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분명 한국이나 북미 등 타 국가보다는 한발 늦게 시작했지만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최근 한국 시장에 불어 닥친 중국 게임 열풍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저 붕어빵 찍어내듯 게임을 양산하는 공장인 줄 알았더니 웬걸 이제는 제법 먹어볼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지난해 12월 위버인터렉티브를 통해 상용화를 시작한 ‘고수온라인’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는 중국게임의 질적 양적 성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황색 자본의 침투라 색안경을 낄 수도 있겠지만 국내 개발자들이 분명 인지해야 하는 것은 게임의 경쟁력은 오로지 ‘재미’고 재미엔 국경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고수온라인에 중국 게임이라는 꼬리표를 한번 떼어봤습니다. 이거 애매합니다. 애정남이 아니더라도 한번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놀랐다. 두 번 놀랐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첫 번째로 놀란 것 그래픽이었습니다. 고수온라인의 그래픽은 먼저 3D로 캐릭터나 오브젝트를 만들고 이를 렌더링을 통해 2D 이미지로 구현한 전형적인 2D게임입니다. 쉽게 말해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그래픽이죠. 놀랐다는 것은 그 디테일입니다. 1920X1080 고해상도의 환경을 제공하면서 2D게임의 답답함을 한꺼플 벗겨냈으며 2D게임 임에도 불구하고 줌-인 아웃이 가능한 시점 보여줍니다. 또한 비가 오거나 번개가 치는 환경적인 변화도 구현했습니다. 말 타고 달려갈 때 갈기가 날리는 모습이나 펄럭이는 옷의 느낌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렇다고 호들갑 떨 정도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3D가 엔진 발전에 따라 독보적인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을 때 2D도 느리지만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주기 충분했습니다. 그 발전의 끈을 놓지 않은 곳이 중국이라는 점도 말이죠.

▲ 1920X1080의 시원한 해상도

▲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면....

▲ 특수 효과와 함께 줌이 뙇!


두 번째로 놀란 것은 편의성 높은 콘텐츠입니다. 쉽다는 것이죠. 고수 온라인에서는 퀘스트, 사냥, 이동 심지어 자동사냥까지 게임의 주요 콘텐츠가 원클릭으로 이루어지는 편의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고수온라인의 특징이 아니라 중국게임들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곱씹어볼 만한 것은 중국이 이루어낸 선택과 집중입니다. 과거엔 그저 뻔한 오토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유저들이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간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한국의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코웃음나는 게임성일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거대한 인구 중 대중적인 게이머의 니즈를 맞췄다고 생각한다면 실로 무시무시한 것이죠. 더불어 '불멸 온라인'의 성공이 말해주듯 MMORPG를 알아가는 대중들이나 좀더 손쉬운 컨트롤을 원하는 중장년층 게이머들에게는 아직까지는 먹히는 게임성은 틀립없습니다. 편의시스템과 즐기는 콘텐츠의 종합선물세트, 고수온라인의 장점이라 말하기 충분합니다.


■ 뻔하지만 그래도 열어본다...종합선물세트니깐

이런 편의시스템에 딱 한번 거친 태클을 걸자면 게임이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고착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게임이 뻔하다는 말이죠. 어제 나온 따끈한 신작인데 이미 어디서 해본듯한 익숙함이 묻어납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은 새우깡의 매력은 당장 과자로서의 착실한 기본기와 함께 술안주까지 겸할 수 있다는 범용성인데 고수온라인은 그런 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가지의 맛을 내는 매력밖에 보여주지 않습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심심하다고 할 수 있죠.

실제로 고수온라인에서는 초기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1~30레벨 구간에 말 한마디 할 필요없이 클릭만으로 레벨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사냥도 필요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자판기처럼 보상을 받으면 됩니다. 물론 콘텐츠 중반에 '가족'이라는 콘텐츠를 접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PK가 시작되면서 자유로운 플레이를 만끽하게 되지만 그 과정이 MMORPG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는 것이죠.

불행 중 다행은 콘텐츠의 양입니다. 종합선물세트의 매력은 열었을 때의 신비감이 아니라 과자 봉지수인 것처럼 고수 온라인에서는 각 레벨별마다 질리지 않고 넘쳐나지 않을 정도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장비를 갖추고 레벨이 올랐을 무렵 PK 중심의 콘텐츠를 자연스레 체험하게 됩니다. 그저 물량만 쏟아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꽤 노련한 레벨 디자인이 합쳐지니 제법 그럴싸해졌습니다.

▲고수 온라인 마을 전경



■ 재미에는 국경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고수온라인'은 중국게임이라는 선입관만 벗어버리면 꽤 괜찮은 게임입니다. 게임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PK와 거대 길드의 파벌싸움으로 인해 벌어지는 생존 전쟁, 그리고 60레벨 이후 겪게되는 캐시아이템의 압박을 일단 예외로 하겠습니다. 먹고사는 문제이기도 하고 빠른 레벨업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어느정도 해결되는 문제이니까요.

오히려 질릴 정도로 최적화된 클라이언트와 1차 CBT부터 상용화까지 큰 버그없이 넘어가는 완성도는 최근 찍어내기 급급한 국산 게임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이정도 완성도의 게임이 물량을 앞세워 등장한다면 한국 시장은 지금보다 더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커스터마이징 화면

▲황성 안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