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스크롤 액션'은 전통에 가까울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게임 장르다. 흔히 '클래식 액션 게임'으로도 말하는 '플랫포머 액션'게임들이 바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그 옛날의 메가맨, 그리고 슈퍼 마리오까지. 지금도 꾸준히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개발되고 있지만, 확실히 오래된 장르긴 하다.

반면 'AOS'는 현재 게임 시장의 첨단에 서 있다 봐도 무방한 세련된 게임 장르다. 어찌보면 단순히 '시스템'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이 장르는 게임시장의 거목으로 우뚝 솟아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다. FPS의 형식을 딴 AOS나,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다루는 AOS, 모바일 AOS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씨웨이브소프트'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기나긴 역사를 가진 클래식 장르인 '횡스크롤 액션'에 'AOS'를 섞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스팀에 올라와있는 게임 '어썸너츠'또한 횡스크롤 액션에 AOS의 요소를 집어넣은 게임이다. 그러나 어썸너츠와는 확실히 다르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초반 아트를 담당해 이름을 알린 아트 디렉터 '김범'과 '씨웨이브소프트'가 개발하고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횡스크롤 액션 AOS '하이퍼 유니버스'.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코드가 너무나도 많다.

8월 28일, 판교에 있는 넥슨 지하 1층에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하이퍼 유니버스'의 첫 면모를 볼 좋은 기회다. 기자간담회가 아닌 시연회이기에 현장은 담백했다. 마치 학교 전산실을 연상케 하듯 줄줄이 늘어선 컴퓨터. 면식 있는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바로 게임으로 들어갔다. 웬걸? 이거 생각보다 물건이다.

▲ '하이퍼 유니버스' 소개 영상


■ 직접 해 봤다. '하이퍼 유니버스'

◎ 키보드만 있으면 조작은 OK, 마우스는 툴팁이나 신호 시만

'하이퍼 유니버스'는 기본적으로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키보드만 필요한 조작법을 갖추고 있다. X,C,V에 일반 공격과 점프, 대시 버튼을 배정하고, A,S,D,Z가 일반 스킬, 그리고 F가 궁극기를 발동시키는 버튼이다. 보통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라 해도 최근의 추세는 WASD 조작에 마우스를 곁들이는 것이 기본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구도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마우스가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하이퍼 유니버스'는 생각보다 다양한 수치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아이템의 효과나 수치를 알려면 툴팁을 읽고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 간단하게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가능하다.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는 그럴 틈이 없겠지만, 비교적 여유가 있을 땐 어렵지 않다. 공격 목표를 정하거나, 후퇴 신호를 보낼 때도 마우스로 미니맵을 눌러 주면 간단하다.

▲ 차후 게임 패드도 지원할 예정이다.


◎ 복층 전장, 높은 '사냥' 비중, 그리고 아이템 박스

'전장'을 먼저 보자. AOS라는 장르는 생각보다 복잡한 전장을 요구한다. 단순한 구조의 전장은 게임을 쉽게 만들지만, 그만큼 변수가 줄어들고 게임의 깊이가 얕아지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도타2'의 경우 복잡한 나무 배치를 이용한 스킬인 '주킹'이 유저의 실력을 가늠하는 요소가 될 정도다. 문제는 '횡스크롤'이라는 시점의 한계다. 어떻게 해도 화면은 평면일 수밖에 없다 보니 어떻게 다양성을 마련했을지 궁금했다.

답은 '복층'이었다. '하이퍼 유니버스'의 전장은 지상의 주 라인과 2,3,4층에 이르는 복잡한 공중 타일, 그리고 그만큼이나 깊은 지하 타일로 이뤄진다. 공중과 지하에는 특별히 방어 타워가 존재하거나 하진 않지만, 굉장히 다양한 중립 몬스터들이 존재한다. 중앙 라인에서 한정적으로 오는 상대 미니언만을 잡아서는 충분한 골드와 경험치를 얻기 어렵기에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은 지하나 공중 타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산발적인 전투가 자주 벌어진다.

몬스터를 잡다 보면 무색의 큐브가 떨어지는데, 이는 해당 게임에 한해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 박스다. 확인할 수 있었던 옵션은 공격력, 방어력의 극소량 증가와 경험치, 골드의 증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기에 별거 아닐 것 같아도 끊임없이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이기에 눈치가 빠른 기자들은 몬스터 사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 전장은 이런 스타일의 복층 구조


◎ 빠른 스킬의 순환, 하지만 생각보다 긴 부활 시간

전투 상황을 살펴볼 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점은 '스킬의 쿨다운'이 생각보다 짧다는 점이다. 원거리 공격이 근접 공격보다 이득을 챙기기 쉬운 구조이기에 각 캐릭터는 원거리 스킬과 근거리 스킬을 균형 있게 보유하고 있는데, 각 스킬의 쿨다운은 짧게는 2-3초에서, 길어도 10초를 넘는 스킬이 드물다. (물론 캐릭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아이템에 따라 더 짧아지기도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일반 공격을 사용하는 경우는 모든 스킬이 사용 불가인 극도로 짧은 시간의 공백 외에는 없다.

그에 반해 사망 시의 부활 시간은 생각보다 긴 편으로, 중반 이후가 되면 1분을 가볍게 넘어간다. 4:4라는 대결 특성 상 두 사람만 사망해도 전력이 반감한다. 만 레벨인 20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한타를 패배하기라도 하면 속절없이 밀리는 본진을 볼 수 있다. 부활 시간이 긴 것도 이해가 갔다. '하이퍼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은 극도로 공격적인 몇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들 훌륭한 성능의 생존기나 이동기를 갖추고 있다. 전방으로 급속 전진하는 '대시'의 경우 전 캐릭터가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유저들은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결국, 생각보다 한타 싸움의 호흡이 길어지기 마련이고, 이겨도 완전히 우위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활 시간마저 짧다면 게임은 지지 부지한 공방전의 연속이 되어버릴 것이다.

▲ 한번 죽으면 한참 구경해야 한다.


◎ 도대체 이 친구가 왜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의 테마

재미있는 점은, '하이퍼 유니버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캐릭터의 테마가 굉장히 다채롭다는 것이다. 중세시대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판타지 영웅의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는가 하면, 미사일과 광선 무기로 무장한 로봇, 흡혈귀, 그리고 옆 동네 특촬물에 자주 나오는 붉은 타이즈의 용자까지, '도대체 얘가 왜 있나?' 싶은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사실 이런 '크로스 유니버스' 방식의 세계관을 채용한 게임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꾸준히 이용되고 있는 유행이다. 단순히 두 세계관을 합친 '마블 vs 캡콤'이 그랬고, 블리자드의 모든 세계관이 교차하는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나 엔씨소프트의 세계관이 어우러진 'MXM' 또한 세계관 병합의 좋은 예다.

특이한 점이라면 '하이퍼 유니버스'는 기존의 세계관을 병합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병합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컨셉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었고, 그 캐릭터들이 이질감 없이 게임에 녹아들 수 있었다.

▲ 굉장히 이상해보이지만 보다 보면 익숙해진다.


◎ 아이템 시스템은 '사이퍼즈'와 동일, 자동 회복 덕에 기지 복귀는 없다.

어쩌면 이 부분은 '횡스크롤 액션'과의 결합에서 나온 숙명일 수도 있다. '하이퍼 유니버스'의 아이템 시스템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한데,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다른 게임인 '사이퍼즈'와 굉장히 닮았다. 게임 전 아이템을 미리 준비한 다음, 게임 내에서는 원 버튼으로 골드를 지불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의 장단점은 '사이퍼즈'를 통해 이미 검증되어 있는데, 일단 아이템 구매 과정이 굉장히 간단하므로 기지에 복귀할 필요가 없고, 게임의 '액션성'에 불을 붙인다. 단점이라면 나중에 가면 결국 완전체가 되기 때문에 최종 성장 단계에서의 다양성이 부족해진다는 정도일까?

특이한 사실은, 아이템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을 때 붙는 부가효과가 상당히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아이템을 골고루 올리는 것보단 하나씩 최종 단계를 먼저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이 때문에 초중반의 전투 양상은 균형 잡힌 캐릭터들의 싸움이 되기보단 창과 창의 대결, 혹은 창과 방패의 대결 구도로 흘러간다.

또 한 가지 더 특별한 것은, 현대식 FPS나 TPS에서 주로 쓰는 방식인 '비전투시 급속 체력 회복' 시스템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이 덕에 한번 싸움을 치른 캐릭터들은 잠시 전선을 이탈해 여유롭게 체력을 채우며 사냥을 할 수도 있고, 빠르게 다시 전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덕분에 게임의 템포도 빨라지고.

▲ 골고루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것 보단 집중하는게 낫다.


아직 알파 단계에 머물러 있기에 게임의 모든 면을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두 판의 게임을 치른 이후 내 마음은 첫인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변해 있었다. '신작'이라는 단어에 설렘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게임 불감증이 심해진 나였지만, '한판 더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시연이 끝난 이후, '하이퍼 유니버스'의 아트를 담당한 '김범' AD, 그리고 개발을 맡은 '신용' PD와 짧은 질답 시간이 이어졌다.

▲ '김범' AD(좌)와 '신용' PD(우)



Q. 확실히 '횡스크롤 액션'과 'AOS'의 결합은 흔치 않은 기획인데,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

신용 PD : 기본적으로 두 장르 모두 좋아하는 게임 장르다. 하지만 굉장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장르이기도 한데, 일단 '횡스크롤 액션' 하면 액션성이 강하고 접근하기 쉽지만, 깊이가 없고 전략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AOS'의 경우 깊이가 있고 변수가 다양하지만, 신규 유저의 유입이 힘들고 진입 장벽이 높다.

이 두 요소를 적당히 배합할 수 있다면, 분명히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더불어 AOS라는 장르 자체가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뛰어나며, 개발 과정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열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Q. 말한 대로 두 장르의 주 가치는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 가령 게임의 속도감이나, 전략성의 깊이 등이 엇갈릴 수 있는데,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신용 PD : 개발 과정에서 우리가 중점을 둔 사항은 두 장르 중 한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두 장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었다. 게임의 모든 시스템이나, 전체적인 스타일을 내보이기엔 아직 공개된 바가 적지만, 점점 게임을 접할수록 '횡스크롤 액션'의 속도감과 액션성, 그리고 'AOS'의 다양한 변수와 전략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사실 캐릭터들의 컨셉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용 PD : 일부 캐릭터들이 다른 게임에서 자주 본 듯한 외형이나 컨셉을 보여주는 것은 맞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 작업을 거쳤고, 현재는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의 아트 스타일은 다른 작품들의 캐릭터와 비슷한 감성을 갖게 되더라도 우리만의 스타일을 살리고 '하이퍼 유니버스'라는 게임에 맞게 소화하는 것이다.


Q. 몇 종 정도의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나? 그리고 아이템의 등급이나 효과에서 오는 밸런스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24종의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으며, 상용화 시점에는 35종 이상의 캐릭터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템과 밸런스 이슈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우리는 아이템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령 옵션이 좋다 해도 게임 내에서 업그레이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아이템이라면, 초중반 힘 싸움에서 오히려 불리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캐릭터별로 전용 아이템이 있고, 모두가 쓸 수 있는 공용 아이템이 존재하는 등 아이템의 결정 과정에서 변수는 매우 많다 이 변수들이 모이면서 밸런스는 조금씩 맞아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Q. 복층 스테이지의 구체적인 기획 의도를 말해줄 수 있나?

'하이퍼 유니버스'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주 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 외의 층들은 자유로운 사냥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데, 이는 게임의 전반적인 전략성을 높이려는 방법이다. 라인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보다 자유로운 전투 구도를 만들기 위해 중립 지역에 힘을 주었고, 덕분에 지형이 복잡해지면서 전략적이고 변칙적인 플레이도 가능해졌다. 기존의 AOS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략성을 추구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하이퍼 유니버스'의 전장들은 복층 구조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다양한 색다른 시도들도 함께해볼 예정이다.


Q. '콜라보레이션'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하이퍼 유니버스' 또한 콜라보레이션에 굉장히 좋은 게임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넥슨의 다른 게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은 없나?

아직 알파 단계이다 보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