전혀 다른 시대를 창조하는 것이기에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 던칸 존스가 지향하는 바는 "진짜 '워크래프트' 적인 영화"


Q.그렇다면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과 같은 판타지 영화와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은 워크래프트 게임 팬들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해본 적 있는 이들에게 영화가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아가 워크래프트를 몰랐던 사람들도 우리 영화를 보고 "재밌다"라고 느끼게끔 하는 데 주력했다.

영화 '워크래프트'는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액션 연기와 이를 빛나게 해주는 빌 웨스턴 호퍼의 특수효과도 더해졌다. 빌 웨스턴 호퍼는 오스카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고자 했다. 수 년 동안 다양한 기술을 통해 현실감을 추구했는데, 그의 작업 과정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나오곤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온 힘을 다해 이루어 내고자 한다.


Q. '컴퓨터 기술을 전제로 하는 영화'라는 콘셉트는 처음부터 기획됐던 건가?

처음부터 컴퓨터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크와 인간, 두 진영을 모두 조명하기 위해서는 청중들에게 두 종족의 캐릭터를 모두 강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관람객들이 편하게 영화 세계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기술적인 요소가 많이 도입됐다.


▲ 오그림 둠해머(Orgrim Doomhammer)


Q. 유니버셜 픽처스와 레전더리 픽처스. 두 프로덕션과 더불어 블리자드까지 함께 일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은 않다. '소스코드' 때는 더 많은 프로덕션 및 관계사와 함께 얽혀서 일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제작 예산이 얼마가 되었든지 간에, 항상 예산 책정과 관련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더 나은 방안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항상 멋진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는 점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경험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말이다.

영화 제작 일을 할 때는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추진할 때 비로소 특별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 포스트프로덕션(Post production) "목표는 자연스러운 3D 묘사"


Q. 예전에 게임을 즐겼던 편이었나?

오래전에 울티마 온라인을 할 때 길드에 들어가서 열심히 플레이했다. 그 길드원들과 함께 에버퀘스트도 짧게 했고, 이후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즐겼다. 그 때 만난 사람들은 아직도 여전히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난 바빠서 못하지만 말이다.(웃음)



Q.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플레이했나? 호드와 얼라이언스, 본인은 어느 진영이었나?

나는 양 진영을 모두 플레이했다. 시작은 얼라이언스였지만 최고 레벨에 도달했던 건 오크 종족이었다. 그 때 달성했던 레벨이 50이었던 것 같다.


Q. 50레벨이면 지금 기준으로는 상당히 낮은 거다.(웃음) 지금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편까지 왔는데, 시간이 된다면 다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시작할 생각이 있나?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시간이 나면 틈틈이 '하스스톤'을 즐기고 있다.


Q. 본인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첫 컴퓨터 모델은 무엇이었나?

'코모도어64'였다. 당시에 게임잡지에 코드가 수록됐는데, 그걸 입력하면 하나의 픽셀이 다른 두 개의 픽셀 쪽으로 날라가는 식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Q. 앞으로 던칸 존스 감독의 작품으로 어떠한 것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글쎄...... MMO 장르의 '문(Moon)' 게임이려나?(웃음)

'더 문(Moon)'은 던칸 존스가 2009년 11월에 선보인 SF 스릴러 영화이다. 가까운 미래. 달표면의 자원채굴 기지에 홀로 3년간 근무중인 주인공 샘 벨(샘 락웰). 그는 통신위성 고장으로 3년간 외부와 단절되어 자신을 돕는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와 대화하며 외롭게 일하고 있다. 2주 후 귀환해 가족을 만날 생각에 부푼 샘은 달 기지에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파헤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Q. 하하, 그러면 플레이어가 거티(기계)를 맡게 되는건가?

아니다. 단지 '샘'만 될 수 있는거다. 거티(목소리: 캐빈 스페이시)는 튜토리얼로 들어가지 않을까.(웃음)

▲ 영화 '문(Moon)'에서 주인공 샘의 외로움을 달래준 기계 '거티'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촬영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는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웃음) 잠시 뇌를 식히고 다시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영화 특성상 포스트 프로덕션의 비중이 높으므로, 촬영 그리고 휴식, 다음에 포스트 프로덕션 순으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Q. 요즘 VR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향후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콘텐츠도 제작할 생각이 있는지?

오큘러스는 오래전에 킥스타터를 통해 처음 접했다. 나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기기였다. 지금까지 개발 단계였다면, 이제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 HD 버전을 선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됐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워크래프트' VR 데모 플레이 영상]


Q. 3D 해서 말인데, 혹시 '워크래프트'를 3D 영화로 찍고 있는 건지?

물론 아니다. 예전에는 '워크래프트'를 3D 영화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3D 영화로 가게 되면 우리가 해야 하는 업무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진다. 3D라는 장르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선택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워크래프트'의 3D 영화화에 대해 그다지 선호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크 종족을 나타내는 부분에서는 3D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촬영 이후 사후 전환 과정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게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화의 퀄리티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통해 관객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관객들로부터 "3D구현이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다. '워크래프트' 영화를 훌륭한 퀄리티로 선보일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영화 워크래프트 스틸컷 이미지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 기사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① - 캐나다 촬영장에서 만난 던칸존스 감독 인터뷰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② - 캐나다 밴쿠버 '워크래프트' 영화 촬영지를 다녀왔습니다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③ - 세트 제작자만 300여명...우체통 디테일까지 살렸다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④ - 듀로탄, 블랙핸드, 드라카! 오크 3인방 인터뷰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⑤ - 성대한 스톰윈드가 눈 앞에! 워크래프트 야외 촬영지를 방문하다
  • [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⑥ - 인간 진영 배우와의 만남...그들이 말하는 워크래프트란?

    ※ 워크래프트 특집 기사는 순차적으로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