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아 옷장에 있던 겨울옷을 꺼내 차곡차곡 정리할 때면,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기자가 오전에 출근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왜 3월을 굳이 봄이라고 해서 이렇게 희망고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3월까지 겨울이라고 치면 맘이라도 편할 텐데.

이렇게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3월의 손님은 절대로 단번에 오는 법이 없다. 살며시 곁눈질하며 쭈뼛쭈뼛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게임계에도 이러한 봄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타이틀이 있다. 캐주얼 게임업계 최상층에 거주하고 있는 '넥슨'에서 자체 제작 중인 '배틀스타: 리로드'(이하 배틀 스타)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 다른 의미로써 봄내음 가득한 게임, '배틀 스타: 리로드' ]


배틀 스타는 3월 23일에 체험판 공개라는 방식으로 유저들 곁에 착석했다. 슬쩍 쳐다보니 '저. 이런 게임이에요.' 라는 뉘앙스만 풍길 뿐, 파고들 만한 요소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막 공개된 체험판은 직업군 1종에 전장도 1종뿐이었기에 말 그대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만을 갖추고 있는 정도였고, 넥슨은 배틀 스타의 체험판 시즌동안 조금씩 콘텐츠를 공개해 나갈 것이라 예고했다. 그 때문이다. 실루엣만 보여줄 뿐 아직 또렷하지는 않아 꼭 요즘 날씨 같다는 거다.

한 때 국내에 캐주얼 레이싱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카트라이더'의 아버지 '정영석' 본부장의 참여로 배틀 스타는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정 본부장의 지휘 아래 '로두마니 스튜디오' 출신 팀원들이 개발하고 있는 만큼, 특유의 쉽고 빠른 게임성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 장르만 다를 뿐, 로두마니 특유의 캐주얼 풍은 그대로 간직한 배틀스타 ]



외형. Just Simple!

배틀스타는 기본적으로 '록 맨'이나 '마리오' 같은 횡 스크롤 액션을 표방하고 있다. 이 장르는 기본적으로 쉽다. 예외로 '마계촌'이나 '악마성 시리즈'같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타이틀도 몇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중성을 미덕으로 삼는 장르란 말씀. 이것으로 볼 때 배틀스타는 연령층과 성별의 구분 없이 그저 게임을 좋아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작법은 매우 간단하다. FPS유저들에게 익숙한 W,A,S,D 와 방향키 정도면 당신이 원하는 컨트롤을 무리 없이 구사할 수 있다.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메탈 슬러그'의 조작체계와 거의 흡사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 눈으로 보기만 해도 감이 오는 인터페이스 ]


외견 또한 이러한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느껴진다. 그래픽 수준은 중, 저 사양의 컴퓨터에서도 무리 없이 실행이 가능한 정도며 사운드 역시 돋보이진 않지만, 특별히 흠을 잡을만한 요소도 없다. 또한, 수십 발의 총알을 쑤셔 박고 사정없이 걷어차 적을 끝장낸다는 게임의 기본 요소와는 대조적으로 연출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최근 온라인 게임의 그래픽은 기존 패키지 게임 수준을 넘보고 있다. 게임성은 기본이요, 너도나도 인상적인 그래픽을 뽑아내려고 수많은 개발자가 밤낮을 고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수준의 게임이라니, 몇몇 유저들은 '넥슨 이름값에 묻어가려는 속셈인가?'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캐주얼 강국인 넥슨 내에서도 손꼽히는 개발 노하우를 지닌 로두마니 팀이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작업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외모는 여기까지 보는 것으로 하고, 게임성을 확인해 보자.

[ ▲ 스크린 샷만 봐도 당신의 컴퓨터가 두려워할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



게임성. Just Simple.Too !

배틀 스타는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매우 단순하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심리전을 유발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아이템 개념부터 맵 구성, 및 오브젝트까지, 게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심리전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장 아이템으로는 체력회복제와 수류탄, 그리고 일정 시간 자신의 캐릭터를 무적이나 투명화시켜주는 버프형이 존재하며 나머지는 전부 자신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것이다. 이들은 일정한 장소에서 획득 가능한데, 상대가 먼저 가로채 텅 빈 상태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활성화되니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업그레이드 아이템은 획득할 때의 증가 수치가 매우 큰 편이라, 게임의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잘 업그레이드 된 아군 플레이어 한명이 적팀을 모두 쓸고 다니는 것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만약 이러한 상대가 적이라면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고 꼭 몰려다니며 싸워야만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

[ ▲ 최대한 많이 먹어두자. 배틀 스타에서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 ]


아이템들은 게임의 기타 요소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유저에게 다가온다. 혹자에겐 '철천지원수'같은 물건이 다른 사람에겐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준 한 줄기 빛'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 그만큼 이 게임은 '그 외의 요소'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우선 배틀 스타의 카메라 시점은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움직이는 대로 졸랑졸랑 따라오지 않는다. 이 게임의 전장은 마치 직소 퍼즐처럼 구간별로 나누어져 있고, 칸과 칸 사이는 '게이트'로 인해 막혀 있다. 플레이어는 현재 자신이 있는 방만 체크할 수 있을 뿐 다른 방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고, 이것은 상대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 ▲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전투를 해야 적을 걷어찰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


체력이 거의 없는 적을 추격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는 먼저 옆 방으로 도망쳤다. 체력에서 앞서 있던 본인이기에 기세 좋게 그를 따라 옆 방으로 돌진했다. 적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판단한 나는 가볍게 웃으며 최후의 일격을 시전한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후에 내 캐릭터는 땅바닥을 뒹굴고 있고 상대는 체력회복제를 향해 기어가는 애처로운 나의 엉덩이를 매몰차게 걷어찬 후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상대는 나보다 영리했다. 그는 옆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때마침 재활성화된 회복제를 먹은 후, 내가 조만간 열어젖힐 그 문을 향해 수류탄을 던져놓은 뒤 총알세례를 퍼붓는 중이었던 것이다!

[ ▲ 헹~! 속았지? ]


이러한 경우는 게임의 성격상 매우 잦은 빈도로 발생한다. 만약 본인이 도망치는 처지인데 옆방에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무언가가 없으면 그냥 계속 달아나야 하는 게 정답이다. 어떤 방은 통로가 두 개 이상이기 때문에 적이 예상할 만한 이동 경로를 피해 도주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일수도 있다. 이렇게 열심히 도망치다 보면 아군이 지원을 오거나 상대를 오히려 압도할 만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방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게이트뿐만 아니라 사다리도 이용해야 한다. 게이트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사다리가 있는 방은 전투의 메카로서 자신의 두뇌와 반사신경을 최대한 사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다리로 연결된 윗방과 아랫방은 기본적으로 오픈 개념이기 때문에 상대가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 견제사격을 가할 수 있다. 아랫방에 상대가 있을 때에는 수류탄을 던져 넣으면 되고, 윗방에 있다면 Shift+방향키로 요리하면 된다.

[ ▲ 초보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하는 곳 ]



해봐야 평가할 수 있는 게임

클로즈 베타 테스트 이전 수준의 체험판을 플레이하고 게임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 위험하다. 그렇기에 기자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만한 게임의 핵심 요소들 위주로 둘러보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넥슨의 캐주얼 감각이 아직 완전히 녹슬지는 않았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해봐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언뜻 보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 게임의 이면엔 숨 쉴 틈 없는 심리전이 가득하다. 이 심리전은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점점 발전하기에 나중 가면 일반적인 컨트롤 싸움 이상의 전투를 수행해야 한다. 간편한 조작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경험을 축적하여 캐릭터뿐만이 아닌, 유저 자체를 레벨 업 시켜주는 캐주얼 게임의 정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배틀 스타는 횡 스크롤 액션 장르에 아련한 향수를 가진 유저가 아니라면 첫인상에서 매력을 찾기 어렵다. 그래도 일단 함께 어울려보길 권한다. 평가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본 기자가 직접 플레이한 영상을 첨부한다.

[ ▲ 배틀스타: 리로드 개인전 플레이 영상 ]


[ ▲ 배틀스타: 리로드 팀전 플레이 영상 1 ]


[ ▲ 배틀스타: 리로드 팀전 플레이 영상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