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넷게임즈 ⊙장르: RPG ⊙플랫폼: 안드로이드 ⊙출시: 미정


모바일 액션 RPG라는 장르에서 소위 말하는 '때깔' 좋은 그래픽'은 이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됐다.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이 상승하고 모바일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엔진들이 등장하면서 '그래픽이 좋다.'라는 말은 예전보다 무게감을 갖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픽을 무기로 내세우며 등장한 게임이 있다. TERA의 개발에 참여한 '박용현' 사단이 언리얼 엔진4로 개발한 모바일 액션 RPG, 'HIT'다. 올해 초에 열린 GDC2015에서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고, 뛰어난 그래픽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넥슨이 퍼블리셔로 나서 얼마 뒤,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에 들어간 HIT는 10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첫 번째 프리미엄 테스트를 진행했다.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이번 테스트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만날 수 있었을까. 부푼 기대를 끌어안고 게임에 접속했다.



■ 뻔한 인터페이스, 뻔하지 않은 액션?

HIT의 첫인상은 '기존 모바일 액션 RPG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만나봤던 시스템과 콘텐츠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작 방법도 지금까지 만났던 모바일 액션 RPG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상 패드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고, 스킬 버튼 세 개와 공격버튼 하나가 있다. 여기에 회피 / 방어 / 반격을 겸하는 액션 버튼까지. '익숙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적응이야 빠르게 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의문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좌측 가상패드에 우측 액션 버튼. '전형적인' 모바일 액션 RPG의 조작법.

다른 게임들이 드래그나 제스처, 턴제 등 여러 조작 방법들을 시도했던 것과는 달리, HIT는 우리에게 익숙한 조작방법을 선택했다. 따로 튜토리얼을 진행하지 않아도 각 버튼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실제로 같은 장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보편적인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한다. 공격 / 회피 / 방어의 3요소와 반격까지 전부 활용했다. 새로운 조작법이 가져올 수 있는 불편함보다는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을 선택한 느낌이 강하다. 시스템 면에서는 기존 장르들이 보여줬던 기본 틀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HIT는 시스템 측면에서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테스트 기간 중 유저들이 "기존 게임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라는 체험평이 줄을 이었다. 실시간 PVP, 실시간 레이드 등 완성도 있는 콘텐츠들은 갖췄지만 HIT만의 특색을 찾기는 어려웠다.

▲ 뽑기 / 강화 / 합성 / 승급으로 대표되는 캐릭터 성장 구조까지 전부.

다만, 전형적인 모바일 액션 RPG의 시스템을 가져온 대신에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한 것은 보인다. 장비 육성의 허들을 낮추고, 아이템마다 달라지는 고유한 외형, 다양한 옵션과 세트 아이템 등을 준비해뒀다. 이런 선택은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장르의 재미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HIT는 모바일 액션 RPG가 보여줄 수 있는 전투의 재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마치 '액션 RPG의 전투 연출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전투만은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기세로 말이다.



■ 자연스럽고 능숙한 카메라 이동, 강렬한 이펙트로 '액션'을 살리다.

종전의 모바일 액션 RPG가 보여줬던 조작 방법을 그대로 활용했기에, 약간 낮은 기대치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하고 나서는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익숙다고 생각했던 전투는 타격감과 카메라 연출에 의해 역동적인 액션과 전투로 변하기 시작했다.

▲ 역동적인 액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그래픽은 거들뿐.

HIT는 묵직한 타격감과 강렬한 이펙트, 자연스러운 카메라 활용으로 '재미있는' 전투를 만들어 냈다. 캐릭터마다 다른 모션과 연출, 스킬과 반격, 연계기의 짜릿함은 시간을 잊고 플레이를 하게 될 정도의 몰입감을 보여줬다.

전투 자체는 동종 장르의 게임들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HIT만의 화면 연출로 특색을 보완했다. 캐릭터의 모션과 액션이 크게 도드라진 부분은 없어도 이를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로 전달하는 것이다. 스킬 사용 중간에 불릿타임을 줘서 시선을 모은다든가, 반격 도중에도 줌인 / 줌아웃으로 내 캐릭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짧고 굵게' 표현했다.

▲ 캐릭터가 움직이는 순간, 줌인 또는 줌아웃으로 타격감을 살렸다.

전투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이동은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캐릭터가 공격을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 카메라는 약간의 줌인을 줌으로써 액션에 역동감을 부여한다. 스킬을 사용한 다음 연계기로 넘어가는 연출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특수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연계기'는 배경을 검게 만들어서 '다른 종류의 액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저에게 전달한다. 연계기가 시작되면 일반적인 쿼터뷰 시점에서 로우 앵글로 전환되며, 적에게 대미지를 주고 다시 원래의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1~2초의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카메라 연출도 일품.

이렇게 찰나에 진행되는 '짧고 강렬한 연출'은 전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이런 경험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만나볼 수 있는 연출이므로, 조작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연출을 보는 것도 힘들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반격'이다. 적에게 카운터 어택을 할 수 있는 '반격'은 판정이 매우 까다롭다. 순간적인 연출과 손맛이 주는 쾌감은 뛰어난 편이지만, 막상 전투 중에는 노리고 사용하기 어렵다.

몬스터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방어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하는데, 난전 중에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적의 공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의도적으로 사용해보려고 하면 몬스터의 공격을 맞고만 있기 일쑤였으니, 그저 우연히 발동되기만을 기대할 뿐이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동료 기자는 반격을 버리고 방어와 회피만 사용해서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 성공 시 큰 쾌감을 주는 '반격'. 하지만 사용하기가 어렵다.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HIT는 카메라와 불렛타임을 활용해서 캐릭터의 액션을 최대한 멋지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액션 RPG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중에서 '액션'에 집중하고, 자신들의 장점만을 선별하고 강화시켰다.

이펙트나 화려한 스킬들이 화면을 뒤덮지 않아도, 어떻게 재미있고 강렬한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물로 보인다. 성장방식은 RPG의 왕도를 따랐으되 연출과 타격감만은 액션 게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고, 실제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냈다.

▲ 이런저런 잔혹한 연출도 눈에 띈다.



■ 이봐, 완성은 디테일에 있어 - 세밀한 부분까지 챙긴 꼼꼼함.

솔직히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썼을 줄은 생각을 못했다. 대사의 감정선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NPC들의 모습을 준비해뒀다. 심지어 로비 화면에서 기능을 설명해주는 대사 하나하나에도 목소리가 나왔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성우의 음성이 들리니, 자연스럽게 화면에 집중하게 됐다.

매력적인 원화와 음성 더빙 때문인지, 가끔씩 진행되는 이벤트 씬은 일종의 촉매제 역할로 다가왔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원화에 목소리까지 입혀지니, 어느새 캐릭터의 대사와 표정변화에 주목해서 시나리오를 감상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고 어디에서 완급을 줄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아름다우신 대마법사님. 목소리 감정선에 따라서 캐릭터의 표정이 변화한다.



■ 풍요 속의 빈곤 - 양은 많지만, 전형적인 콘텐츠들.

HIT는 전투하는 재미를 확실히 살린 게임이다. 하지만 전투 연출을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들의 완성도가 아쉽다. 정석을 너무 따르고 있다 보니, 단점까지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야 할까? 별다른 개선점 없이 기존 콘텐츠들을 그대로 답습한 모습이 강하다.

▲ 이런저런 즐길 거리는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이름만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콘텐츠지만...

PVP 콘텐츠인 '난투장'이 대표적인 예다.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상대 유저들을 제압하고,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보상을 얻어간다. 시간 대비 보상도 괜찮은 편이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큰 피로감을 느끼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모험 모드에서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1분 이내. 게다가 게임 초반에는 30 ~ 40초 정도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유저들이 경험하는 전투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5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긴 셈이다.

▲ 솔직히 5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

난투장을 처음 이용하는 시점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겠으나, 몇 번의 경험으로 익숙해진 시점에서는 그저 시간만 긴 콘텐츠로만 남는다. 개인적으로도 긴박하게 진행되던 게임에서 지루함을 느꼈던 몇 안 되는 부분이었다. 조금 더 고민하고 수치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 "크큭... 나의 핸드폰엔 화룡이 산.다.구?" - 최적화와 발열의 사이에서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을 보여줬다면 여기에 항상 따르는 부작용은 당연지사. 기기의 발열을 지적하는 유저들도 있었고, 기대했던 만큼의 그래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감상도 나왔다. 일부 기기에서는 텍스처 해상도가 낮게 설정되거나, 계단 현상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기기에 따라 텍스처 해상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테스트에 참여한 동료 기자들도 가진 기기마다 그래픽과 발열에서 큰 차이가 보였다. 본 기사에서 사용한 스크린샷의 화질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적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테지만, 최소한의 설명이나 옵션 설정 정도는 필요했을 것 같다.

▲ 기종에 따른 텍스처 해상도 차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물론, 고성능 기기를 가진 사람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왠만한 PC MMO 수준이랄까? 이전 체험 버전이 갤럭시 노트2에서 시연됐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정식 서비스에서는 더 나은 최적화 수준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갤럭시5 기준의 그래픽은 이 정도다. 반사광 같은 효과가 선명하게 표현된다.



■ 좋은 연출과 타격감은 일단 합격 -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자.

언리얼 엔진4로 제작된 HIT는 기대했던 만큼의 그래픽과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연출'을 보여줬다. 엔진을 최대한 활용해 같은 장르의 게임보다 더 나은 비주얼과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연성해냈다. 하지만 게임 전반을 관통하는 성장 시스템과 콘텐츠들이 너무도 익숙한 요소들의 집합이라는 점은 단점으로 남는다.

전투 부문에서는 나름대로 확실한 액션을 활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련한 카메라 이동, 역동적인 모션 때문에 액션 게임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줬다. 짧지만 강렬한 전투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이 뜨끈한 긴장감을 좀더 이어줄 콘텐츠가 아직 부족한 점은 HIT의 숙제로 남았다.

▲ 예를 들면 비슷한 몬스터가 계속 나온다던가...

몬스터 유형이 몇 종류 없어서 계속 비슷한 모습의 적들이 등장하는 문제도 있고, 중간에 뜬금없이 마무리되는 시나리오의 볼륨 등도 이번 테스트에서 아쉬웠던 점으로 지적됐다.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많은데 깊이를 부여하지는 못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경쟁작들이 하나둘 출시되고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 이들을 상대로 '강렬한 전투'를 보여준 'HIT'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인지는 지켜봐도 좋을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조만간 우리 앞에 돌아올 날을 기대해본다.

▲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만날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