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미드코어 RPG를 향한 유저들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바꾼 우리 아버지가 아니고서야 "우와, 휴대폰에서 이런 게임이 되네?" 같은 반응을 바라는 건 무리다. 모바일 게이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단어를 굳이 꼽으라면 "또야?"가 맞겠다. 스크린샷만으로는 게임 제목도 맞추기 어려울 만큼 꼭 닮은 그래픽과 UI가 첫 번째 이유다. 개발진은 '남다른 시스템'을 외쳤지만 그조차도 예전에 한 번쯤 본 듯한 것들.

넷마블 블루는 정공법을 택했다. 사전 공개된 'KON'의 이미지와 영상을 본 유저들이 '또야?'라고 말하는 현실을 굳이 외면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제작한 'KON'에 극적인 변화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들은 '혁신'보다는 '발전'을 택했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RPG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연구하고 이를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최고의 UI'를 구현했다고 자신했다.

'남다른 시스템' 이야기도 나왔다. 'KON'의 무기는 '침략전'이었다. 플레이어가 직접 디자인하는 던전, 이에 도전하는 또 다른 플레이어가 콘셉트. 이전 모바일 RPG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것은 맞다. 다만, 시스템의 참신함은 뛰어난 완성도가 받쳐줘야만 빛을 발한다. 그 완성도, 최종 담금질에 들어간 KON의 마지막 망치질이 얼마나 정교한지 궁금했다. 넷마블 블루 문성빈 대표를 만났다.

▲ 넷마블 블루 문성빈 대표





이미 많은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에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바일 RPG다.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지금은 넷마블게임즈에게도 중요한 시기이기에 좋은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다만, 부담감이 있기는 한데... 기분 좋은 부담감이다. 우리 팀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에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모바일 게임은 플랫폼 특성상 간단한 조작체계가 대중화된 상황이다. 기존 방식을 따라가면 '식상하다'는 말을 듣고, 완전히 다른 게임을 선보이면 '낯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게 개발자 입장에선 참 고민일 것 같은데.

정확하다. 우리도 KON을 개발하면서 '블레이드', '레이븐', '이데아', '히트', '로스트킹덤' 등이 시장에 출시되는 모습을 쭉 지켜봐왔다. 고민이 되더라.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게 맞는 방향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사실, 런칭이 코앞인 지금도 그 고민을 매듭짓지 못했다. CBT 진행하면서도 제일 걱정했던 게 그것이었다. 우리 게임을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CBT 당시 극단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한 쪽에선 '기존 게임과 너무 비슷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다른 한 쪽에서는 '이 시스템은 너무 생소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다행히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건의 사항 위주로 피드백을 주는 유저들이 많았다. 며칠 지나니 우리 개발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해주었던 것 같았다.


▲ "CBT를 통해 건설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이를 토대로 완성도를 높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RPG와 비교해 KON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래픽이나 타격감, 연출을 묻는 것이 아니다. 유저의 관심을 가져올 수 있는 색다른 요소가 무엇인가.

주 캐릭터와 부 캐릭터가 함께 성장하고 싸우는 '듀얼 액션', 그리고 타 유저의 아지트를 격파하는 '침략전' 콘텐츠가 있다. 특히, 침략전은 다른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KON이 외형적으로 기존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캐릭터 디자인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4개 캐릭터 모두에 공을 많이 들였고, 그렇게 해야만 듀얼 액션의 재미가 살아난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도 다 애정이 있어야 하는 일 아닌가.

UI의 경우,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라고 본다. 유저들에게 가장 익숙한 시스템을 채용하되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더 편하게, 더 스마트하게. 다른 게임과 비교해 더 뛰어난 UI를 만드는 데도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KON의 UI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외형상으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는데.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지만, 여전히 RPG란 장르를 어려워하는 유저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유저들을 끌어들이고자 유저 맞춤 시스템 및 가이드라인 최적화가 필수라고 봤다.

KON에 '나침반'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내가 가진 것 중 무엇이 어떻게 좋은 장비인지, 어떤 걸 진화시킬 수 있는지를 나침반이 알려준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장비를 분해한다면 어느 정도 값어치가 되는지, 어떤 던전을 돌아야 가장 효율이 잘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플레이어의 레벨과 현재 상태를 기반으로 한 매니저형 가이드라고 보면 된다.


넷마블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콜럼버스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기능과 비슷한 것 같다.

콜럼버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 시스템이다. 즉, 여러 게임에서 활용될 수 있는 툴 개념이다. 나침반은 KON에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정확하다. 사실 우리도 이걸 만들면서 콜럼버스 프로젝트 팀원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침반을 규격이 갖춰진 시스템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콜럼버스의 일부 기능을 미리 느껴볼 수는 있을 것이다.



KON의 가장 큰 특징은 '침략전'이 아닐까 한다. 타 유저의 아지트를 침략한다는 개념인데, 고전 PC 패키지 게임인 '던전 키퍼'와 비슷한 시스템이라 보면 되나.

개념 자체는 비슷하다. 다만, 개발팀은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유저들끼리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게 굉장한 매력 요소다. 한국 유저들은 콘텐츠 소비 속도가 워낙 빨라서 개발팀이 제공하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매력적인 룰과 환경을 제공하고, 유저들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그 결과물이 '침략전'이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월드 업데이트를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웃음).

침략전 테마는 약 10개 정도다. 모양이 다 다르기에 몬스터나 트랩을 배치하는 전략도 나뉠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모든 시스템을 다 공개할 경우 진입장벽이 생길 수 있기에, 런칭 초반에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선보이려 한다. 유저들이 침략전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보다 많은 테마와 몬스터, 트랩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개발 자체는 완료되었으니 시기만 보면 된다.

여담으로, 침략전은 수동 전투만 지원한다. 몬스터나 트랩에 발각될 때마다 보스의 방어력이 점점 올라간다. 즉, 도전자가 점점 불리해지는 구조다. 어떻게 돌파할지 고민하는 재미를 주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모바일 게임 유저들이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가 과금 요소다. 캐릭터 성장 외에 침략전이 또 하나의 과금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침략전에서 캐시 관련 이슈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루비'라고 하는 침략전 전용 재화가 있는데, 침략 성공 시 보상으로 얻을 수 있고 실패했을 때도 약간이나마 얻을 수 있다. 침략전이 KON의 메인 PvP 시스템인 만큼, 실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완화시키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침략전에서 캐시를 꼭 써야만 하는 요소는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침략전의 매칭 시스템은 어떤 방식인지 궁금하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유저를 매칭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약간 위 아래 폭을 두기도 하는데, 대체로 약간 아래쪽 유저를 잡아준다. 동등한 조건인 만큼, 차등 보상은 없고 승리 시 고정 보상을 받는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클리어 과정을 보고 '잘 깨는' 유저에게 보너스를 줄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렇게 될 경우 유저의 실력에 따라 점점 차이가 벌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 "KON의 핵심인 '침략전'은 스트레스 없는 PvP를 목표로 했다."


특정 유저의 아지트를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는 없나. 이른바, '네임드 아지트'에 도전하고자 하는 유저들도 있을텐데.

지금은 자신의 아지트를 클리어한 유저의 아지트로 '복수'하러 가는 시스템만 들어가 있다. 향후 친선전을 도입할 계획은 있지만, 거기에 보상을 따로 넣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친선전에 보상이 들어가면 어뷰징을 하는 유저가 생길 수 있다.


특정 던전에 특정 몬스터와 트랩을 배치하는, 이른바 '국민 던전'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CBT 당시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배치를 보여주는 유저가 있었다. 캐릭터 주변에만 포탑을 10개 이상 설치해 보스 캐릭터를 아예 가려버리는 방식이었다. 이런 전략도 재미있기는 하나, 개발팀이 의도한 정상적인 방향은 아니었기에 수정을 해야만 했다. 각 트랩에 설치 개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밸런스를 잡아나갈 계획이다. 특정 트랩을 너프하는 것보다는 다른 부분의 밸런스를 맞추면서, 보다 다양한 패턴이 나오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게임을 라이브하면서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이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다. 개발팀도 몬스터와 트랩을 추가하면 이에 맞춰 새로운 루트가 개발된다. 국민 아지트가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체크하겠다. 침략전은 개발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라이브때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다.


어떤 기상천외한 아지트가 나올지 모르니까.

KON은 유저와 같이 만드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저들이 다른 방향을 원하면 그에 맞춰 우리도 준비해야만 한다.


침략전 외 일반적인 PVP 시스템도 구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런칭 후 가장 빠르게 업데이트할 과제다. 결투장 메뉴는 이미 들어가 있지만 아직 안 열렸다. 침략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PVP 콘텐츠로, 결투장은 헤비 유저들이 만나는 궁극의 전장이라고 보면 된다.

▲ "일반적인 PvP 개념인 '결투장'은 런칭 이후 가장 먼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또 하나, 개발진이 강조하는 것으로 '듀얼 액션'이 있다. 하나 이상의 캐릭터를 함께 육성해 싸운다는 개념인데, 콘텐츠가 빠르게 소모될 뿐 만 아니라 유저가 느끼는 피로도도 상당하지 않을까.

빠른 콘텐츠 소모는 개발자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따라서 기존 모바일 RPG와는 처음부터 다르게 개발 방향을 잡았다. 또, 듀얼 액션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중간에 허들을 만났을 때 이를 원활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서포트' 개념에 가깝다. 기존 게임에 길이 하나밖에 없다면, KON은 더 다양한 루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파트너 레벨에 따른 보상도 마련했다. 시나리오가 모험 지역의 전개와 맞물리지 않도록 분리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토리만 따라가도 좋은 장비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메인 캐릭터가 전사, 서브 캐릭터가 마법사라고 가정해보겠다. 전사로 게임을 플레이해도 마법사 아이템이 드랍되는지 궁금하다.

서브 캐릭터의 장비가 드랍되는 것은 아니지만, 레벨과 장비가 특별히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전사를 20레벨까지 키웠다면 자연히 법사는 17~18레벨까지 올라가 있다. 그럼 스토리가 개방되어 있고, 이를 법사로 쭉 보면서 아이템을 받으면 된다. 또, 전사가 열어놓은 지역이 공유되기에 처음부터 다시하는 게 아닌, 법사 수준에 맞는 구간에서 파밍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 "스토리만 따라가도 부 캐릭터의 장비를 획득 가능하다."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만큼, KON에 거는 기대도 상당할 것 같다. 목표로 두고 있는 성과치가 있는지.

그간 여러가지 게임을 만들었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은 소수였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 KON의 목표는 '마켓 1등을 하겠다' 이런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유저들이 즐겨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게임으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수치는 자연히 따라오리라 생각한다.


KON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시장이 있다면 어디인가.

데이터만 보면 중국, 동남아에 비슷한 성향의 유저들이 많다. 글로벌 출시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세부 전략이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시장에 관심이 많다. 시장 규모도 크고, 게임의 본고장 이미지도 있다보니 그곳에서 인정받으면 개발자로서도 정말 뿌듯할 것 같다. 다만, 일본은 아직 미드코어 RPG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조금씩 이러한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개발진이 생각하는 KON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내부적으로는 '볼수록 매력있는 게임'이라고 부른다. 첫인상은 기존 게임과 비슷할 수 있지만 조금만 해보면 여러가지 매력을 많이 담고 있다. 그만큼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썼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유저들도 그 부분을 보아 주었으면 한다.