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고백하겠다. 본 기자는 불과 한달 전 까지만 해도 피쳐폰을 썼다. 지난 12월 초 스마트폰을 샀고, 어께너머로 구경했던 게임을 뒤늦게 플레이 하며 12월 한달을 보냈다. 남들보다 4년 늦게 접한 모바일게임계의 변화는 놀라웠다.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지면서 그래픽도 좋아졌고, 다룰 수 있는 용량이 늘면서 컨텐츠의 양도 늘었고, 통신환경이 개선되면서 소셜성도 한층 강력해졌더라.

그중 가장 변화가 크게 느껴진 것은 RPG장르였다. 그래픽, UI등 외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게임 내적인 변화를 가장 크게 겪은게 모바일 RPG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요즘은 내적인 변화의 수준을 넘어 카드류 게임과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져 장르의 색깔 자체가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이런 시점에 컴투스에서 2014년 정통 RPG를 표방하는 게임을 출시했다. '드래곤 기사단', 전우들의 배신으로 몰락했지만 세계를 구할 사명을 띄고 다시한번 일어나 싸울 영웅들의 이름이다.







RPG의 기본 - 파티를 구성하고,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맞춘다

'드래곤기사단'에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파티원을 모으고, 전투를 통해 레벨을 올리고, 레벨에 맞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던전 클리어를 열심히 해주면 레시피와 골드를 통해 레벨업과 아이템이 갖춰지고, 간혹 등장하는 거대보스와 아레나를 곁들여주면 일일미션이 수행된다. 일일미션을 클리어 하면 소모된 행동력을 보충받아 다시 던전플레이가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누적된 명성치로 영웅 영입이 가능하다. 영웅을 영입해도 명성치는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유저는 꾸준히 챕터를 클리어하고 골드만 벌어주면 된다.

결국 초반 플레이는 '전투를 통한 레벨업 - 장비획득과 강화 - 사냥터이동'의 순환구조로 압축되고 간간히 출현하는 거대보스와 PVP아레나가 거드는 형태가 된다. 아이템 강화에 실패해도 아이템이 파괴되거나 강화단계가 떨어지는 일이 없고, '카드조합' 같은 기존전력을 소모해 한방을 노리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전투력을 그래프화 하면 내려가는 구간 없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곡선이 그려진다.

결국 전력강화를 위해서는 꾸준한 플레이로 행동력을 소모하는 길 밖에 없고, 10배속 전투 등등의 캐쉬 아이템이 존재하긴 하지만 같은 길을 좀 더 빨리 가게 해줄 뿐, 지름길은 아니다. 물론 레벨업과 파밍이 곧 RPG의 본질인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기사단'의 진행 방식은 평범한 RPG의 방식이라고 할 만 하다. '카드뽑기 + 강화'가 전력상승의 핵심이 되고 뽑기 결과에 따라 전투력이 요동치는 요즘 모바일 RPG를 생각하면 오히려 색다른 느낌이 든다.

▲ 어디에 내놓는다구요...!?


▲ 아무리 강화에 실패해도 골드만 소모될 뿐, 장비는 무사하다



배우기는 쉽지만 은근 깊이가 있는 전투방식

'드래곤기사단'의 전투는 자동공격이 기본이고, 여기에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두개의 스킬로 유저의 개입이 가능하다. 오토스킬 기능으로 완전 자동전투도 가능하지만, 타이밍 맞춰서 스킬을 구사하면 콤보 효과가 발동, 적에게 가하는 피해량이 증가하고 공격 이펙트도 화려해지기 때문에 직접 컨트롤하는 쪽이 전투효율 면에서도 재미 면에서도 좋다.

여기에 직업간 상성이 존재하고, 포지션 배치에 따른 보너스 능력치가 있어 같은 캐릭터 구성이라고 해도 배치를 바꿔주는 것 만으로 전투결과가 달라지며, 스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캐릭터간 상성이 별도로 존재해 운용법을 연구하다보면 보기보다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전사를 중간라인으로 빼고 성직자를 전열에 배치해 탱킹을 맡기거나, 마나리젠을 높이기 위해 마법사를 2번자리에 배치하는 식의 다양한 조합이 망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실제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 콤보구사여부는 전투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추가 행동력 확보의 원천, 소셜기능

'드래곤기사단'의 소셜기능 '행동력선물'과 '유적탐사'는 던전 파밍에 필요한 추가 행동력 확보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행동력 선물'은 친구로 등록된 유저에게 하루 30명까지 행동력을 선물하고 우정포인트를 보상으로 받는 기능이다. 플레이어 본인의 행동력이 아닌 선물 전용 행동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아낄 필요 없이 최대한 주고받는 쪽이 좋다.

'유적탐사'는 친구가 관리하는 유적에 영입 완료된 동료캐릭터 하나를 보내두면 일정 시간 뒤 행동력, 전투력, 보석 중 한가지를 랜덤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탐사지 파견에는 아무런 비용도 소모되지 않으며, 탐사가 진행중인 캐릭터라도 던전플레이에 아무런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가 내 유적지를 탐사했을때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30명의 친구가 확보되면 소셜 기능과 일일미션을 활용해 하루 최소 50 이상의 추가 행동력을 얻을 수 있다.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사용하면 하루 플레이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 유적지탐사는 새로 영입한 영웅의 육성에도 유용하다



처음엔 즐거웠는데, 어느순간 중노동이 되어있다

앞서 밝혔듯 '드래곤기사단'에서 유저의 전투력 곡선은 매우 완만하게 상승한다. 그런데 난이도는 계단식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중간중간 장벽이 생긴다. 챕터마다 권장 레벨대가 표시되어 있지만, 후반 챕터로 가면 갈수록 권장레벨로는 부족하다.

헌데, 이 게임에서 장벽을 극복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파밍 뿐이다. 9스테이지는 자동전투로도 클리어 할 수 있는데 10스테이지에서는 보스를 만나자마자 전멸해 방금 클리어한 9스테이지를 수십 수백번 플레이하는 패턴이 여러차례 나타난다. 이런 반복작업을 견디기에 2014년의 우리들은 너무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다.

▲ 이걸 다 쓰면 챕터 클리어는 가능하겠지만, 양에 압도당해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드래곤기사단'은 실사같은 그래픽이나 화끈한 액션은 없지만 RPG의 기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게임이다. 기자는 '드래곤기사단'을 플레이 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진득한 육성의 재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현금을 사용해도 같은 길을 조금 더 빨리 갈 뿐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무료유저도 부담없이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와닿았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행에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해 결국 게임을 노동으로 만드는 점이 아쉽다. 어찌보면 게임을 하면서 유저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 성취감인데, 후반 난이도 구간을 좀 더 세분화 해서 자잘한 성취감이라도 얻을 수 있게 해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