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메이커 : 도쿄'로 국산 카드배틀RPG의 가능성을 보여준 팜플이 또 다른 카드 RPG '큐라레 : 마법도서관'을 준비하고 있다. 이 게임, 범상치 않다. 아직 정식 출시도 아니고, 단 5일 간의 CBT가 이제 막 끝난 단계일 뿐인데도 벌써부터 반응이 굉장하다.

그도 그럴 것이 CBT 도중 공개된 정보가 워낙 충격적이었어야 말이지. 꾸엠, 코멧, Naye 등 금 손을 보유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대거 참여한데다, 김현심 성우를 비롯해 천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들의 목소리가 게임 안에 녹아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흥분했다. 그뿐인가. 테일즈 위버 및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의 BGM을 담당한 게임사운드의 전설, ESTi(박진배)와 Nauts(남구민) 등 실력파 작곡가도 투입됐다. 이 소식만 듣고도 게임의 완성도가 짐작된다.

거기다 게임 자체의 개성도 톡톡 튄다. 카드배틀RPG인데도 무려 3D 그래픽이라는 게 가장 이색적이다. 티저 영상에서도 3D로 구현된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카드배틀RPG에 3D라니, 가당치도 않는다. 그냥 티저 영상이니까 눈길 좀 끌어보려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겠지. 설마 게임도 3D겠어?'라고 웃고 넘겼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날 줄이야.

'큐라레 : 마법도서관 티저 영상

이게 다가 아니다. MMORPG를 하는 듯한 전투 시스템도 상당히 호평받고 있다. 힐러, 탱커, 딜러 등 역할이 분명하게 나눠져 있는 것도, 유저가 전투에 직접 개입해 적재적소에 스킬을 시전할 수도 있다. 여기에 TCG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실시간 파티플레이까지 지원한다.

밀리언아서 이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카드배틀RPG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발전이 없었다. 일본에서 카드배틀RPG가 수입된 지 1년 반이 흘렀는데 기억 나는 게임은 기껏해야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일러스트나 소소한 부분에서 차별점을 뒀을 지 몰라도 어찌됐든 큰 틀이 같다 보니 카드배틀RPG는 다 비슷비슷하다는 인식마저 갖게 되었다.

변화가 필요할 때다.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카드배틀RPG가. 그리고 그런 게임이 되는 것이'큐라레 : 마법도서관'의 목표이기도 하다. 과연, 팜플의 야심작 '큐라레 : 마법도서관'은 획일화된 이 시장을 바꿔버릴 수 있을까? 지난 CBT버전을 바탕으로 '큐라레'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해보자.



★ 하나 : 겉모습부터 다르다!



'큐라레 : 마법도서관' 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3D그래픽이다. 다른 카드 RPG에서도 3D 캐릭터가 몇 번 나오긴 했으나 기껏해야 액션 씬, 크리티컬 씬 등 이벤트 영상처럼 처리된 게 다였다.

허나 '큐라레 : 마법도서관'은 다르다. 대기 화면이나 던전 탐색등 게임의 주요한 부분마다 3D 캐릭터가 달리고 날고 웃고 말한다. 2D 화면이더라도 카툰렌더링 방식으로 처리해 3D와 2D그래픽이 공존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게임 배경도 3D 그래픽으로 그려내 보는 즐거움이 더하다.

또 하나, 카드배틀RPG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카드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다양한 카드배틀RPG 일러스트를 그려온 '재감있게 그리는 일스트레이터(...) 80여 명이 '큐라레 : 마법도서관'에 대거 참여했다. 실력파가 그려낸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무려 400여 장. 하나같이 풍부한 색채감을 자랑한다.

튜토리얼부터 게임 중간중간 재잘거리는 캐릭터의 목소리도 눈여겨볼 만 하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김현심'을 비롯해 업계에 소문난 유명 성우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발음과 풍부한 성량을 가진 성우들이 녹음한 음성은 흡사 함께 게임하는 듯한 친근함을 제공한다. 여기에 수많은 게임 명곡을 만들어 낸 게임음악계의 전설급 작곡가들도 BGM작업에 참석해 귀까지도 즐겁게 만들어 준다.


▲ 배경이나 표정까지 공들인 카드 일러스트들. 수집욕구가 백 배는 뛴다


▲ 빛 처리가 훌륭한 파스텔 분위기도 매력적!


★ 둘 : 속까지 꽉 들어찼다!

'큐레이터(사서)'가 연상 되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세계관의 중심은 도서관이다. 무너진 도서관을 재건하기 위해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마도서를 찾아 복원하는 것이 사서들의 임무로, 던전을 돌고 적을 퇴치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른 카드배틀RPG와 유사한 구조다.

허나 '큐라레 : 마법도서관'은 위의 기본적인 틀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자 이곳저곳 많이 신경썼다. 강화나 진화, 카드 수집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해독'이나 '결속', '인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해 ' 굉장히 처음 보았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익숙함과 색다름을 제공한다.



'큐라레 : 마법도서관'은 에너지 찰 때마다 간단하게 한 번씩 접속하는 캐주얼이 아니다. 대부분의 카드배틀RPG처럼 수집콘텐츠와 카드 강화 및 진화 콘텐츠가 있지만서도 반복 플레이가 주는 지겨움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나름 흥미롭게 전개되는 시나리오라던가, 3D모션을 활용한 던전 탐사, 후에 서술할 색다른 전투 시스템으로 장시간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상당 부분 마련했다. 다만, 한 판의 플레이가 워낙 길다보니 출시 이후 콘텐츠 부족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좀 들었다.

UI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물론 좀 복잡하긴 하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필수 정보를 배치해 깔끔한 화면 구성과 간단한 조작을 추구하던 모바일게임의 길을 가지는 않았다. 솔직히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책을 연상케 하는 활자와 분위기로 나름의 개성을 담았다. 강렬하고 매력적이지만 그다지 편리하지 않은 UI를 보니 아무래도 카드배틀RPG를 익숙하게 플레이하는 유저를 타겟으로 삼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 큐라레의 '박문수' 카드. 마도서를 '해석'하면 일러스트가 바뀐다!


▲ 결속하면 마도서의 능력치가 쭉쭉~!

▲ 시나리오도 살짝 가벼운 느낌이긴 하지만 흥미롭긴 하다


★ 셋 : 그만의 독특함도 있다!

다양한 매력이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매력 하나를 딱 뽑으라면 '전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전투에서 오는 묘미가 상당하다. 다른 카드배틀RPG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전투 시스템과 협력 플레이는 마치 PC MMORPG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심도 있는 전략도 가미되며 한 시간은 진득하니 게임할 수 있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PC MMORPG를 언급한 이유는 탱커와 딜러, 힐러라는 카드 각각의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PC MMO에서 파티장이 각 직업의 역할과 버프를 따져가며 파티를 구성하듯이, 큐라레 유저는 수 많은 카드 중 시너지를 고려해 10장의 카드를 선별해 덱을 만든다. 즉, 혼자서 10인 파티를 운영하는 형태다. 탱커에게는 방어를 지시하고, 힐러에게 회복을 명령하다보면 마치 공격대장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스킬을 쓸 것인지,패시브 스킬을 위해 어떤 카드를 리더로 삼을거인지.. 고민많이 해야한다

물론, 탱딜힐의 개념을 갖춘 카드배틀RPG는 상당히 많다. 그러나 유저가 할 일은 기껏해야 전투 전에 덱을 구성하는 정도고 막상 전투에 돌입하면 할 게 없다는 게 문제다. 허나 '큐라레 : 마법도서관' 은 유저가 적의 공격 패턴에 따라 액티브 스킬을 발동, 도발이나 회복 등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패시브 스킬도 전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덱 구성 단계부터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친구와 함께 레이드를 펼치는 재미도 깨알같다. 던전 도중 발견한 금서(보스 소환서)를 가지고 강력한 보스를 소환해 최대 4인 협력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AI로 진행되지만, 만일 레이드 도중 친구가 접속해서 보스전투에 개입하면 AI 표시가 사라지며 친구의 조작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카드 RPG이면서 MMO의 협력플레이의 긴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현했다는 것, 그게 바로 '큐라레'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면서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치고는 상당히 긴 CBT기간이었지만 순식간에 지나간 5일. 하루 빨리 정식으로 서비스되길 바라는 사람이 기자만은 아닌 듯 하다. CBT는 끝났으나 여전히 '큐라레 : 마법도서관'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말로 SNS와 커뮤니티가 가득 채워지고 있다.

확실히 5일 간의 CBT버전임에도 불구하고 '큐라레 : 마법도서관'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외모도, 내면도, 능력도 갖춘 팔방미인처럼 비주얼이나 게임 구성, 시스템 모두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여기에 기존의 카드배틀RPG에 신선함을 더해 확실한 개성을 갖췄다.

이 정도면 정식서비스를 충분히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CBT에서 서버문제나 버그 등 큰 이슈는 없었으니 조만간 출시될 거라 예상해본다. 다만, 퀄리티만큼 고용량에다가 고사양 게임이니까 스마트폰 배터리도 좀 충전해 두고, 용량도 좀 비워두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