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화 이글스)

최근 언제나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한화 이글스가 변하고 있다. 시즌 초반 지난해와 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반등에 성공하며, SK 와이번스전 3265일만의 스윕에 성공했다. 그전 마지막 스윕은 2013년 신생팀이었던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거둔 스윕이었고, 이후 무려 738일 동안 스윕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러한 반등은 기존의 한화 이글스 선수들 외에, 트레이드, FA, 외국인 선수 등 모든 선수들이 어우러지며 이룩한 결과라 더욱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그중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는 선수가 있다면 이번 FA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좌완투수 권혁이다.

시즌 경기 중 절반 이상을 등판하며, 이제는 한화 이글스의 권핵(Nuclear)에서 권핵(Core)으로 다시 태어났다. 잦은 등판 수와 많은 이닝 소화로 인해 체력 소진이나 부상위험에 대해 팬들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만큼은 누구보다도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다.

(출처:삼성 라이온스)


권혁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했지만, 중학교 때까지 키가 크지 않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 후 20cm가 넘게 자라면서 뒤늦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뒤늦게 터진 포텐과 함께 큰 키와 좋은 체격 덕분에 2002년 삼성 라이온즈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2002년과 2003년은 1군 무대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고 한다면, 2004년에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37경기에 출전하여 81이닝 동안 ERA 4.78 3승 3패 3홀드 38볼넷 78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보면 등판할 때마다 2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볼넷과 2탈삼진을 기록한 셈이다.

2005년에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상 후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고, 본격적인 활약은 2007년부터 하게 된다.

(출처:삼성 라이온스)


돌아온 권혁은 그야말로 삼성의 불펜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했다. 2007년 60경기에 출전해 77⅓이닝 ERA 2.79 7승 1패 19홀드(3위) 100탈삼진을 기록했다. 2008년에도 기세를 이어가며 ERA 1.32 6승 0패 15홀드(4위)를 기록하고, 베이징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탈삼진을 기록한 2007년 권혁이 골드카드로 출시되며, 삼성 불펜에서도 빠른 구속과 좌완투수라는 이점이 있어서 자주 쓰이는 선수 카드였지만, 2009년 오승환 부진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정현욱과 함께 마무리 투수로도 마운드에 올랐다. 계투와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뛴 덕분에 6세이브 21홀드(1위)를 기록하게 되지만, 그만큼 과부하가 걸리면서 5승 7패라는 성적을 거두게 된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해졌는데, 그래도 다행히 ERA 2점대의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0년에는 그 여파 때문인지 구속이 많이 떨어졌는데, 덕분에 컨트롤을 통한 승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ERA 2.09 7승 1패 4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하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문제는 포스트시즌에서 일어났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9경기 중 6경기에 등판한 권혁은 1⅓이닝 동안 ERA 27.00 1패 1홀드 3피안타 6볼넷 1피홈런으로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출처:삼성 라이온스)


그 후유증 때문인지 2011년에는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ERA 2.79 1승 3패 19홀드(4위)를 기록하며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58경기에 48⅓이닝을 소화했다는 것은 원 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탈삼진 능력이 사라지고, 볼넷도 크게 늘었다.

2012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RA 3.10 2승 3패 1세이브 18홀드(5위)를 기록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기보다는 원 포인트 릴리프에 가까웠으며, 볼넷과 삼진 비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2011년과 마찬가지로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정현욱, 안지만 등 같은 팀 투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 후 2013년 ERA 3.96 1패 3홀드, 2014년 ERA 2.86 3승 2패 1홀드를 기록하고, 어느 정도는 부활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문제는 백정현, 박근홍, 조현근, 차우찬 등 팀에 권혁을 대신할 좌완 중계투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출전 기회와 함께 팀 내 입지가 좁아진 권혁은 FA 협상에서도 돈보다는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을 원했고 결국,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게 된다.

(출처: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로 이적 후 믿을 수 있는 좌완 불펜이 권혁과 박정진뿐이다 보니 많은 출전 기회를 얻다 못해 팬들이 걱정할 정도로 자주 등판하고 있다. 또한, 박정진과 권혁은 같은 좌완 불펜 투수지만 투구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원 없이 등판하고 있다.

4월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해준다면,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2015시즌 10 코스트 골드카드는 권혁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최근까지 부진했던 모습과 과거 혹사 논란이 있었던 점을 비추어볼 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적 후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해 나가는 모범 FA 사례가 된 권혁. 앞으로도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태풍의 핵이 되어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